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탐험 동물의 세계'를 보면 가끔 새끼 오리들이 사람을
마치 자기들의 어미오리처럼 졸졸 따라다니는 장면이
나온다. 어떤 새끼 오리들은 강아지를 졸졸 따라다닌다.
강아지가 아무리 짖어대고 도망을 가도 새끼 오리들은
정말 열심히 죽어라하고 강아지를 따라다닌다. 이 장면을
보고 "죠류가 머리가 나쁘다더니.."하고
쯧쯧 혀만 찰 노릇이 아니다. 이러한 새끼 오리의 행동은
우리 인간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유명한
동물생태학자인 '로렌츠'는 동물들의 본능적 행동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였는데, 이러한 연구는 훗날 애착이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로렌츠는 동물들의 경우, 종에
따라서 다르지만 어미에 대한 애착반응은 생후 초기에
결정된다고 보았다. 하위동물은 출생 직후부터 어미를
따르며 이런 행동은 본능의 결과로 보았다. 그러나
만약 새끼를 낳자마자 어미와 분리시켜 인위적으로
다른 움직이는 물체로 대치시킨다면 그 새끼는 그 물체를
따르게 된다. 특히, 그 물체가 만약 결정적 시기에
제시되었다면 새끼는 어미가 자기에게로 돌아온 후에도
계속 그 물체를 따르게 된다. 하위동물에서의 이러한
애착상태를 각인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각인은 후의
'사회적 행동'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된다.
로렌츠의
이 연구가 인간발달에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것은 동물에
속하는 인간도 역시 같은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하위동물에 대한 연구에서 어떤 종은 태어난지 몇시간이,
또 어떤 종은 몇 일 동안이 결정적 시기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아직 인간의 경우에는 정확한 시간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동물에 대한 연구에서 결정적 시기는 공포반응이
시작될 무렵에 끝난다는 것을 볼 때, 인간의 경우 8,9개월경에
낯가림이 가장 극심하게 일어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전이 애착 형성의 민감기라고 보여진다.
애착이란
아동과 아동을 돌보는 양육자간의 강한 정서적 유대를
말한다. 애착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인간 발달에
매우 중요하다. 먼저 애착은 연약한 아기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다. 아기와 엄마간의 강한 유대감이 있어야
엄마는 피곤하고 귀찮아도 기꺼이 한밤중에 일어나
아기에게 젖을 먹인다. 또한 애착은 아기에게 자신,
타인, 그리고 세상에 대한 개념을 형성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301호와 302호에 각각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아기가 있다고 하자. 아기가 울 때마나 301호
엄마는 얼른 달려와 아기가 어디 불편한지, 배가 고픈지
살펴보고 아기의 욕구를 채워준다. 또한 아기를 안고
비벼주고, 가끔 노래와 동화도 들려준다. 한편
302호 엄마는 걱정이 많다. 아기를 낳으니 더 할 일은
많아지고 피곤함이 찌들어 사는 느낌이다. 어느날은
특히 더 기분이 가라앉고 아무 것도 하기 싫다. 그
때 아기가 운다. 엄마는 아기의 울움소리가 너무 지겹고,
갑자기 자기 신세가 끔찍해져서 화장실에 들어가 엉엉
울었다. 그렇게 실컷 울고난 후 아기에게 가보니 아기는
얼굴이 빨개진 채 가만히 누워있다. 이런 상태로
몇 달이 흘렀다고 해보자. 301호와 302호의 아기는
자기자신, 타인, 그리고 세상에 대해 다른 생각들을
발달시키게 된다. 301호 아기는 자기 자신이 참 괜찮다고
생각한다. "나는 돌봄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야" 라는 생각에 자기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편 엄마 또한 좋은 사람이다. "엄마란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구나. 아기를 돌보고, 배려하고.
내가 필요할 때 엄마는 언제나 내 곁에 있어. 나도
이담에 크면 저런 부모가 되야지" 라고 생각하며
타인에 대해 긍정적인 느낌을 갖는다. 세상은 어떤가!
