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공포는 인간의 생존과 안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이미
말했습니다. 불안과 공포반응이 없다면
인간은 각종 물리적. 신체적 위험에 대처하는 적절한 행동들을 개발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본질적으로는 적응기능을 가진 불안과 공포가 다소
변질되어서 인간들은 별로 위협이 되지 않는 대상에 대해서도 공포와 불안을 나타내게 되었습니다. 즉 부적응적 불안이 생긴 것입니다. 불안반응은 그
강도에
따라서 적응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부적응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적당하게 낮은 불안은 동기유지,
집중, 학업성취나 작업성취를 향상시켜줍니다. 그러나 높은 불안은 오히려 집중을 떨어뜨리고 성취를 낮게 만듭니다. 단, 불안이 전혀 없으면 동기유발이
되지 않습니다. 시험불안과 성취불안은 많이 연구된 주제인데 지금까지 일반적인 견해는 불안과 성취와의 관계는 '역 U 형 함수관계'라고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적응적
불안이라 불리는 불안장애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우선 '불안장애'로 불리는 비정상적인 원인이 아니라 정상적인 인성의 기능 속에서
불안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이유는 '불안'의 정확한 원인규명이
없이는 '불안장애'의 원인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1.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적 이론
역시 불안에 대해서 가장 잘 설명한 사람은 심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로이드입니다. 정신 분석학에서 불안은 매우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입니다. 그것은 인성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습니다. 또한 인성이 기능하는 역학에도 긴요한 것입니다. 프로이드의 신경증과 정신병에 관한 이론에서도
불안은 커다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정신 병리학적 상태의 치료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합니다.
(1) 현실적 불안
현실적 불안(reality anxiety)은 외부 세계로부터 오는 위험을
인식함으로써 발생되는 고통스러운 정서적 경험을 말합니다. 위험이란 인간 개체를 해칠지도 모르는 어떤 환경 조건입니다. 위험을 인식하고 불안을 일으키는
것은 어떤 점에서 선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특별한 대상이나 환경적 조건에 의해 두려워하는 성향을 타고나기 때문입니다.
객관적 불안은 어떤 특정한 외적 상황에 대한 현실적인 불안증세로서 공포와
비슷합니다. 무대 공포증, 대인 공포증, 시험 불안증 등이 그 예입니다. 특히 시험
불안증이 있는 학생은 일찍 시험지를 내고 자리를 떠납니다. 또 불안은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획득되어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어둠에 대한 공포는 선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불을 만드는 방법을 몰랐던 과거
선조들에 있어서 그들이 밤에는 계속 어떤 위험에 빠졌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어둠에 대한 공포가 학습되어질 수도 있는데, 그것은 주간보다는 야간에
공포스러운 경험을 하기가 더 쉽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유전과 경험이 함께 작용하여 어둠에 대한 공포를 만들어 냈을 수도 있습니다. 유전은 인간을
공포에 민감하게 만들고 경험은 그 민감성을 현실로 바꿔놓는 역할을 합니다.
어떤 경우든지 공포는 유아기와 소년기에 보다 쉽게 배우게 됩니다. 이 시기는
생명체로서 완전히 성숙되지 못하여 외부의 위험에 대처할 힘이 약한 것입니다. 이런 생명체는 흔히 공포에 압도당해 버립니다. 자아가 커다란 자극을
억제할 수 있을 만큼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불안에 압도당한 경험을 '충격적'이라 합니다. 그것은 인간을 위축시켜 무력한 유아기적 상태로
몰아넣기 때문입니다. 모든 충격적 경험의 전형은 '출생 충격(birth trauma)' 입니다. 갓 태어난 신생아는 지나친 자극을 받게 되는데,
태아로서 보호받고 있을 때에는 이러한 자극에 대한 대처 방법이 없었던 것입니다. 유아기 동안 어린
아이는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너무나 많은 상황에
처하게 되며, 이 충격적 경험을 기초로 하여 공포의 전 조직망을 발달시키게 됩니다. 그래서 성년이 된 후, 자신을 무력한 유아기적 상태로 몰아넣는
위협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불안의 적신호를 보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공포는 무기력한 어떤 시절의 경험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또 거기서 유발되어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 아이를 충격적 경험으로 부터 보호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불안의 적신호가 올 때 스스로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또 실제 배웁니다. 위험으로부터 도망치거나 위험을 배제하는 길을 모색합니다. 현실불안은 자아의 자기보존 본능의 발현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 신경성 불안
