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의 특징으로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이 '대인관계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대인관계문제와 결부되어 최근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것이 '마음의 이론'입니다. '마음의 이론'이 자폐증 아이들에게는
결여되어 있다는 주장인데 최근 몇 년동안 심리학이나 정신의학
분야에서는 이러한 마음의 이론을 주제로한 논문이 속출하고
있을 정도로 유행하고 있습니다. 마음의 이론에 관한 개략적인
언급은 '템플 그랜딘은 진짜 자폐증 환자일까?'라는 앞의
글에서 이미 간단하게나마 말을 했지만 다시한번 요약해보면
'마음의 이론'이란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말합니다.
즉, 상대가 생각하고 있는 것, 느끼고 있는 것을 추측하는
능력이 자폐증 환자에게 특히 아이들에게는 결여되어 있거나
혹은 그러한 발달부분에 장애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신이
말한 것을 상대는 어떻게 생각할까? 어떻게 느낄까? 라고
하는 것을 우리는 끊임없이 추측하면서 다음 말이나 행동으로
옮기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을 일일이 의식하지 않고 행하게
됩니다. 자신이 한 말을 상대는 어떻게 느낄까? 하는 것을
정확히 추측하지 못하면 사회적인 행동이나 상식적인 행동을
취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폐증 환자들은 사람
앞에서 갑자기 괴성을 지르기도 하고 갑자기 사람의 뺨을
때리기도 하는가 하면 누군가 있는 곳에서 자위행위를 하기도
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 앞에서는 하지
않는 일들을 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창피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습니다. 이것은 마음의 이론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다는 것을 설명해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추측할 수 없고 상대방의 마음까지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창피하다거나 수치심을 느끼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이론이 인기를 끌면서 자폐증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한 오해의
소지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자폐증 아이들은 '마음이 없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임상장면에서도 무조건 끌고가면된다는
강압적인 행동수정방식이 체택되는가 하면 정서적 배려가
전혀 없는 '폭력적인 치료'방법까지 동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폐증 아이들에게 있어 마음이론의 기능적 결함은
분명 발견되지만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마음'이란 그렇게 고상하고 고급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인지능력의 레벨입니다. 즉,
1.
물리적 정보로부터 사람과 물건을 식별하는 능력 2.
많은 사람들 중에서 유익한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을
식별하는 능력 3. 타인의 '마음'을 느끼는
능력 4. 그러한 타인의 마음에 대해 자신이
어떻게 하면 좋은지 판단하는 능력
이러한
능력을 갖춘후에 처음으로 사람은 타인의 마음에 반하지
않는 사회적인 행동을 취할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능력이
우수한 사람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파악할 수 있고 호감을
얻기 위한 행동을 취함으로서 인기인이 됩니다. 하지만
자폐증 환자가 일으키는 일상적인 트러블의 대부분은 이러한
능력의 결여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사람과
물건의 구별이 가능하고 타인을 사람으로서 인식하고 접촉하는
것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정확성'이라는 문제가 남습니다.
이러한 부정확성으로 인식하는 행동은 사회생활상의 곤란의
원인이 되고 본인에게 있어서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임상적으로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 모두를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까지
그러한 경계를 정할 것인가, 하는 '기준'을 만들어 여러
가지 진단이 내려지는 것입니다.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나 '학습장애'의 경우도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곤 합니다. 감각레벨에서의
Input이 적고 정보를 통합하는 힘이 약해서 나타나는 문제가
사회적 기술의 약화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폐증에
있어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단지 사람과의 접촉방법상의 차이일뿐입니다. 다음의 예들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자폐증 환자라도 거짓말을 합니다. 하지만 사람을 속이기
위한 거짓말은 아닙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거짓말입니다.
아무리 야단을 맞아도 무슨 일인지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할지라도
'해 버린 일'이 있다면 숨길려고 합니다. 사람을 속일려고
해도 금방 들통날 행동들을 하기 때문에 결국 사람을 속일
수가 없습니다.
사람에게는
'마음'이란 것이 있어 놀리고 싶은 기분이 들어도 타인의
입장에 서보지 않는다면 금세 들통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게다가 상대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속일
수도 없습니다.
2.
타인의 마음의 움직임을 추측할 수 없다기보다도 자신의
주관이 우선하기 때문에 자신의 기분만을 말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들면 '빵을 좋아한다'고 해서 사가지고 왔는데
'안먹어'라고 말하며 화를 냅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애써
사온 사람의 마음을 배려해서 "지금은 그다지 먹고싶지
않으니 나중에 먹을께요" 라든지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라도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자폐증 환자들은
지금 그 빵이 먹고싶은지 어떤지에 너무 솔직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지금
먹고싶지 않아도 그 빵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고 잘 생각해보면
사람의 호의를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타인에게도 마음이라는
것이 있어 입장이 있다는 것은 머리 속에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용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3.
눈앞에 나타난 사람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먼저 자신에게 호의를 갖고 있는지 어떤지, 이해해 주는지
어떤지, 즉 '자신에게 안전한지 어떤지'를 체크하게 됩니다.
따라서 좋지 않다고 판단하면 평정심을 잃게 되어 패닉상태가
되거나 도망치거나 나쁜 말이나 행동을 하거나 심지어 병에
걸리기도 합니다. 이는 그러한 수단을 이용해서 그 현장을
회피하려는 수단입니다.
우리들이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똑같은 한 사람을 두고도 그 평가가
극과극을 이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우리의 '마음'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자폐증 환자를 보는 일반인들의
평가도 다양합니다. '마음이 없다' '고집이 세다' '남을
의식하지 못한다'는 등의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마음이 순백처럼 깨끗하다' '자기 주장이 강하다'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등의 정반대의 평가도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어떤게 옳고 어떤게 그르다는 판단은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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