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들 중에서 인간은 태어날 때 무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의 성취능력은 어느 동물과도 비교할 수 없이 큰
것도 사실이다. 무기력한 갓난아기에서 능력 있는 어른으로의 변화는 부분적으로는 성숙(maturation)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갓난아기에서 한 사회인으로의 변화는 대부분 경험에 의한 학습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학습이라고 하는 경우 공부와 같은 학업적인 면만을 생각하기
쉬우나, 우리는 공부나, 새로운 기술뿐 아니라 감정적 반응이나, 사회적 인간관계 등도 학습을 통해 습득하게 된다.
학습원리에
대한 설명은 크게 고전적 조건형성, 작동적 조건형성, 인지학습, 관찰학습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학습원리에 대한 다양한 이론적 입장들이 있지만,
실제 어느 한 이론이 모든 학습상황을 다 설명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어떤 한 학습상황은 여러 학습원리의 복합인 경우가 많으며, 또 학습상황에
따라 좀더 잘 설명하는 이론이 각각 다르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러한 이론을 행동주의, 행동수정, 행동치료, 혹은 학습이론이라
부른다.
20세기 초에 러시아 생리학자 이반 파블로프의 반사 연구로 인하여 마음의 발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출현할 수 있게
되었다. 파블로프는 개의 입 근처에 음식을 갖다 놓으면 개가 침을 흘리는 것을 관찰했다. 그러나 다른 방법으로도 개는 침을 흘렸다. 개가 늘
음식을 갖다 주는 사람을 보기만 해도 침을 흘리듯이, 먹는 것과 관련된 다른 활동도 침을 흘리도록 만들 수 있었다. 파블로프는 이런
'조건반응'을 '심리적 침분비' (psycho secretions)라고 불렀고, 이것은 그의 평생에 걸친 연구감이 되었다.
여기서 잠시 인간의 침분비를 살펴보자. 침을 분비하는 일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의식으로 조절할 수 없다. "자, 침흘리기 반사를 시작해야지"
한다고 해서 아무때나 침을 분비할 수는 없다. 침분비는 단지 먹는 것을 생각하거나 혀에 처음 베어 문 음식조각이 닿았을 때 저절로 생기는
것이며, 단순한 반사작용을 통해 일어나는 반응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반사작용은 이렇게 단순한 자극-반응 형태를 갖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이
걸어가다 모기에게 다리를 물려서 모기를 손바닥으로 쳐서 잡는다고 생각해 보자. 이 행동에는 여러 차례 자세를 고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의식할
사이도 없이 몸의 무게중심이 한쪽 다리에서 다른쪽 다리로 옮겨가고, 몸의 균형을 다시 잡는 등의 일들이 일어난다. 영국의 신경생리학자 찰스
셰링턴 경에 의하면 이런 조절기능이 반사작용의 본질을 말해 주는 핵심이라고 한다.
셰링턴 경의 여러 실험 가운데 개를 묶어
놓고 벨을 한 번 울린 뒤, 짧은 시간 동안 개의 발바닥 중 한 곳에 전기충격을 주는 것이 있다. 개는 전기충격을 피하려고 그 발을 땅에서
뗀다. 여러 차례 이런 과정을 되풀이하자 벨이 울리기만 해도 개가 발을 드는 것이 조건형성되었다. 이 반응은 파블로프가 기술한 단순반사와
비교했을 때 무척 복잡한 반응이다. 왜냐하면 개는 한 발을 들면 몸의 균형을 계속 지탱할수가 없기 때문에 한 발만을 들기 위해서는 몸의 균형을
다시 잡아야 한다. 자세를 안정적으로 재조정하려면 여러 근육들이 서로 상반되게 움직여야 한다. 그러므로 이 반응은 통합적인 반사활동이다. 여러
개의 반사궁을 포함 하는 경로를 통해 신경신호가 전달되어 유기체의 몸 전체가 움직이는 통합된 반응이 만들어져 나오는 것이다.
