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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통합과 생태학적 관점


 일반적으로 시스템이론의 축을 이루고 있는 생태학적 이론(ecological theory)은 유전적 요소, 가정의 역사, 사회경제적 수준, 가정 생활의 질, 문화적인 배경과 같은 요인들이 발달과 관련된다고 보고 있으며, 인위적인 실험실 연구가 아닌 실제 삶의 맥락 내에서 행하고 연구하고자 하는 접근을 말한다.

생태학적 접근은 최근 발달심리학의 여러 영역에서 강하게 부각되고 있는 경향이며, 특히 지각발달과 성적 및 사회성 발달 연구에서 중시되고 있다. 아동발달에 대한 생태학적이론은 환경적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 통합된 유기체로서의 전인적 유아(whole child)를 생각한다. 여기서는 김성훈씨가 카프라(Fritjof Cafpra)의 생명의 망 (The Web of Life)을 번역한 것을 나름대로 간추려 올려보도록 하겠다. 이 글은 시스템이론과 기본적인 생태학적 관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은 세계를 흩어진 부분들의 집합이 아닌 통합되어진 전체로 보는 전일적 세계관(holistic world view)으로 부를 수도 있다. 생태학적인 눈으로 바라보게되면 모든 현상들이 본질적으로 상호연관되어져있다는 것과 개인적으로, 또한 사회적으로 우리는 모두 자연의 순환과정안에 놓여있다는 것(또한 결국 우리는 그것에 의지하고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두 용어 '전일적(holistic)'과 '생태학적(ecological)'은 그 의미에서 약간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 '전일적'이란 용어는 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명하는데 조금은 부적절하게 느껴진다. 말하자면, 자전거에 대한 전일적 관점은 자전거를 하나의 기능적인 전체로 보고, 그에 따라 자전거의 각 부분간의 상호의존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반면 자전거에 대한 생태학적인 관점은 그러한 관점을 포함하면서 더 나아가 자전거가 그 자연적, 그리고 사회적 환경안에서 어떠한 위치에 놓여있는가에 대한 인식또한 포함하고 있다. - 그 자전거에 들어간 원료들은 어디로부터 나온 것인지, 또한 자전거는 어떻게 제작되었고,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 자연환경과 그것을 이용하는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등.. 이러한 '전일적' 그리고 '생태학적'이란 용어의 차이점은 환경과의 연관성이 더욱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살아있는 체계에 대해 논의하고자할때는 더욱 중요해진다.

생태학에도 다양한 철학적 분파가 있다. 심층생태학(Deep Ecology), 사회 생태학(social ecology), 여성주의 생태학(femist ecology) 혹은 생태여성주의(ecofeminism)가 그들이다. 심층 생태학적 자각은 생태학적 생활방식과 환경운동을 위한 이상적인 철학적, 영적 바탕을 마련해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심층생태학은 지금의 생태학적 위기를 가져온 사회 조직의 문화적 특성이나 패턴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이 없다. 이것이 바로 사회생태학의 초첨이다.

사회생태학의 여러 학파들은 우리 사회와 경제적 구조, 그리고 그 기술들의 반생태학적인 본성은 Riane Eisler가 말한 '지배 시스템(dominator system)'에 그 뿌리를 두고있다는 자각에 공통된 밑바탕을 두고 있다. 남성가부장적 제도(patriarchy - 남성에 의해 통치되는 사회그룹을 의미합니다. 남성우월주의를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을 거같구요. - 역주), 제국주의, 자본주의, 민족주의 등이 착취적이고 반생태적인 사회적 지배의 예들이다. 각기 다른 사회생태학의 학파중에는 다양한 막스주의자들과 무정부주의자들이 있으며 그들은 이러한 사회적 지배의 다양한 패턴들을 분석하기위해 그들 고유의 개념적 틀을 이용하고 있다.

