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다윈의 가장 유명한 저서는 '종의 기원'이지만, 가장 도발적인 저서는 1871년에 발표한 '인간의 유래'였다. 다윈의 이론은 인간의 마음과
인간이 아닌 다른 종들의 정신적 삶을 뚜렷이 구분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기본 입장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었다. 다윈은 모든 정신은 그것이 인간의
것이든 동물의 것이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각자가 처한 환경에 적응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의 진화론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이 다른 동물과 같은
뿌리를 가지고 과거부터 진화해 왔으며, 지금도 어떤 연속선상에서 진화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다윈의 이론은 인간과 이 세계에
대한 인간의 생각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또 20세기 초 지그문트 프로이드의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론에 큰 영향을 미친 것도 다윈의
진화론이다. 프로이드는 정신분석학 창시자이며 아마도 역사상 가장 영향력이 컸던 심리학자일 것이다. 프로이드는 의학뿐 아니라 해부학과 생리학
교육도 받았다. 그래서 인간의 마음에 대한 획기적인 이론을 발전시키기 전까지 그는 신경과 의사로 개업하고 있었다.
인간의
마음에 대한 프로이드의 연구는 동물에서 진화해 온 인간의 억압된 성적, 공격적, 그리고 위협적 충동을 가리고 있던 베일을 벗기면서 시작되었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사회와 문화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기 때문에 이런 본능적인 성적, 공격적, 위협적 충동들을 통제해서 사회화가 되어야만
한다. 그러므로 다윈이 말한 동물로부터 진화된 인간의 본질과 문명화된 인간의 본질 사이에는 영원한 전쟁이 계속되는 셈이다. 주로 프로이드의 공로
때문에 오늘날에는 마음의 무의식적인 (숨겨진 충동, 욕망, 기억, 반응 같은) 과정들이 역동적인 과정을 통해서 사고, 학습, 창작 등 마음의
고위 과정들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사실이 인정되고 있다. 마음은 무의식의 힘을 동력으로 이용하는 반면, 무의식의 내용은 대부분 억압하도록
학습해 왔다는 것이다.
프로이드의 무의식 이론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마음의 병과 장애에 대한치료, 즉 정신치료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현대에 이르러 신경과학은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뇌에 기록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이것은 마음과 뇌의 복잡한 관계를
더욱 확고하게 보여준다. 미시간 대학교 의료원의 하워드 셰브린 박사가 행한 실험을 예로 들어 보자.
'공포'라는 단어를
스크린에 1천분의 1초 동안 비추면 너무나 짧은 순간이기 때문에 의식적 지각은 불가능하다. 이런 자극은 시각적으로 또는 청각적으로 제시할 수
있으며. 이것을 '역하자극' 이라고 한다. 피험자의 머리에 전극을 붙인 뒤 역하자극을 제시하고 뇌의 표면에서 전기적 활동을 기록한다. 이 전극에
의한 기록을 보면 역하자극에 대해서 아주 짧은 반응이 있고, 4분의 1초 후에 아주 강한 활동이 집중적으로 일어난다. 그러나 단어를 의식적으로
지각할 수 있을 정도로 천천히 비추어 주면 뇌가 반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두 배로 길어진다.
셰브린은 이같이 무의식적
반응과 의식적 반응이 다르다는 사실로부터, 뇌로 가는 모든 메시지가 일단 무의식에 전달되어 어떤 여과과정을 거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여과과정이 중간에 개입되기 때문에 의식적 반응이 지연된다는 것이다.
이런 실험들을 통해서 우리는 자신들의 마음이 어떻게
생겼는지 짐작 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의식적으로 안다고 자각하는 것보다 휠씬 많은 것을 입력으로 받아들인다. 무의식이 먼저 외부의 입력을
받아들이고, 무의식에서 여과된 것만이 의식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 여과과정을 거치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출처: 한국신경과학소식)
아무튼 프로이드와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의 이론을 정신분석, 혹은 정신 역동치료이론이라 부른다. 프로이드 이후로 정신역동치료이론은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인간의
발달과정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신경증에 대한 고전적 이해를 확장하게 된 것도 커다란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정신분석학의
변화는 세가지 방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자아(ego)의 자율적인 기능을 강조하는 자아심리학(ego
psychology)의 흐름이다. 자아는 그 나름의 발달과정을 가지며, 성적 혹은 공격적 추동과 무관한 고유한 활동력을 지닌 적응기관이므로,
내담자의 자율성을 키우도록 돕는 상담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둘째, 대상관계(object relation)
이론이다. 여기서의 '대상'은 사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의미하는 것인데, 정통적인 정신분석이 개인의 심리내적인 과정을 증시하는데
비해 대상관계 이론은 어려서 중요한 타인과의 관계가 심리적으로 내면화되는 방식(표상)에 초점을 둔다. 이 이론에 따르면 생애 초기(특히 외디푸스
이전시기)의 대상관계가 건강한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본다.
셋째, 자기심리학(self psychology)은
한 사람이 자존감과 가치감을 유지하는데 미치는 외적인 관계의 영향을 강조한다. 이 이론은 인간이 심리적 안녕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격려, 지지, 사랑과 같은 반응을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세가지 흐름의 상호보완 속에서 정신분석학은
현재에도 변모를 거듭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