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뇌를 중심으로 한 우리 몸 속의 '신경계'라는 '생각의 길'인 신경 정보망 때문이다. 즉, 우리는 몸 속에 빨간
피만 있는 줄 아는데, 피는 파이프처럼 길게 이어진 혈관을 따라 흐르고, 생각을 가능하게 해주는 신경은 '뉴런'이라는 하나 하나 낱개의 세포들이
손에 손잡고 연결된 길을 따라 흐르게 된다. 뇌는 우리 몸 속의 구석구석에 넓게 흩어진 이 길들이 한데 모여 종합적이고 복합적으로 큰 바다를
이룬 곳이다. 컴퓨터에도 전원 공급 장치가 있고, 정보 케이블이 따로 있듯이, 뇌도 비슷하다.
그러면, '신경계'도 피가
다니는 길처럼 하나의 관으로 길게 연결되면 좋지 않을까? 물론 빨라서 좋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우리의 마음이 다시 정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진다. 즉, 고속도로로 차가 달리다가 중간에 길을 바꾸고 싶어도, 인터체인지가 없으면 서울에서 광주까지 그냥 가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중간 중간에 휴게소도 있고, 샛길을 통해 다른 길로 빠질 수도 있고, 또 고속도로 대신에 국도로 달릴
수도 있으면, 더욱 다양하고 선택권이 많아진 편안한 여행이 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또, '생각의 속도'를 생각해 본다면, 그 한 예로
발가락을 꼬집으면 어떻게 빨리 아프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 비가 많이 오는 날 하늘에서 '번쩍'하고 번개가 치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하늘과
땅 사이에 전기가 흐르듯이 우리는 전기가 무척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전기적 신호를 사용하여 정보를
보내주는 주요 기관이 바로 신경계이다. (물론, 심장을 뛰게 하는 기능도 전기적이다.) 따라서, 우리의 마음이 1초에도 수십 번 변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정보 전달의 속도가 빠른 뉴우런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몸에서 아무리 먼 거리라도 약 0.02초 정도면
정보가 간다. 따라서, 뇌 속의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일어나는 우리 마음의 변화는 더욱 빠르다. (이론적으로 약 1cm거리의 정보는
0.0001초, 진짜 순식간에 일어난다.) 이 빠르기는 우리가 체육 시간에 운동장의 저쪽 끝부터 아득히 보이는 교문까지 약 100m를 단 1초에
달리는 속도다.
이처럼, 마음의 거주지이자, 우리가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세포인 '뉴런'은 전기적으로 흥분될 수 있는 독특한
성질이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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