신경성 불안(neurotic anxiety)은 본능으로부터 위험을 의식할 때 발생합니다. 신경성 불안은 자아와 반
집중이 충동적인 행위를 시도하려는 본능의
대상 집중을 제어하지 못할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견을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신경성 불안은 다음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납니다. 그 하나는 부동적 형태의 우려로서
다소 적당한 환경이 조성되면 쉽게 그 환경에 빠져 드는 것입니다. 이 유형의 불안은 어떤 감당못할 무서운 일이 터지지나 않을까 늘 걱정하고 있는
신경성인 사람의 특징입니다. 흔히 그런 사람을 가리켜 자기 그림자도 겁내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경우, 그 사람은 차라리 자신의 이드를
두려워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실제 그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끊임없이 자아에 압력을 가하고 있는 이드가 자아의 규제력을
빼앗고 자아를 무력한 상태로 환원시키기 때문입니다. 신경증적 불안은 내적인 무의식적 갈등의 결과로써 불안이 나타난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딸이
어머니에 대한 강한 분노를 느끼고 있지만 딸은 내면적으로 이러한 분노를 억압하려고 노력합니다. 어머니에 대한 미움이 강하여 억압된 무의식적 감정이
의식세계로 나오려고 할 때 불안을 경험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또다른 형태의 신경성 불안은 강렬하고 비합리적인 공포입니다. 이것을
'공포증(phobia)'이라고 합니다. 공포증의 특징은 그 사람이 두려워하고 있는 대상이 가져오는 사실상의 위험과는 무관하게 강한 공포를 느낀다는
점입니다. 그런 사람은 나방이나 생쥐, 높은 곳, 군중, 광장, 단추, 고무, 길을 건너는 것, 여러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 물 또는 전구
따위를 숨이 넘어갈 정도로 두려워 합니다. 어떤 상황이든지 공포는
비합리적입니다. 그것은 불안의 근본 요인이 외부 세계보다 이드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신경성 불안의 세 번째 형태는 발작적인 반응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반응은
어떤 명백한 도화선도 없이 갑작스레 발생합니다. 사람들은 가끔씩 갑자기 난폭해져서 자신과 무관한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쏘아 죽인 한 살인자에 대한
기사를 읽습니다. 그는 자신이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스스로도 설명하지 못합니다. 다만 그가 의식하고 있는 사실은 너무나 화가 치밀고 긴장된
나머지 자신이 폭발해 버리기 전에 무슨 일이든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뿐입니다. 이와 같은 발작적인 반응은 방출 행동, 즉 자아와 초자아가
만류하는 데도 불구하고 이드가 원하는 사건을 터뜨림으로써 극도의 고통스러운 신경성 불안을 없애려는 것을 말해주는 사례입니다. 발작적 행동은
극단적인 반응의 형태이지만 대개의 경우 보다 덜 격렬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사람들은 평상시의 행동과는 다른 행동을 할 때마다 이런 반응을 보입니다.
특히 마구 욕설을 퍼붓는다거나, 가게에서 대수롭지 않은 물건을 슬쩍 훔친다거나, 아니면 누군가를 비난하는 언행을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반응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경우 그 사람은 자신의 충동에 따라 행동한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충동대로 행동하는 것은 이드가 자아에게 가하는 압력을
완화시켜 신경성 불안을 약간은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인성의 발달은 대부분 자아가 신경성 불안이나 도덕적 불안을 다루는 적응 방식과
작용 방법에 의해 결정됩니다. 공포에 대항하여 싸우는 것은 내적 성장에 있어 결정적인 요인 가운데 하나이며, 그로 인한 결과는 인간들의 성격을
형성하는 데 크나큰 영향을 미칩니다. 최종적으로 신경성 불안이 신경성 환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주지해야 할 것입니다. 정상적인 사람도
신경성 불안을 경험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이 신경성 환자들처럼 그 정도로 생활을 지배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신경성 환자와 정상적인 사람은
정도의 차이일 뿐이며 이것을 구별하는 한계선은 명확하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도덕적 불안
도덕적 불안(moral anxiety)은 자아가 죄책감, 혹은 수치감을 경험하는
것으로서 양심으로 인해 위험을 의식함으로써 발생합니다. 부모의 권위가 내면화된 대행자로서의 양심은 자아 이상에 위배되는 일을 하거나 생각할 때에는
벌을 내리겠다고 위협합니다. 자아 이상은 부모가 인성 속에 심어 준 것으로서 완전을 향한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도덕적 불안이 나누어져 나오는
본래의 공포는 객관적 공포입니다. 즉 그것은 처벌을 내리는 부모를 두려워하는 공포입니다. 신경성 불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도덕적 불안의 근원도
인성의 형태 속에 포함되어 있으며 신경성 불안처럼 죄책감에서 도망치려고 해도 도망갈 수가 없습니다. 이 갈등은 완전히 '심리내적'인 것입니다. 그것은
구조적인 갈등이며, 역사적인 의미의 단면에서 볼 때, 도덕적 불안은 부모를 두려워하는 객관적 불안이 성장하여 구성된 것이라는 것을 배제하면
불안을 느끼는 본인과 외부 세계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든지 상관없습니다.
