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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심리학의 주요개념


 Kohut의 이론은 환자의 관점에서 그들의 문제를 바라봄으로써 확립되었다. 즉, 치료자 입장에서의 외형적 관찰이 아닌 환자 자신의 주관적 세계에 들어가서 그의 경험을 이해하고 재구성하는 시각의 전환을 이루었다. 고전분석에서 주요역할을 하는 '충동'이나 '의존' 혹은 '적응' 등의 개념은 환자의 주관적 경험과 거리가 먼 구성개념들이다. Kohut는 이런 외현적인 개념적 틀을 갖고서 환자를 분석하고 설명하는 것은 환자의 내적 현실을 무시함으로써 환자에 대한 왜곡된 이해를 초래한다고 비판하였다.

Kohut는 1977년에 '자기의 재건(The restoration of the self)'을 출간하면서부터 정신분석의 구조이론에 공식적으로 반론을 제기했다. 이 책에서 '자기(self)'는 더 이상 '자기개념' 혹은 '정신의 내용(Hartman의 입장)'으로서가 아닌 자발적인 능력을 갖춘 독립적인 기구로 대두하게 된다. 이때부터 그는 자기를 중심에 놓고 그것의 발생과 발달, 구성 등을 연구하는 심리학으로서 자기심리학을 출범시킨 것이었다(Kohut, 1977; Wolf, 1988). 아래에서는 자기의 형성 및 발달과 관계된 개념들을 하나씩 살펴보겠다.

▶자기대상(self object)

자기대상이라는 개념은 Kohut가 개체가 타인을 자신의 한 부분으로 체험하는 현상을 지칭하기 위해 고안해낸 말이었다. 그에 의하면 신체가 산소를 필요로 하듯이 개체는 자기대상을 필요로 한다. 즉, 개체는 자신의 경험을 반영해주고 또한 동일시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때만 자기자신을 응집력있는 단위로 체험할 수 있는데, 이러한 대상을 자기대상이라고 한다.

모든 개체는 자기대상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개체가 고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성 속에서 형성되고 유지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는 부모자식 관계, 부부관계, 고용주와 피고용인, 정치지도자와 국민, 사회생활, 종교생활 등 모든 인간관계에 기본이 되는 욕구다. 이때 주의할 점은 자기대상은 단지 타인에 의해 제공되는 기능이지 실제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개체는 타인과 직접 관계하기보다는 타인이 제공해주는 기능과 관계한다고 할 수 있다(Wolf, 1988; Trop, 1994).

따라서 치료에 있어서도 환자들은 치료자라는 현실적 인물과 관계하기보다는 치료자가 제공해주는 (혹은 제공해주지 못하는) 자기대상 기능과 관계한다고 하겠다. 그래서 환자들이 치료자에게 애착행동을 하거나 혹은 반대로 저항행동을 하는 것은 치료자라는 실존인물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그들이 어린 시절 획득하지 못한 자기자신의 어떤 기능적인 부분을 치료자가 보상해주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하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어린 시절 경험하지 못했던 자기대상 기능을 치료자가 수행해줄 때 치료자에게 애착을 보이고, 그런 기능을 충족시켜주지 못할 때 좌절을 느끼고 분노한다. 이러한 Kohut의 자기대상 개념은 실제 타인이 아닌 타인의 대리물이라는 차원에서 대상관계 이론에서 말하는 '대상 표상물(object representation)'과 유사하다.

환자의 어린 시절 부모가 이러한 자기대상 기능을 잘 수행해주면 튼튼한 자기구조가 형성되어 안정적인 대인관계를 수행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자기구조가 취약하여 독립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의존적이 된다. 즉, 타인이 자기대상 기능을 계속 수행해줄 것을 기대하고 빈약하고 미분화된 자기대상 관계를 요구하게 된다. 이는 대상관계에서 전능한 대상표상을 계속 요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는 마치 중독과 비슷하게 나타나며 자기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Kernberg, 1984; Trop, 1994).

