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세계적으로 정신과적 장애와
관련된 용어는 미국정신의학회(APA)에서 발간하고 있는
'DSM'을 가장 많이 채택하고 있습니다. 1952년부터 발간되고
있는 DSM은 현재 DSM IV(1994)까지 나와 있는데 60여년전 이 질환이 처음 알려질 당시부터 지금까지 질병자체에 대한 수많은 개념의 변화가 있어왔고, 사용하는
진단용어 및 분류까지도 변화가 지속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초기에는 카너의
영향을 받아 정신병의 개념으로 파악해 “정신분열증적 반응, 정신분열증, 아동기형(schizophrenic reaction or
schizophrenia, childhood type)"이라는 병명아래, ”아동에서의 정신병적 반응, 일차적으로 자폐증 양상을
나타내는(psychotic reactions in children, manifesting primarily autism).“ 것(DSM-I(APA, 1952))으로 이해되었습니다.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겨우 발달에 문제가 있는 장애로 인정받게 되었는데
이때 바로 DSM-Ⅲ(APA,
1980)에서 현재까지 사용 중인 전반적 발달장애(Pervasive Development Disorders-PDD)라는 용어를 도입하여 광범위한 발달장애의 하나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여기에서는
전반적 발달장애를 3가지로 분류하게 되는데 유아기 자폐증(Infantile Autism-30개월 이전 발병), 소아기발병 전반적발달장애(Childhood
Onset 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 30개월 이후 발병), 비전정적 전반적발달장애(Atypical
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가 그것입니다.
1987년에는
DSM-Ⅲ를 보완한 DSM-Ⅲ-R(APA, 1987)이 출판되는데 전반적
발달장애의 개념을 더욱
넓혔습니다. 하지만 진단명은 좁혀서 자폐성 장애(Autistic Disorder)와 전반적발달장애, 비전형적
전반적발달장애(Pervasive Development
Disorders Not Otherwise Specified: PDD-NOS)로만 간단하게 나누었습니다.
이렇게
발전을 거듭하여 가장 최근의 진단분류체계인 DSM-Ⅳ(APA, 1994)에서는
전체 PDD라는 커다란 진단분류아래 다음과 같은 5가지의 소분류를 하고 있습니다.
a. 자폐성 장애(Autistic Disorder): 전형적인 자폐증
b. 레트 장애( Rett's Disorder) c.
소아기 붕괴성 장애(Childhood Disintegrative Disorder) d. 아스퍼거 장애(Asperger's
Disorder) e. 달리 분류되지 않는 전반적 발달장애 (비전형적 자폐증 포함) 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 Not Otherwise Speicified (PDD, NOS): 발병 연령이 늦은 경우, 비전형적인 증상, 충분한 진단
준거에는 도달하지 못하는 정도의 증상을 보이는 비전형적인 자폐증(atypical autism)이 여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분류체계가 자폐증과 관련된 용어에
대한 혼란을 더욱 가중시킨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즉, 요즘 많이 사용되고 있는 용어중에 '자폐적
성향'이니 '유사자폐'니 하는 용어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자폐적장애의 분류기준에 맞지 않으면 전문가들이
달리 진단을 내리기 힘들어 이와 같은 용어로 진단을 내리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저희 상담센터를 찾아오시는 분들중
전문기관에서 '발달장애'나 '전반적 발달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는 분들이 많은데 이를 모두 '자폐증'과 동일어로
혼동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같은 잘못된 진단을
내리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잡은 듯 합니다. 하지만 발달장애나
전반적 발달장애란 진단명이 아니라 진단분류입니다. 즉,
발달장애의 범주에 언어장애, 학습장애와 같은 장애들이
포함되고 전반적 발달장애의 범주에도 자폐성장애뿐만 아니라
레트장애나 소아기성 붕괴장애 등이 포함되는 것입니다.
특히 '발달장애'라는 용어의 출처는 의학적 용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 용어입니다.
이와
같이 자폐증을 구분하기가 어려운 것은 그만큼 자폐적 특성을
보이는 사람들의 특징들이 모두 똑같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이것을 가장 잘 표현하는 용어가 자폐 스펙트럼(spectrum)이라는
용어인데 이는 1996년에 로나 윙(Lorna Wing)이 제안한
용어입니다. 즉, 스펙트럼은 일곱색깔 무지개가 변하는
과정을 통해 설명 가능한데 빨강색에서 주황색으로 변할
때 우리는 빨강색과 주황색만 구별 가능하지만 그 중간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미묘한 변화들이 연속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폐증에 있어서도 모든 기능이 다 떨어지는
전형적인 자폐증이 있고 어떤 한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서번트 증후군'도 있으며 '아스퍼거 장애'도 있고
고기능 자폐증도 있습니다. 이렇게 구분되는 자폐증상뿐만
아니라 이들 중간중간에도 어떤 기능이 더 떨어지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어떤 기능이 더 탁월한 사람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구분하지 말고 모두 하나의 연속체로 보자는 것이
'자폐 스펙트럼'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입니다.
여기서
고기능(high functioning) 자폐증이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이는 저기능(low functioning) 자폐증에 상반되는 용어로
사용됩니다. 저기능 자폐증을 전형적인 자폐증이라고도
부르며 카너증후군(Kanner's
Syndrome)이라고도 부릅니다. 또한 고기능 자폐증을 아스퍼거 증후군과 동일시
하기도 하고 또다른 특징의 자폐증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연구는 계속될 것이고 용어 또한 바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올바른 용어사용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진단명에
따라 치료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유사자폐'라는 용어는 '반응성 애착장애'를
대신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형적인 자폐증상'이 아닌 경우에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자폐증과 반응성 애착장애는 전혀 다른
장애이며 그렇기 때문에 치료방향도 전혀 달라지게 됩니다.
자칫 이러한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현재 의학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