생태여성주의는 남성가부장적 제도(patriarchy)라는 맥락에서 사회 지배의 기본적인 역학들을 연구하고있기 때문에 어느 면으로는 사회 생태학의 한 특수분야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남성가부장적 제도의 여러양상들에 대한, 그리고 여성주의(feminism)와 생태학사이의 연관에 대한 문화적 분석들은 사회생태학의 틀거리를 훨씬 넘어서는 것들이다. 생태여성주의는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가부장적 지배를 계급주의, 군국주의, 자본주의, 그리고 산업주의 등 모든 지배와 착취 시스템의 원형으로 본다. 그들은 특히 자연에 대한 착취가 전통적으로 자연과 동일화되어온 여성에 대한 착취와 함께 맞물려져 왔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여성과 자연에대한 고대로부터의 연관성은 여성의 역사와 자연의 역사를 긴밀히 연결해주고 있으며, 여성주의와 생태학간에 이루어지는 유사성의 근원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생태여성주의자들은 여성의 경험적 지식들을 실재에 대한 생태학적 관점의 주요 원천으로 생각하고 있다.

생태학적 사고의 본질적 특성은 자기 주장(self-assertion)에서 통합(intergration)으로의 변화로 볼 수있다. 이러한 두가지 경향 - 자기주장과 통합 - 은 둘다 모든 살아있는 시스템에서 나타나는 본질적인 성질들이다. 양쪽 모두 다 본질적으로 이것은 좋고 저것은 나쁘다라고 할 수 없는 속성들이다. 좋은 것, 혹은 건강한 것은 그 양자간의 역동적 균형이고, 나쁜 것, 혹은 건강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불균형 - 한쪽 경향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다른 하나를 무시하는 것 - 인 것이다. 이제 우리의 서구 산업 문화를 살펴보면, 우리는 자기주장만을 지나치게 강조해왔고, 통합의 경향은 무시해왔다는 것을 알 수있다. 이것은 우리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 모두에서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고, 이 두가지 상반되는 경향들을 나란히 할 수있다면 매우 유익한 일이 될 것이다.

생태학에 있어서 가치관에대한 포괄적인 질문은 매우 중요한 것이고, 사실 그것이 생태학의 특징을 정의내려주는 가장 주요한 특징이다. 낡은 패러다임이 인간중심적인(anthropocentric, human-centered) 가치관에 바탕을 두고있는 반면, 생태학은 생태중심적인(ecocentric, earth-centered) 가치관에 바탕을 두고 있다.

생태학은 인류 이외의 모든 생명들도 나름대로의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는 세계관이다. 모든 생명체들은 상호의존의 네트워크안에 함께 묶이어진 생태계 공동체의 일원이다. 생태학적 인식이 우리의 일상의 생활속에서 이루어진다면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전혀 새로운 윤리 체계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생태학적 윤리관이 오늘날에는 절박하게 요구되어지고 있으며, 특히 과학자들이 하고있는 대부분의 일들이 생명을 연장하고 보존하는 것보다는 생명을 파괴하는 일들로 이루어지고있기 때문에 과학분야에서는 더욱 절박하게 요구되어지고 있다. 물리학자들은 이 행성의 생명들을 싹쓸어버릴 수 있는 위협적인 무기들을 만들어내고 있고, 화학자들은 범지구적으로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으며, 생물학자들은 새롭고 알려지지 않은 형태의 미생물들을 퍼뜨리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일을 벌이고 있고, 심리학자들과 다른 과학자들은 과학의 진보라는 미명하에 동물들을 학대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학에 생태윤리학적인(ecoethical) 표준을 도입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가치관이라는게 과학과 기술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것들의 기본을 이루고 원동력을 제공하고있다는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하고 있다. 17세기 과학혁명의 시기에 가치(value)는 사실(fact)로부터 분리되었고, 그 이후로 줄곧 우리는 과학적 사실들이란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에 상관이 없이 불변한 것이고, 따라서 가치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믿어왔다. 사실상, 과학적 사실들은 인류의 인식, 가치관 그리고 행동들 - 한마디로 표현해서 패러다임 -로부터 나타나는 것이고 과학적 사실들 역시 이것으로부터 분리되어질 수없다. 상세하게 이루어진 많은 연구들이 모두다 전적으로 과학자의 가치 체계에만 의존하여 이루어진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연구들이 그안에서 이루어진 보다 큰 패러다임은 결코 가치와 무관한 것일 수는 없다. 그러므로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에 대한 지성적 책임을 가지는 것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책임을 가지고 있다.