도덕적 불안은 신경성 불안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초자아의 주된 적은
이드의 원초적인 대상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친밀한 관계는 성적 충동과 공격적 충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스리는 부모의 훈련에 크게 기인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부모의 권위가 내면화된 양심은 관능과 방종을 자제시킵니다. 덕망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 수치감을 경험한다는
사실은 삶의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입니다. 단순히 나쁜 일을 도모하려는 생각만으로도 덕망 있는 사람은 부끄러워합니다. 강한 자제력의 소유자는 본능적
유혹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마련입니다. 그 이유는 자신의 본능적 충동을 발산시킬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반면, 덕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초자아가 그다지 강하지 않기 때문에 그는 도덕률을 벗어난 일을 생각하거나 도모할 때 비교적 양심의 가책을 덜 받습니다. 죄책감은
이상주의자가 본능을 포기할 때 겪어야 하는 일종의 대가이기도 합니다.
(4) 특성불안과 상태불안
압박감에서는 사람들이 왜 압박감을 느끼는지를 압니다. 그러나 불안에서는 사람들이 왜
불안한지를 모르는 채 마음이 불편하고 불안정한 상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여러 스트레스 유형 중에서 어쩌면 가장 어렵고 당황하게 만드는
스트레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불안한 사람들은 이유를 알지는 못하지만 호흡이 고르지 못하고, 근육이 긴장하거나 주의력이 떨어지고 하찮은 일에도 화가
나기도 하고,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저축했는데도 초조하거나 우울한 심정에 빠지기도 합니다. 요컨대, 불안은 생활장면의 객관적인 평가와는 모순인
듯 싶은 감정이기 때문에 상당히 주관적인 것이고 또 부담스러운 것입니다.
불안은 특성불안과 상태불안의 두 가지로 나누어 고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성불안은
비교적 지속적인 일종의 성격특성이고, 상태불안은 특정한 상태나 장면에 따라서 증가하기도 하고 감소하기도 하는 불안입니다.
Martinez-Urrutia(1997)의 연구가 이러한 두 가지 불안의 성질을 잘 입증해 주고 있습니다. 그는 수술 전후의 환자들의 특성 및
상태불안을 측정해 본 결과 환자들의 상태불안은 수술전에 증가했다가 수술을 마친 후에는 감소되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환자들의 특성불안은 수술
이전이나 이후에도 큰 변동이 없었습니다.
상태불안은 위험의 예상에 의해 생길 수 있습니다. 위험스러운 사건을 경험할 때보다
예상되는 위험을 앞 둔 순간에 더 큰 불안을 겪는다는 사실은 낙하산 부대 군인들의 공중낙하 전후의 생리적 긴장지표(심장박동, 땀 등)에서도
밝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특성불안은 우리의 지능지수처럼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으나 한 개인에 있어서의 특성불안은 생활장면이 달라지더라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태불안은 어떤 특정한 환경조건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으며 그 강도도 순간순간 변할 수 있습니다.
2. 학습이론적 관점
자기주장을 윗사람들 앞에서 할 때마다 처벌받아 온 어린이는 윗사람에게 다가갈
때마다 부끄럼을 타거나 말을 못하고 불안을 느낄 것입니다. 또한 아동기 때 개에게 물려본 아이는 개를 볼 때마다 불안을 경험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학습론적 관점에서 불안은 과거학습의 경험이 불안의 원인이라는 설명입니다.
3. 자기 이론적 설명
사람은 자기 개념과 일치하지 않는 경험을 하였을 때 자기개념의 균형이 깨질 것
같은 상황에서 불안을 경험합니다. 예를 들면 자신이 능력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주위에서 무능력자라고 말하게 될 때 불안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4. 인본주의적 이론
다른 사람들의 비호의적 평판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기본적 자존심을 표현하지 않을 때
불안상태에 빠진다고 합니다.
이상으로
이론적 관점에서 불안에 대한 원인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불안의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역시 불안장애의 원인도 알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종합해보면 불안장애의 원인으로는 아동의 타고난 기질적인 특성과 부모의 양육태도, 뇌신경전달물질의 이상, 인지적인 왜곡 등을 들 수 있으며 위의 여러
가지 요인들이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증상을 유발하게 됩니다. 또한 불안장애 속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 모두를 포함해
'불안장애의 원인'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할 수도 없습니다.
예를 들면 분리불안이나 과잉불안, 혹은 사회공포증이
모두 같은 원인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각각의 하위 개념의 장애들을 살펴보면서 이들을 추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