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인지치료'라고 하면 '학습치료'와 같은 의미로 생각한다. 하지만 인지치료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학습과 관련된 인지적 문제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정서)과 관련된 심리치료이론의 하나이다.
Aaron Beck에 의해 개발된 인지치료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다양한 심리적 장애를 다루는 데 사용되는 적극적이고, 지시적이며, 시간 제한적이고 구조화된 현재 지향적이며 특정한 목표 증상을 표적으로
하는 심리치료이다. 이는 개인의 정서와 행동은 주로 그가 세계를 구조화하는 방식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하는 '인지모형'이라는 이론적 근거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인지모형은 모든 심리적인 장애에는 왜곡되고 역기능적인 사고가 공통적으로 존재하며, 이러한 역기능적인 사고는 환자의 기분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한다. 이러한 인지는 과거 경험으로부터 발전된 인지 도식이라는 어떤 태도나 가정에 기초를 둔다는 것이다.
인지치료는 이러한 왜곡된 개념화와 이러한 인지 밑에 깔려 있는 역기능적 도식을 파악하고 현실을 검증하며 수정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왜곡된 사고를 재평가하고 수정함으로써 전에는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한 문제나 상황에 대처하는 것을 학습함으로써, 현실적이고 적응적으로
행동하게 되고, 증상이 경감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하여 다양한 인지적 및 행동적 책략을 사용하여 잘못된 생각과 부적응적인 가정을
파악하고 검증하는 기법을 사용한다. 즉 부정적, 자동적 사고를 감찰하고, 인지-정서-행동간의 관련성을 인식하고, 왜곡된 자동적 사고의 증거와
반대 증거를 검토하며, 이러한 인지를 보다 더 현실 지향적으로 해석하고 대체하는 법과, 역기능적 신념을 파악하고 수정하는 방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인지기법 이외에, 보다 더 심각한 증상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서는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행동과
연관된 인지를 끌어내기 위하여 활동을 계획하고, 단계별 과업을 할당하며, 자기 강화를 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행동적 기법을 사용하기도 하므로
최근에는 인지-행동치료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인지치료는 1963년의 A. Beck의 연구로부터 시발하여 1977년에
처음으로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된 이후, 그 효능이 다양하게 확인되면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으나, 역사적인 근원은 상당히 깊다고 할 수 있다. 즉,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어떻게 느끼느냐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동양에서는 도교 사상과 서양에서는 고대 그리이스의 스토아 학파에서부터 뿌리를 둔 생각으로 여러 학자들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환자의 생각을
교정하려는 시도가 있어왔다.
그러나 Freud 이후 정신분석을 중심으로 하는 정신치료법에서 의식적인 사고 과정을 무시하는
풍조가 만연하면서 많은 치료법은 몰락하게 되었다. 그러나 정신분석과 반대되는 심리 이론의 독립적인 한 축으로 독자적인 발전을 해오던
행동치료에서의 단순한 '자극-반응' 모형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자극-인지-반응' 모형이 대두되었고, 신경과학이나 컴퓨터 과학의 이론이
도입되면서, 학습에서의 기억의 역할과, 인식의 구조적 과정이 점차 규명되면서 인간은 적극적이고 선택하는 추구자이며 창조자이고 정보의 사용자가 될
수 있다는 현상학적 학파에 근거를 둔 인지치료가 현대정신의학의 주 조류에 부합되는 정신치료 방법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외에도
A. Ellis의 합리적-정서치료, D. Meichenbaum의 인지행동수정, 및 A. Lazarus의 다중모형치료 등 의식적 노력을 중시하는
치료법들도 함께 각광을 받고 있다. 이들은 정서적 갈등과 같은 내적 결정 요인을 중시하는 전통적 정신치료법과 자극, 반응과 같은 외적 결정
요인을 중요시하는 행동치료적 관점의 절충적 입장을 취하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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