생태학의 맥락에서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게는 고유의 가치가 있다는 관점은 자연과 자아가 하나라는 생태학적, 혹은 영적인 경험에 기초를 두고 있다. Arne Naess가 다음과 같이 명확히 밝혔듯이 이렇듯 자연과 완전히 동화되어지는 자아의 확장이 생태학의 기반이다.

"만약에 '자아'가 더욱 넓어지고 깊어져서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느껴지며, 그런 맘을 품고있게 되면 관심은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될 것이다. .... 우리가 호흡을 하는데 도덕규율이 필요치 않은 것처럼,... [따라서]만일 넓은 의미의 당신의 '자아'속으로 다른 존재들을 껴안아 포함할 수있다면, 아무런 도덕적 의무감없이도 당신은 자연스러이 관심과 보살핌을 줄 수있을 것이다. .... 당신은 아무런 도덕적 의무감없이도 당신 스스로를 보살피고 있다. ... 만약 실재가 그러한 생태학적 자아에 의해 경험되어지는 그러한 세계라면 우리의 행동은 자연적으로 그리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엄격한 환경 윤리의 모범을 따르게 될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세상에 대한 생태학적 인식과 그에 따르는 행동간의 연결은 논리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심리적 연결관계라는 것이다. 논리는 우리가 생명의 망을 이루는 통합된 한 부분이라는 사실로부터 어떻게 살아야하는가(how we 'should' live)라는 모범으로 이끌어주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생명의 망을 이루는 부분이라는 심층 생태학적 각성, 혹은 경험을 가지게 된다면... 우리는 자발적으로(will - 앞서 나온 'should(해야만하다)'에 대한 반대 급부로.. - 역주) 모든 살아있는 자연을 보살피게 될 것이다. 그땐 그러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생태학적 자아라는 개념에 의하여 생겨난 생태학과 심리학간의 연결이 몇몇 작가들에 의해서 탐구되어지고 있다. 심층 생태학자 Joanna Macy는 '자아의 녹색화(greening of the self)'라는 책을 썼고, 철학자 Warwick Fox는 'transpersonal ecology'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문화사학자인 Theodore Roszak은 두 분야간에 이루어진 깊은 연결을 표현하기 위해서 '생태심리학(eco-psychology)'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 두 분야는 최근까지도 완전히 분리되어진 것이었다.

새로이 등장하는 실재에 대한 새로운 비젼을 심층 생태학적인 의미의 '생태학적'이라고 부르는 것으로써 우리는 생명이 그 중심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의 패러다임에 있어서는 물리학이 다른 모든 과학분야의 모델이자 메타포어(metaphor)의 원천이 되어왔기 때문에 이 점은 특히 과학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데카르트는 다음과 같이 썼다. "모든 철학은 나무와도 같다. 뿌리는 형이상학이며, 몸체는 물리학이고, 다른 모든 과학들은 가지에 해당된다."

생태학은 이러한 데카르트의 비유(Cartesian metaphor)를 극복했다. 비록 물리학에서의 패러다임의 변화가 현대 과학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아직도 특별한 관심을 끄는 것은 사실이지만, 물리학은 이제 실재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이해를 제공해주는 과학으로서의 위치를 잃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 역시 현재까지 제대로 인식되어지지 못하고 있다. 비과학자들은 물론이고 과학자들도 종종 다음과 같은 대중적 믿음을 고수 하고 있다.

"만일 당신이 궁극적인 해답을 얻고자한다면 물리학자에게 물어봐야할 것입니다."

이것은 분명 데카르트적 착오이다. 오늘날 과학에서의 패러다임의 변화란 가장 깊은 수준에서는 물리학에서 생명과학으로의 이동을 의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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