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제는
아동의 인지발달 연구에 탁월한 업적을 남긴 연구자이다.
피아제에 의하면, 아동의 사고는 두 가지 과정을 통해서
발달해 나간다. 즉, 동화와 조절의 과정이다. 여기서
동화와 조절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해 보겠다.
한
아이가 엄마와 길을 가다가 자전거를 보았다. 아이는
엄마에게 "엄마, 저게 뭐야?"라고 물었다.
엄마는 "응, 자전거란다"하고 대답해주었다.
아이는 '바퀴가 두 개이고, 그 위에 사람이 타고 가는
것은 자전거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것이 바로
자전거라는 새로운 개념이 형성된 것이다. 다음날,
그 아이는 엄마와 함께 버스를 타고 가다가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아이는 바퀴가 두 개이고 그
위에 사람이 타고있는 것을 보고 "야! 자전거다"라고
소리쳤다. 이것이 바로 동화이다. 즉,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전거라는 사고의 틀(바퀴가 두 개이고
사람이 타고 가는 것은 자전거다)에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엄마가 말했다. "저건 자전거가 아니라 오토바이란다"
아이는 혼동이 일기 시작했다. '분명 바퀴가 두 개이고
그 위에 사람이 타고 있는데 왜 자전거가 아닐까?'
아이는 어제 본 자전거를 떠올리며 지금 본 오토바이와
비교하고 차이점을 찾기 시작한다. 결국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바퀴가 두 개이고, 사람이
직접 페달을 밟으면 자전거고, 혼자서 그냥 쌩쌩 달려가면
오토바이구나" 이것이 바로 조절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자전거라는 개념이 좀더 좁혀지고, 자전거라는
개념에서 새롭게 오토바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처럼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피아제가 말하는
인지구조)이 바뀌는 것을 조절이라고 한다. 여기서
다시 바퀴가 두 개이고 사람이 타고 있는데 킥보드나
전동모터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물체를 만나면, 아이는
다시 고민하고 무엇인지 스스로 개념을 세우려 할 것이다.
결국 피아제는 이렇게 해서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개념과
지식을 습득해 나간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동화와 조절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풍부한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위의 예에 등장한 아이가 만약 첫날 본 자전거
외에 다른 것들을 볼 기회가 없었다면, 그 아이는 계속
바퀴가 두 개이고 사람이 타고 다니는 것은 모두 자전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아이들의 발달에서 중요한 것이 성숙이다. 피아제의
유명한 실험 중에서 '대상 영속성'에 관한 실험이 있다.
'대상 영속성'이란 물체 혹은 대상이 시야에서 사라져도
그 물체는 계속 존재한다고 믿는 능력이다. 이러한
대상 영속성은 태어날 때부터 생기는 것이 아니고 태어나서
10-11개월의 기간을 거쳐 점차로 성숙하면서 생겨나는
능력이다. 피아제는 실험에서 6, 7개월된 아기의 눈앞에서
장난감을 천 뒤로 천천이 숨겼다. 아기들은 장난감이
사라지는 과정을 열심히 들여다보지만 장난감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즉시 무표정해지며 장난감을 찾지 않는다.
이것은 이 시기의 아기에는 눈앞에서 사라지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상영속성은 9~10개월
정도에 안정적으로 형성된다. 이처럼 특정 능력은 때가
되어야 발달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피아제는 개인의
인지발달을 4단계로 설명하면서 각 단계는 질적으로
서로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단계들을 뛰어넘을
수가 없으며 환경과 성숙의 상호작용에 의해 한 단계씩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1)
감각운동기(0- 2세)
피아제가
이 시기를 감각운동기라고 명명한 것은 이시기의 영아가
자신의 감각이나 손가락을 입에 넣고 빠는 등의 운동을
통해서 자신의 주변 세계를 탐색한다는 사실에 연유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시기의 영아는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자신의 감각을 사용하고 새로운 경험을 찾기
위해 운동능력을 사용하고자 애쓰는 시기라는 뜻이다.
그 결과 반사활동에서부터 제법 잘 조직된 활동을 할
수 있기까지 간단한 지각능력이나 운동능력이 이 시기에
발달한다. 위에서 언급한 '대상 영속성'의 발달이 이
시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부모와 같은
특정한 대상에 대한 영속성이 더 빨리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대상영속성이 빨리 발달한 아기의 경우 부모와
헤어질 때 더 강하게 저항할 수 있다. 종종 백일
전에도 엄마와 떨어지면 울고 낯가림을 심하게 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데, 그러한 경우가 이에 해당될 수 있다.
(2)
전조작기(2- 7세)
이
시기 유아들의 개념획득에 가장 결정적인 것은 다양한
언어활동과 신체적 활동을 통한 경험이다. 하지만 아직
직관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 시기 유아의 사물에 대한
판단은 흔히 잘못된 것이 많다. 이러한 직관적 판단의
대표적인 예가 '양의 보존개념에 관한 실험'이다. 이
실험에서 유아에게 똑같은 높이로 물을 채운 똑같은
컵 2개를 보여주고서, 두 개의 컵에 같은 양의 물이
들었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그렇다고 대답한다. 다음에
실험자가 한 개의 컵에 들은 물을 높이는 낮고 밑면적은
더 넓은 컵에 옮겨 붓고나서, 물의 양이 여전히 같은
지를 물어보면 전조작기 아동의 반응은 2가지로 나눠진다.