살만한 곳이다. 세상을 따뜻하고, 우호적으로 지각하게
된다. 302호 아기는 어떤 생각을 할까? 우선 "난
형편없어. 돌봄이나 관심을 받을 자격이 없어"
란 생각에 자신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게 된다. 엄마에
대해서는 "엄마란 저런 거구나. 자기 추스르기도
힘들구나" 란 생각과 함께 엄마에 대한 화도 나게
된다. 또한 적절한 부모의 역할을 배울 기회를 놓치게
된다. 세상은 302호 아기에는 험난하다. 냉혹하고,
불친절한 곳이다. 영국의 정신분석학자인 보울비는
이렇게 유아가 애착대상인 부모와의 관계에서 형성한
개념들을 '내적 작동 모델'이라고 불렀으며, 이는 성장하면서
점점 정교하게 발전되어 아동의 건강한 발달, 특히
사회성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보울비는
애착발달 단계에 대해 기술하였는데 생후 3개월까지는(1단계)
애착 대상이 따로 고정되어 있지 않다고 하였다. 이
시기의 아기는 어떠한 얼굴에 대해서도 미소를 지으며,
누구라도 곁에서 떠나가 버리면 운다. 그러나 생후
3개월에서 6개월까지(2단계)에 이르면, 낯익은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다. 아기의 애착행동은 몇몇 익숙한 사람에게만
한정되며, 낯선 사람에 대해서는 경계를 하게 된다.
그 후, 3단계(6개월-3세)에 이르면, 아기는 보다 활동적이
되어 이리저리 기어다니게 되고, 애착 대상을 가까이
하는데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아기는 부모가
갑자기 떠나려고 하면 뒤따라가려는 반응을 보인다.
3세 이후는 4단계로 구분되는데, 이 시기의 아동은
보호자의 목표나 감정, 입장을 이해하여 자기의 행동을
그에 맞추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보다 복잡하고 풍부한
관계가 성립된다.
그
후, 에인스워드(M. Ainsworth)가 애착이론을 더 발전시켰는데
대표적 연구가 '낯선 상황'이라 불리는 실험이다. 먼저
어머니와 어린 아이(1세)가 실험실에 들어와 어머니는
아이를 작은 의자에 앉히고 다른 편에 가서 앉는다.
그때 낯선 사람이 들어와 아이와 놀이를 하려 하면
어머니가 돌연히 방을 떠난다. 잠시 후 어머니가 다시
돌아와 아이와 놀고 낯선 사람은 떠난다. 이러한 실험을
통해 어머니가 돌아왔을 때마다의 아이의 반응에 따라
세 가지 애착반응을 확인했는데 이를 '안정애착', '회피애착',
'저항애착'으로 분류했다. 그 후 메인(Main)과 솔로몬(Solomon)에
의해 '불안정 혼돈 애착'유형이 첨가되었다. 이러한
분류는 유아의 행동적 요소 뿐 아니라 정서적 요소를
이해하고 부모-유아간 관계에 대해 생후 첫 3년과 그
이후까지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1)
안정애착
안정애착유형의
유아는 혼자 있게 되거나 낯선 장소에서 낯선 이와
남아있게 되면 때때로 불안해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만약 불안해한다면 이는 분명히
어머니가 없기 때문이고 단지 혼자 있기 때문은 아니다.
따라서 친숙하지 않은 성인과 놀지 않으면서 놀잇감
탐색도 하지 않는다. 낯선 사람에 의해 다소 진정되거나
친숙하게 대할 수도 있지만 유아는 분명 낯선 사람보다
어머니와의 상호작용이나 접촉에 더 관심이 있다. 즉
어머니가 곧 돌아오면 유아는 어머니를 반갑게 맞으며(웃거나
때론 울면서 다가가기도 함) 어머니와 신체적인 접촉을
하고자 한다. 재결합 장면에서 어머니를 회피하거나
저항하는 경향은 거의 없다. 또한 어머니와의 접촉을
통해 이내 안도감을 느끼며 편안히 놀이와 탐색을 한다.
관찰 결과 이러한 안정 애착 유형 유아의 부모들은
유아의 정서적 신호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주며, 아기
스스로 노는 것을 충분히 허용해준다. 또한 이러한
부모들은 자신의 아동기시기 애착관계에 대해 긍정적이고
자율적인 내적 표상을 나타내었다.
(2)
회피 애착(불안정)
'회피적'
행동을 보이는 유아는 낯선 상황에서 어머니가 떠나가는
것에 대해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분리 전 장면동안에도
거의 어머니와 접촉하지 않으며, 만약 유아가 어머니에게
접근한다면 대개 도구적인 목적으로 접근한다. 첫 번째
분리동안 어머니를 찾는 행동을 거의 보이지 않으며,
불안해하더라도 어머니가 없어서라기 보다 혼자 남겨져
있어서 불안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은 낯선 사람이
있을 때 불안을 보이지 않고, 혼자 있을 때의 불안은
낯선 사람이 등장했을 때 감소된다. 이러한 유아는
어머니가 방에 다시 들어와도 무시하고 다가가려 하지도
않으며 인사를 하더라고 어쩌다가 슬쩍한다. 만일,
어머니가 방으로 다시 들어와 유아에게 접근하려 하면
유아는 다른 방향으로 몸을 돌린다. 또한 안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안아 올렸을 때 내려가려고 버둥거리며,
내려놓아도 별 저항을 하지 않는다.
