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서
아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면서 아이에게 가는
부모의 손길도 점차 줄어드는 시기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를 믿기 때문에 내버려두는
경우가 많지만 아이는 부모의 애정과 관심을
잃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 동생이
태어나 부모의 관심이 그쪽으로 집중되면
아이는 심한 질투심을 느끼게 된다. '나도
아기야' 하면서 기어다니거나 갑자기 우유병을
찾기도 하며 잘 가리던 대소변을 실수하기도
한다. 이런 아이를 야단치거나 비웃으면
아이는 정신적 상처를 입게 되므로 동생을
돌보는 일에 동참시키고 애정과 관심을
끊임없이 표현해 주어야 한다.
사고능력이 상당히
발달해 있기 때문에 꽤 논리적으로 거짓말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보다 어린 나이에도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서거나 허구와 사실을 혼동해서 하는
단순한 거짓말에 불과하다. 약속하지 않았는데도
'아빠가 인형 사온다고 했다'거나 없는
동생을 '있다'고 우기기도 한다. 그러나
만 4세 이후가 되면 자기의 잘못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낙서를
해놓고 안 했다고 잡아떼거나 장난감을
망가뜨려 놓고 다른 아이가 그랬다고 책임을
전가하기도 한다. 스스로 잘못한 것을
알기 때문에 꾸중이 두려워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이때 아이를 추궁하거나 거짓말한
것에 대해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보이면
아이는 죄의식을 갖게 된다. 거짓말은
나쁘고 자기가 한 일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은 가르쳐 주되 아이가 거짓말을 하게
된 동기를 헤아려 이해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울고 떼쓰면서 그때그때
감정을 표현하던 아이가 이 시기가 되면
부모의 반응에 따라 감정을 숨기는 일이
잦아진다.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줄 알게
되고 인내심도 생겼기 때문이지만 감정을
자제하는 일이 많아지면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특히 감정을 표현할 때마다
'네가 애기야?' 하거나 야단을 치게 되면
아이는 느낀 바를 그대로 드러내는 일에
두려움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아이가
감정을 표현할 때는 다독거려 주고 대화를
통해 진정시켜야 한다. 또 그림을 그리게
하거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소재를
제공함으로써 다른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 언어
문법적으로도 틀리는
일 없이 비교적 정확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 생각을 말로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다. 간혹 성격이 급해 말을
더듬거리거나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정리가
잘되지 않아 횡설수설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때 아이를 재촉하거나 짜증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은 금물이다. 대신
아이의 말에 맞장구를 치듯 정리를 해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서로 인형을
갖겠다고 00랑 00가 싸웠어?" 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아이는 자기 말이
엄마에게 잘 전달된 것에 안도하면서 엄마의
정돈된 표현을 통해 논리적으로 말하는
법을 익힐 수 있다.
만 4세 이상이 되면
상상해서 말할 수 있게 된다. 이전에는
그림을 보고 그 내용을 유추해서 말하는
식이었지만 지금은 미처 끝맺지 못한 이야기의
뒷부분을 상상하거나 그림의 내용보다
확대된 이야기를 상상해서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이야기를 들려주다 말고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라고 물으면 나름대로
이야기를 꾸며낸다.
물건의 정확한 단위는
복잡하기 때문에 만 4세 이상이 되어야
익힐 수 있다. 이전까지는 모든 것을 '∼개'라고
세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람도 '한 개,
두 개'라고 세는 식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기본적인 단위를 가르칠 수 있다. 그림책을
보거나 길을 걸으면서 "모두 세 사람이네"
"자동차가 한 대, 두 대…"
하며 자연스럽게 정확한 단위를 말해주면
된다. 신발을 세는 '켤레', 동물을 세는
'마리' 정도는 충분히 기억하고 사용할
수 있다.
집밖에서 또래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생소한 말을
배우기 시작한다. 느닷없이 욕설을 내뱉어
엄마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처음 들은 말이 신기해서 사용하는 것일
뿐 아이가 욕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말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엄마의
반응 때문에 그것이 '나쁜 말'이라는 정도의
인식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욕을 배우는
것도 성장과정의 하나이므로 화를 내거나
당황하지 말고 '나쁜 말'이라고 일러주어
함부로 사용하지 않도록 지도하는 것이
좋다.
3) 인지
기억력과 사고력이
상당히 발달돼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이나
상황에 대해 스스로 설명할 수 있다. 울고
있는 아이를 보고 '엄마한테 혼났나봐'라며
상당히 논리적으로 원인을 추측하거나
'이불을 덮지 않고 자면 감기에 걸린다'는
식으로 결과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사고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놀이를 많이
하는 것이 이 시기 인지발달에 좋다. 처음에는
경험을 바탕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거나 그림을 보여주며 원인과
결과를 추측해볼 수 있도록 하고 점차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내용으로 발전시켜
나가도록 하는 것이 좋다.
