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존스 홉킨스 대학의 소아정신과 의사였던 레오 카너(Leo Kanner) 는 1943년에
'조기유아자폐증'이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카너는 '총명한 용모,
상동증적 행동, 높은 기억력, 기계조작의 선호'등을 특징으로 하는 유아들에 대해
보고하면서 종합실조증(정신분열증)의 상태를 나타내는 용어인 '자폐(自閉)'라는
단어를 사용해 '자폐증(autism)'이라 명명하게 됩니다. 이러한 용어 때문에 오늘날
많은 논란이 되고 있고 이러한 논란과 더불어 용어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어떤 용어를 써야 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용하는
사람들에 따라서 다양하게 사용되거나 해석되고 있습니다.
우선 영어의 autism의 유래를 보면 희랍어 아우타(auio)에서 나온 말입니다. 이
뜻은 '자기 자신만의 세계속에 고립된 증세'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 용어가 의미하듯
카너 자신은 자폐증의 원인은 부모의 애정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라 생각해 자폐증아의
엄마를 차가운 엄마라는 의미인 '냉장고 엄마(Refrigerator mother)'라고 부르며
애정을 갖고 양육하게되면 치료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카너는 자폐증을
종합실조증의 유아판이라 생각해 '소아분열증'이라고도 불렀습니다. 그리고 카너는
자폐증아에 대해 '선천적인 지적장애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마음을 닫고 있을뿐
원래는 총명했을 것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카너는 이 이후에 자폐증 연구에서
자신의 가설에 반하는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면 자신의 가설의 실수를 인식하고 정정해
나갔습니다.
카너의 논문발표의 이듬해인 1944년에 오스트리아의 소아과 의사였던 한스 아스퍼거가
카너의 보고보다도 한층 가벼운 증상이지만 공통점이 있는 일련의 아이들을 보고합니다(양자의
교류는 없습니다). 당시 유럽은 대전중이었고 오스트리아는 패전국이었기 때문에
이 보고는 전승국측에서는 80년대까지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스퍼거와 관련된
자료는 별도로 정리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와 같이 카너의 논문발표후부터 1960년대까지 정신분석가의 브르노 베텔하임(Bruno Bettelheim)
등에 의한 후천적 원인설(냉장고 엄마 이론-Refrigerator mother)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각지의 치료시설에는 학대에 의한 원인이라면 그 반대로 하면 치료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팽배해 '절대수용'이라고 하는 치료방법이 인기를 끌었지만 그다지 치료효과는
없었고 오히려 성년이후에 사회적응에 문제가 나타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베텔하임
자신도 장애아 입소시설의 소장이었는데 입원아동에 대한 학대나 데이터조작 등이
있었다는 의혹이 끊이질 않았고 그는 결국 나중에 자살하고 맙니다.
1960년대 후반 영국의 마이클 러터(Michael
Rutter)에 의해 자폐증은 선천성 뇌장애라고 하는 설이
발표되어 자폐증 학계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향을 맞이하게
됩니다. 현재도 자폐증의 원인에 대한 설은 다양하게 주장되고
있지만 현재 대부분의 주장은 러터의 가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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