반응 하나는 '보전개념'을 이해하지 못해, 두 개의
컵에 들은 물의 양이 같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이쪽
물이 더 높이 있으니까, 이게 많아요" 하고 말하거나
아니면 "이쪽 물이 옆으로 더 많아요" 하는
식으로 높이나 넓이 중 한가지 차원에 얽매여서 양이
같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조금 더 수준높은 반응은
"이쪽이 더 높으니까 많아요"라고 했다가
다시 "아니, 이 쪽이 더 넓으니까 많아요"하는
식으로 혼란스러워하는 경우이다.
자아중심성도
이 시기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자아중심성'은 이기적인
것과는 다른 것으로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는 능력의
부족을 말한다. 예를 들면, 세 살된 딸이 있는 엄마가
아파서 누워있다. 옆에서 엄마를 안쓰럽게 지켜보던
딸은 평소에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토끼인형을 엄마
옆에 놓아주며 "엄마! 좋지?" 라고 말한다.
이러한 아이들의 행동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반영하는
것으로 엄마의 관심이 자신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필자에게 치료를 받던 아이 중, 치료가
끝나는 날 자신이 가장 아끼는 짱딱지(고무 플라스틱
딱지)가 가득 담긴 반찬통을 필자에게 내밀며 선물이라고
주고 간 적도 있다.
(3)
구체적 조작기(7- 11세)
이
단계에 있는 아동들의 인지 구조는 전조작기에 있는
아동들에 비하여 현저하게 발달된 형태를 띤다. 자아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게 되며, 보존개념을 획득하게 된다.
위에서 설명한 '양의 보존개념 실험'에서 구체적 조작기의
아동은 세 가지 논리에 의해 보존개념을 획득해 간다.
첫째 논리는 '물을 더 붓거나 부어 내버리지 않았으므로
물의 양은 같다'라고 대답하는 '동일성의 원리'이고,
두 번째는 '이 컵은 여기가 더 길지만, 저 컵은 여기가
더 넓다. 따라서 물의 양은 같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때 적용되는 논리는 한 변화가 다른 변화로 인하여
서로 상쇄된다는 '보상성의 논리'이다. 셋째는 '이것을
전에 있던 컵에다 그대로 다시 부을 수 있기 때문에
두 컵의 양은 같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이것은 '가역성의
논리'이다.
또한
이 시기에는 사물이나 대상을 크기, 무게, 밝기 등과
같은 특성에 따라 차례로 순서를 매길 수 있는 '서열화'의
능력을 갖추게 되며, 또 대상과 대상간의 공통점과
차이점, 관련성을 이해할 수 있는 '유목화'의 능력을
갖게 된다. 유목화의 대표적인 예로는 비행기, 자동차,
배는 서로 다르지만 '운송기관'이라는 공통성으로 인해
한 범주로 묶을 수 있다는 것이다.
(4)
형식적 조작기 (11-15세)
구체적
조작기에 있는 아동들이 현존하는 사물이나 현상에
국한하여 조작적 사고가 가능한데 비하여, 이 단계에
있는 아이들은 현존하는 것을 초월하여 여러 가지 가능한
경우를 가정한다. 예를 들면, 새로운 과학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들은 단지 관찰 가능한 실험 결과에만 집착하지
않고, 그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경우를
동시에 생각하기 때문에, 실제로 나타난 현상은 가능한
여러 결과중의 하나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다.
형식적
조작의 사고가 가능한지 알아보는 것으로서 피아제가
고안한 유명한 실험은 고전적 물리학에 관한 문제인데
추의 진동에 관한 것이다. 길이, 무게, 높이, 힘 등의
상대적 효과를 잘 고려해야만 대답할 수 있는 문제인데,
이 실험에서 형식적 조작의 사고가 가능한 아이들은
효과적인 실험을 설계하고, 이를 잘 관찰하여 타당한
결론을 끌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항상
형식적 조작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또, 이 시기가
되면 처음으로 도덕적, 정치적, 철학적인 생각과 가치문제
등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다른 사람의 사고과정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은 문제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 등의 문제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피아제는
주로 '평균적' 아동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으며 교육과
문화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우선 피아제에 의하면 아동은 어른에게서
직접적인 가르침 없이도 자연적으로 자신의 인지 구조를
발달시킨다고 하였다. 피아제는 특정 발달단계에 도달하여야지만
특정한 인지적 능력이 획득된다고 보았다. 물론 피아제가
훈련이나 학습의 효과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피아제의 인지발달
단계는 선행학습이 보편적인 관행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적
현실을 생각할 때 한번쯤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피아제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아직 언어와 상징이
발달되지 않은 2세 미만의 어린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문자나 수리 학습은 상당히 부적절한 접근이라 할 수
있겠으며, 자칫하면 인지적 혼란만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소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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