자기대상 욕구(selfobject need) 개체는 자기대상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보호자에게 그러한 대상기능을 해줄 것을 강렬하게 바라는데 이를 자기대상 욕구라고 한다. 이러한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개체는 자아가 취약한 병리적 현상을 보인다. 이들은 무의식적으로 이러한 충족되지 못한 욕구를 대인관계에서 보상받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데, 치료관계에서도 이러한 욕구가 나타난다. 이는 치료자와 '원초적 연대(archaic bond)'를 맺음으로써 자신의 좌절된 욕구를 보상받고자 하는 행동으로 표현된다. Kohut는 세 가지 형태의 자기대상 욕구를 정의했다.

1. 이상적 자기대상 욕구(idealizing selfobject need)

유아는 매우 강력하고 튼튼한 부모와의 '합병(merger)'을 통해 외부의 위험이나 곤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데, 차츰 부모의 이런 기능을 내면화함으로써 마침내 혼자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유아가 만일 자기대상의 이런 불안감소 기능을 내면화하는데 실패하면, 나중에 혼란되고 막연한 불안감에 빠지게 된다. 유아는 이러한 자신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동일시의 대상으로서 강력한 자기대상을 원하는데 이를 이상적 자기대상 욕구라고 한다.

아동은 성장하면서 차츰 부모를, 특히 아버지를 이상화시키는 시도를 한다. 즉, 아버지를 멋있는 대상으로 생각하고 아버지에 대해 이상적인 기대를 품으며 자신을 보호해주고 어려움을 해결해줄 것을 기대하면서, 아버지의 행동을 모방하고 싶어한다. 만일 아버지가 이러한 이상에 근접하는 모델역할을 해줄 수 있으면 아동은 이를 내면화시키고 '이상적 자기(idealized self)'를 형성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Kohut는 아동이 아버지를 동일시하는 현상을 Freud와는 달리 아버지의 공격성 때문이 아니라 아버지의 이상적 측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초자아의 자아이상적 측면이라고 볼 수 있는 바, 이는 건강한 자기 존중감의 일부를 이루게 된다. 즉, 이상적 자기대상 욕구가 만족스럽게 충족되고 따라서 튼튼한 이상적 자기가 형성될수록 자기 존중감이 높아진다(Chessick, 1993).

하지만 만일 아동의 이러한 이상적 자기대상 욕구가 좌절되면 아동은 그러한 욕구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평생 완벽한 부모상을 찾아 헤매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흔히 약물이나 알콜중독, 성적 문란행동에 빠진다. 하지만 과도한 자기대상 욕구의 자극도 지나치게 흥분수준을 높임으로써 불안을 야기시킬 수 있다.

이러한 욕구가 성장과정에서 좌절된 환자는 치료자와의 관계에서 다시 이런 기대를 나타낸다. 즉, 치료자를 이상화시키면서 치료자가 완벽한 보호자로서 역할해줄 것을 기대한다. 경험이 없는 치료자들은 환자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당황하면서 이를 외면하거나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는데 이는 좋지 않다. 치료 초기에는 환자들의 이러한 자기대상 욕구가 나타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런 일이므로 최대한 그러한 욕구에 부합되는 자기대상 기능을 수행해주는 것이 필요하다(Kohut, 1977).

2. 반영적 자기대상 욕구(mirroring selfobject need)

아동은 자신이 하는 행위가 중요하고 멋있는 행위이며 그것을 잘해냈다는 것을 부모로부터, 특히 어머니로부터 인정과 지지를 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는데 이를 반영적 자기대상 욕구라고 한다. 어머니는 아동의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아동의 이러한 욕구가 충족되면 이로부터 '과대적 자기(grandiose self)'가 형성된다. 이는 생후 8개월에서 3살까지 형성되는데 주로 어머니로부터 자신의 성취행동에 대해 지지받음으로써 형성된다. 이는 건강한 나르시즘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것이 핵심 자기를 이루어 자기 존중감의 원천이 된다(Kohut, 1977).

아동이 자신의 성취적 활동에 대해 부모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면 원초적 과대자기에 고착되어 병적이 된다. 이때 원초적 과대자기가 억압되어 개체는 자기존재의 중요성을 부정하고 억압하여 낮은 자기 존중감과 무력증을 체험하거나(horizontal split) 혹은 반대로 과시적인 행동을 하고 잘난체하며 무분별한 행동을 하지만 정작 본인 자신은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내적으로 자신감이 없다(vertical split). 이런 환자들에게는 억압된 과대자기를 다시 나타나게 하고 이를 공감하고 지지해줌으로써 자기 존중감을 회복하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Chessick, 1993).