반사와 관련된 파블로프와 셰링턴의 두 이론은 마음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 각각 다른 영향을 미쳤다. 셰링턴의 이론은 생리학자들에게 받아들여졌고.
파블로프의 단순 반사궁에 대한 연구는 심리학자들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1920년대 왓슨의 행동주의 이론은 파블로프의 조건형성 이론에 기초한
것이어서 '행동은자극에 대한 생리적 반응' 이라고 기술했다.
왓슨의 가장 잘 알려 진 '실험'은 앨버트라는 11세 소년을
희고 털이 많은 쥐를 두려워하도록 조건형성시킨 것이었다. 앨버트가 쥐를 만지려 할 때마다 왓슨은 큰 징을 울렸다. 소년은 그 소리에 너무나 놀라
급기야는 쥐를 무서워하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희고 털난 다른 대상에게도 일반화된 공포를 보였다. 그래서 앨 버트는 산타클로스의 수염조차도
무서워하게 되었다.
B. F. 스키너는 후에 파블로프와 왓슨의 이론을 확장시켜 조작적 조건 형성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냈다. 조작적 조건형성은 동물이 환경에 조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학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둘기는 먹이를 보상으로 받기 위해 불이
켜진 단추나 건반을 쪼는 것을 학습하거나, 벌로 전기충격을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건반을 쪼지 않는 것을 학습할 수 있다. 복찹한 행동도 이런
보상과 벌의 체계를 기초로 하여 조건형성될 수 있다.
그는 행동의 실험적 분석(experimental analysis of
behavior)을 통하여 정밀과학을 발전시켰으며 교육의 발전을 위한 학습기술 또는 정신질환이나 문제행동 등의 행동수정(behavior
modification)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가 밝힌 행동습득의 이론, 즉 학습이론을 조작적 조건화라고 부른다.
Skinner는 고전적 조건형성에서는 유기체가 외적자극(종소리나 고기)의 영향을 받지만 도구적 조건형성에서는 외적자극보다는 유기체내부의 수의적인
경향성에 의하여 환경을 반응한다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비둘기가 불이 켜진 단추나 건반을 쪼는 것은 외적자극의 영향보다는 수의적이고 능동적인
행동으로 이러한 반응을 조작행동(operant behavior) 혹은 조작적 조건형성(operant conditioning)이라고 하였다.
그는 Thorndike의 효과의 법칙을 믿고 조작행동의 경향성은 그 행동의 결과 즉 반응 후에 보상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조작행동은 강해지거나 혹은 약화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배경을 근거로 하여 Skinner는 자신의 이름을 딴 실험상자(Skinner box)를
고안하였다.
상자 속의 쥐를 하루에 한번 먹이를 먹게 순응시킨 후 우연히 지렛대를 누름으로서 먹이라는 보상을 받게되면 쥐는
계속적으로 지렛대를 누르는 행동을 습득하게 된다. 이때 먹이는 지렛대를 누르는 행동을 강화시켜주게 되는 역할을 한다. 또 고전적 조건형성에서의
소거와 자발적 회복현상도 관찰할 수 있었다. 또 실험자가 불이 켜져 있을 때만 지렛대를 누르면 먹이를 줌으로써 쥐로 하여금 이를 학습케 하는
변별자극도 관찰하게 된다. 이러한 실험을 통하여 조작적 조건화는 반응에 대하여 강화를 시켜줌으로써 그러한 반응이 나타날 확률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알게된다.
결과적으로 행동주의자들은 마음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고 심리학은 그 연구대상을 관찰 가능한 것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행동주의를 추종한 심리학자들은 자극과 반응의 작용. '스키너 상자'나 '미로 속의 쥐' 따위를 연구했고
의사결정, '마음'의 변심, 결의, 개종 등과 같이 관찰 가능한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 마음의 여러 작용에 대한 연구는 등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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