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지금 이 글을 읽는 데는 몇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단어라면 소리내어 읽을 것이다. 거의 모든 어린 아이들이 글을
배울 때처럼 아이들은 단어가 발음될 것 같아 보이는 방식대로 소리내어 읽고, 그렇게 소리내기 위해 입술을 움직임으로써 읽기를 배운다.
물론 이 방법이 유용하기도 하지만, 많은 단어들이 실제로 발음되는 방식과 쓰는 법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그다지 신뢰할 만한
방법은 아니다. 예를 들어 '밟다'와 같은 단어는 글자 그대로 발음할 수는 없다. 게다가 어떤 단어를 소리내어 말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그
단어의 정확한 발음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그 단어의 의미를 반드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읽기는 여러 가지 요소를 포함하며 그 중에는 발음
규칙의 적용, 친숙한 단어 형태의 사용, 의미를 추론하기 위한 문맥의 이용, 그리고 문장을 생성하기 위한 새로운 단어의 통합 등이 함께 어우러져
이루어진다.
글을 읽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하는 데 뇌 손상을 입은 환자들을 관찰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한 사례들은 읽기의 구성요소들이 뇌의 서로 다른 영역들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좌반구의 브로카 영역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은
단어를 산출하고 발음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반면 같은 반구에서 좀더 뒤쪽 부위에 손상을 입었을 경우에는 이해와 따라 말하기에 장애가 생기며
문맥에서 벗어난 희한한 단어들이 튀어 나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관찰에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뇌 손상의 정확한 정도를 확인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오직 부검만이 뇌 손상 정도를 정확하게 그려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한계는 이러한 연구들이 정상적이고 건강한 뇌에서 단어들이 어떻게 다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는 바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지난 10년 사이에 바뀌었는데, 이는 무엇보다도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워싱턴 대학 의과대학의 M.E레이클
박사, 마이클 포즈너 박사, 그리고 스티븐 피터슨 박사 덕택이다. 양전자 사출 단층촬영법(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를 사용하여 그들은 언어의 가장 기본단위인 단어를 다룰 때 뇌의 활동을 관찰했다. 그 기법은 사람이 읽거나 듣거나, 혹은 말할 때 관련된
뇌의 영역들을 색깔로 표시된 지도로 보여준다.
반감기가 짧은 방사능 동위원소인 산소 15를 해가 없을 정도로 매우 적은 양만
물에 희석하여 자원한 피험자의 팔에 주사한다. 단어를 읽을 때 활동하는 뇌의 영역은 방사능을 흡수하며 스캐너 상에 나타난다. 실험에는 네 단계가
있다. 휴식 단계에서는 피험자가 눈을 감고 아무 일도 하지 않거나 빈 스크린을 응시한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스크린에 나타나는 단어를 피험자가
보기만 한다. 세 번째 단계에서 피험자는 단어들이 나타나면 큰 소리로 읽는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 피험자는 스크린에 단어가 나타나면 그
단어의 용례를 다른 단어로써 말해야 한다.
이러한 각각의 단계들은 PET 스캔 상에서 특정한 영상을 만들어낸다. 피험자가
단순히 스크린에 떠오른 단어를 바라보기만 할 때는 단어의 시각적 심상을 처리하는 영역인 뇌의 후두부가 화면에서 밝아진다. 언어에 결정적인
좌반구의 전두 영역과 운동의 통제에 종사하는 영역, 그리고 스트레스를 느낄 때 종종 활성화되는 영역이 밝아지는 영역들이다.
한 실험에서 피험자인 패티가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을 때 피터슨이 말했다.
"눈을 떠보면 스크린에 지나가는 단어들이 모두
명사인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이 할 일은 그 명사에 적절한 동사, 즉 그 명사의 용례를 산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케이크가 나타나면,
'먹다'라고 말하거나 총이 나타나면, '쏘다'나 그 비슷한 것을 말하면 된다."
패티는 능숙하게 수행했다. 스크린을
지나가는 단어에 반응하여 다음과 같은 단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굽다, 날다, 휘두르다, 오르다, 데우다, 보다, 듣다,
치다, 수영하다, 마시다, 몰다, 강타하다, 타다, 바느질하다, 울리다, 돌리다, 앉다, 쏘다, 킁킁거리다."
그녀가 이렇게
단어들을 말함에 따라 이런 과제를 수행하는 뇌의 모든 영역들의 영상 이미지가 PET기법으로 찍은 사진들을 겹쳐 놓고서 연구자들은 두가지 다른
과제들을 수행할 때 뇌 활동의 차이를 볼 수 있고, 또는 같은 과제를 수행할 때 여러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활동들을 평균할 수도 있다.
레이클이 주장하듯이 "언어 처리에서 뇌는 아주 분산된 방식으로, 즉 각각의 영역들이 언어 처리의 각기 다른 측면들을 담당하는
식으로 관여한다."
정상적인 피험자들에 대한 PET기법은 읽기, 듣기, 생각하기 등의 활동을 할 때 뇌의 여러 영역들이
어떻게 관여하는지 생생하게 이해시켜 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법 덕택으로 정신활동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사람이 단순히 단어에 대해서
생각하거나 '머릿속에서만' 무엇을 할 때는 전운동영역이나 보조운동영역이 활동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우리가 암산할 때 '머릿속에서 한다'는
말이 사실임이 판명되고 있다. '머릿속에서 무엇을 할 때' 뇌는 매우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