경험해보지 못한
일에 대해서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 있을만큼 상상력이 발달한다. '새처럼
하늘을 날면 어떤 기분이 들까?'라고 물었을
때 이전에는 단순히 '좋아'라고 대답하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실제로 새가 되는 상상을
해보고는 '구름 위로도 올라갈 수 있어?'
하는 식이다.
아직 시계는 볼
줄 모르지만 시간의 흐름이나 때에 대한
개념은 생긴다. 이전에는 '조금 있다가
하자'고 하면 수긍을 해놓고도 당장 해달라고
조르기 일쑤지만 이제는 '조금있다가'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때문에 참고 기다릴 수
있다. 날짜에 대한 개념은 없지만 어제와
오늘, 내일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수 있고
비교적 정확하게 사용한다. 그러나 모레,
그제와 같은 하루를 건너뛴 날짜는 아직
이해하기 어렵다. 또 아침, 낮, 저녁,
밤 등으로 하루를 대략적으로 구분할 수
있고 시간의 순서도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늘 낮에 뭐했니?'라고 물으면 실제로
낮에 한 일을 얘기할 수 있고 '세수하고
나서 밥 먹고 엄마랑 백화점에 갔다'는
식으로 일이 일어난 순서대로 나열할 수
있다.
4) 사회성
엄마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시기다.
엄마 없이도 친구들과 몇 시간씩 바깥에서
놀 수 있게 되며 친구집에 놀러가는 것을
좋아한다. 이때는 안전사고의 위험만 없다면
굳이 아이를 따라다닐 필요가 없다. 친구들과
노는 일에 푹 빠진 아이는 엄마가 곁에서
간섭하는 것을 오히려 귀찮아한다.
친구들과 싸우지
않고 잘 놀고싶은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자기 주장만을 내세우는 행동은 많이 줄어든다.
또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고
규칙에 대한 이해도 생겨서 친구가 싫어하는
행동이나 피해가 될만한 행동은 스스로
조심하는 모습도 보이게 된다. 이처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에 이
시기에 나타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양보심이다.
자기 중심적이던 아이가 양보심을 갖게
된다는 것은 타인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자기 물건이지만 친구가 원하면
서슴없이 빌려주기도 하고 놀이순서를
양보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분이 나쁠
때나 싫어하는 상대한테는 여전히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며 양보를 했다가 쉽게 변덕을
부리는 경우도 있다.
만 4세 이상이 되면
모든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로 구분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전에는 할머니는
그저 할머니일 뿐이었지만 이제는 할머니인
동시에 여자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자는 엄마가 되고 남자는 아빠가
된다는 식으로 사회적인 성 역할에 대해서도
눈뜨게 된다. 이처럼 성 역할을 인식하게
되면서 아이들은 동성의 친구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동성의 부모를 모방하기
시작하며 남자 일과 여자 일을 구분 짓고
싶어한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역할놀이를 통해 성 역할을
배우는 경우가 많으므로 여자도 회사에
다니고 의사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 아이에게 '남자가 울면 못써' '너는
여자애니까 얌전하게 굴어야지' 하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주어 아이의 사회적 활동반경에 제약을
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 이 시기의 중요한 포인트-이중독백
만 4세가 지난 딸이
친구를 데리고 집에 놀러왔다. 엄마는
아이들끼리 놀도록 하고 과자와 과일을
준비해 아이들이 놀고 있는 방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무슨 놀이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
즉시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아이들이 하고
있는 대화를 엿들었다.
친구: 얘는 산에서만
살아. 그래서 물 속에 들어가면 죽는대.
딸: 우리 아빠는
맨날 술만 먹는다.
친구: 그런데 나쁜
사람이 얘를 데리고 물 속으로 들어가
버렸어.
딸: 그래서 집에
오면 잠만 자.
문 밖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엄마는 당황한다. 혹시, 우리
아이가 말귀를 못 알아 듣는 것은 아닌가?
왜 친구가 이야기하는 것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혼자서 하고 있을까? 평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하지만 딸만이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딸의 친구도 전혀 딸의 이야기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은 서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이해
못해서 그런 것일까? 물론 그들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너무도 잘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기에 나타나는 아이들의 대화는 서로
자신의 정보와 생각을 교환하기보다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만 전달하는데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인지이론으로 유명한
피아제는 이러한 대화법을 '이중독백'
혹은 '집단독백'이라 했다. 위의 예에서
보자면 딸이 말한 것은 친구가 말한 내용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딸과 친구는 서로
상대방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지만
그것은 다만 자기의 말 할 차례를 기다리는
것일 뿐이다.
만약 부모들이 이러한
상황을 목격하고 아이들의 놀이에 개입해서
"왜 너희들은 이상한 이야기들만
하고 있니?" 하고 끼어들게 되면
아이들만의 모처럼의 즐거운 놀이는 거기서
깨져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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