한편, 이상적 자기와 과대자기를 합쳐 '두개의 자기 극(bipolar self)'이라고 부르는데, 이 둘 중에 어느 한 쪽이 약하면 다른 쪽을 강화시킴으로써 약한 쪽의 자기를 보상할 수 있다. 이것이 심리치료에서 자주 이용되는 접근법인데 이를 '기능적 재활'이라고 부른다. 만일 두 가지가 다 결여된 경우에는 동반적 자기대상과 연대함으로써 이들을 보상할 수도 있다.

치료과정에서 환자들은 치료자가 자신의 과대자기 욕구를 좌절시키면 즉,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지지해주지 않으면 실망하여 '자애적 분노(narcissistic rage)'를 보이는데 이런 현상은 특히 치료 초기에 많이 나타난다. 이러한 분노는 건설적인 공격성과는 달리 상대방에 대해 분노표현을 한 뒤에도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왜냐면 이는 자기에 대한 손상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치료자는 환자의 분노에 대해 공감해줌으로써 원래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Kohut, 1977).

3. 동반적 자기대상 욕구(twinship selfobject need)

4-6세 사이의 아동에게서 나타나는 행동으로서 타인과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말한다. 예컨대, 부모와 같은 옷을 입거나 행동하는 것,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친구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 혹은 자신과 똑같은 생각과 욕구를 가진 상상의 동물을 꿈꾸는 것 등의 행동에서 관찰할 수 있다.

이는 과대자기의 발달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전생애를 걸쳐 유지되는 욕구인데, 자신이 타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한다. 성공적인 부부나 친구들의 경우 대개 생각이 비슷하고 가치관이 비슷한 것은 이런 욕구 때문인 것 같다.

동반적 자기대상 욕구는 전통적으로 자기심리학에서 앞의 두 가지에 비해 그렇게 많이 강조되지는 않았다. 그것은 아마도 이 욕구가 비교적 건강한 사람들에게 더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주로 심한 정신병리에 초점을 맞춘 자기심리학에서 덜 중요시된 것 같다. 하지만 게슈탈트 치료는 대등한 개인 간의 관계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이 욕구에 좀더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Hycner, 1990).

▶자기대상 전이(selfobject transference)

환자는 자신의 정서상태를 잘 파악하여 공감적으로 반응해줄 수 있는(attuned responsiveness) 자기대상을 필요로 하는데, 치료자가 그러한 역할을 수행해줄 것을 무의식적으로 기대하면서 치료자를 대한다. 이를 자기대상 전이라고 부른다. 치료가 되기 위해선 우선 환자가 치료자에게 이러한 자기대상 전이를 일으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환자가 치료자의 자기대상 기능을 내면화시키고 그 결과 차츰 독립적인 자기구조를 형성하게 되어 마침내 더 이상 외부적인 자기대상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그렇게 되기 위해선 치료자와 환자 사이에 튼튼한 정서적 유대 즉, '자기대상 연대(selfobject tie)'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때 치료자의 공감적 이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만일 치료자가 환자의 행동이나 감정을 공감적으로 이해하는 데 실패하면 자기대상 연대가 파열되고, 환자는 자애적 분노를 보이게 되어 치료관계가 깨어진다.

치료 초기에는 대개 환자들은 자기대상 전이의 형성에 대해 상당히 저항한다. 이는 자기구조에 손상을 많이 입은 환자들일수록 더욱 심하며, 따라서 이런 환자들일수록 치료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차츰 치료자에게 라포가 형성되면 먼저 이상적 자기대상 욕구가 발생하고 다음으론 과대자기가 나타나면서 반영적 자기대상 욕구를 표현한다. 물론 처음엔 이런 욕구가 나타나면서 당황스럽고 불안해하지만 차츰 큰 목소리가 나오면서 '보상적 자기구조(compensatory self structure)'가 형성된다. 과대자기가 먼저 나타나서 반영적 자기대상 전이가 형성된 뒤에 이상적 자기가 출현하여 이상적 자기대상 전이가 형성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사람에 따라 순서가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Kohut, 1977; Chessick,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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