회피적인
유아의 행동은 스트레스가 없어서라기 보다는 어머니와의
분리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대한 전략을 회피반응으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겉으로는 표현되지 않아
진정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엄마와 재결합한
이후에 빨리 진정되지 않으며 이는 질적으로 좋은 놀이로
빨리 돌아가지 않는 것으로 알 수 있다. 그리고 회피적인
유아는 낯선 사람을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대하는 경향이
있는데 때론 어머니에 비해 낯선 사람을 덜 회피하고
만약 화가 났다면 어머니보다 낯선 사람에 의해 보다
잘 진정된다.
(3)
저항 애착(불안정)
이
유형의 유아는 최소한의 불안상황에서도 과잉 경계한다.
일반적으로 낯선 상황에서 '부적응적인' 행동을 보인다.
다른 유형의 유아들보다 더 화를 내는 경향이 있거나
눈에 띄게 수동적이다. 어머니와의 분리 전 장면동안
낯선 이에 대해 접촉하거나 상호작용을 시도하지 않으며
심지어 분리 동안에도 낯선 이와의 상호작용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머니의 부재에 대한 심한 불안으로
분리 동안 격렬한 행동(화내기, 울기, 발 차기, 분노로
바닥에 엎드리기 등)을 나타낸다. 어머니가 돌아오면
강한 정도의 접근과 접촉을 추구하지만 그와 함께 분노와
저항적인 행동을 나타내면서 편안해하지도 않고 놀이도
하지 않는다. 즉 어머니에게 양가적인 행동을 심하게
나타내는데, 이런 고양된 분노 행동은 반응을 잘 보이지
않는 양육자로부터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과장된
애착 행동의 전략으로서 해석된다.
(4)
불안-비조직화 애착
애착형성이
불안정하면서도 회피와 저항의 어느 한쪽에도 포함시키기
어려운 유아를 말한다. 이런 유아들은 어머니와 다시
만났을 때 상반된 행동 패턴을 잇달아 또는 동시에
나타낸다. 즉 매우 강한 애착행동이나 분노 행동을
표현한 후 갑자기 회피하거나 얼어붙거나 멍한 행동을
보인다. 또한 목표가 불분명하거나 그릇된 방향인,
불완전한, 그리고 중단된 움직임과 표현을 하거나,
불균형적인 움직임, 시기가 맞지 않는 움직임, 상동증,
이례적인 자세, 얼어붙음, 가만히 있음, 그리고 느린
움직임과 표정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부르거나
접근했을 때 바로 강한 두려움이나 불안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두려운 표정으로 뒤로 홱 돌아가거나 머리와
어깨를 움추리며 멀리 도망가거나 손을 입에 넣기도
한다.
이러한
애착유형에 대한 결과에서 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애착유형이 단지 부모-자녀 세대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이러한 애착 유형이 세대간으로 전이된다는
것이다. 여러 연구들에서 할머니 - 엄마 - 아기, 3세대간의
애착 유형을 연구한 결과, 할머니와 엄마의 애착유형과
엄마와 아기간의 애착유형간의 일치도가 매우 높음을
발견하였다. 이는 '학대받고 자란 아이가 커서 학대하는
부모가 된다'라는 유명한 말처럼 어려서 자신의 부모와
신뢰롭고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게 되면 그것이
적절한 부모 역할을 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고,
결국 자신의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는 세대간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올바른 자녀 양육에 대해 배우고 배운 것을 적극적으로
실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애착이론이 발표되기 전에는 아이가 울 때마다 안아주면
더 울고 버릇이 없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는
아이에게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면 덜 울며 짜증을 덜
부린다는 에인스워스의 결과와, 이러한 어머니의 민감성에
기초하여 안정되게 애착된 영아가 주변환경을 더 탐색하는
경향이 있으며 유아기에는 사회적 관계에서 더 유능하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영아를 돌보는 양육방법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애착이론이 자녀양육에 시사하는
또 다른 점은 주로 신체적 돌봄에만 치우쳤던 영아기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아기와의 안정적인
애착을 위해 중요한 어머니의 역할은 '민감성'과 '자극자'의
역할이라는 점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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