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공포증이 주로 장소와 관련이 있다면 사회 공포증(Sosial Phobia/ Social Anxiety Disorder)은
주로 사람과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대인 공포증이라고도
합니다. 특히 미국과 같은 서양사회에 비해서 우리나라와
같은 농경민족에게서 현저하게 눈에 띄는 증상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농경민족은 마을 공동체라는
의식이 강해 주로 집단생활을 해왔습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과 똑같이 생각하거나 행동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상이 강합니다. 그런데 급격한 사회의 변화로 이러한
문화가 붕괴되고 서구문화가 보편화되면서 핵가족화와
개인주의가 일반화되었습니다. 이러다보니 사람과의
접촉이 어렵게 되고 아이들은 거의 혼자서 고립된 채
살아가는 게 현실이다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요즘 상담센터에 의뢰되는 아이들 중, 상당수가 일명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입니다. 친구와 어울려 놀지
못하고, 유치원이나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하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물론 '사회공포증'과 '사회성
부족'은 엄연히 다른 것이지만 공통점도 많이 발견됩니다.
예를들면 첫째,
사람들 앞에 나설 때 부정적 평가를 두려워 하거나, 둘째, 낯붉힘, 심장박동의 증가, 근육의 긴장, 땀흘림 등의 신체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같은 증상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안이 특수하게
대인관계나 사회적 상황에서 남을 의식하여 생기는 창피한 감정을 핵심으로 형성되면 이를 사회적 불안(Social anxiety)이라 합니다. 또
특별히 어떤 일을 수행할 때 긴장과 더불어 관람하는 사람들을 의식하여 창피당할 것을 불안해 하면 이를 수행불안(Performance
anxiety)이라고 합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의 사회적 불안이나 수행불안은 있게 마련이지만 그 정도가 심하면 남 앞에 나서는 상황을
자꾸만 피하려 하고 그런 상황이 오게 될 것 같으면 미리 이에 대해 심한 예기불안을 가지게 되어 결국 일상생활에 적지않은 지장을 받게 됩니다.
이런 공포증을 사회공포증이라고 합니다. 사회공포증에서 말하는 공포증(Phobias)이란 특정대상이나 상황에 처했을 때, 혹은 누군가를 만났을 때 비현실적인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이 생겨서,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피해버리는 장애를 말합니다. 따라서 사회공포증(Social Phobia)이란 공공장소나 사회적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보거나 곤란한 일을 당할 때, 혹은 당황스러운 일을 겪게 될 때 두려워해서 회피반응을 보이는 공포장애입니다. 예를 들면, 남앞에서
발표를 하거나 무대에서 연주할 때 느끼는 공포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타인과 접촉이 예상될때도 공포심이 느껴지고, 누군가 쳐다보는 상태에서 먹고
마시거나 말하는 상황에서조차 공포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거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하는 등의 사회적 상황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있어서 그런 상황을 가능한 피하려 하는
것입니다.
잘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하거나, 선생님과 이야기할 때 불안하고 긴장이 되어 얼굴이 붉어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흔히 대인공포증, 무대공포증, 연단공포증이라고도 불리며, 때로는 발표불안, 이성(데이트)불안 등으로 불려지고 있지만, 이 증상의 의학적인 명칭은
사회공포증(social phobia)입니다.
예전에
사회공포증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나 진단범주가 확립되기 전에는 '수줍음'과 사회공포증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은 채 사용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사회공포증 환자들은 자신을 수줍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였고 또 연구자들도 '수줍음'이라는
용어가 사회공포증을 잘 설명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지금까지도 우리는 흔히 사회공포증, 대인공포증이라고 하면 남 앞에 잘 나서지 못하고
수줍음이 많은 사람을 연상하게 됩니다. 따라서 대개는 성격적으로 수줍음이 많고 숫기가 없다는 식으로 특별한 병으로 생각지 않는 경향이 많으나 초기에
발견해서 치료받으면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수줍음과 사회공포증을
가지고 있다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즉, 수줍음이란 비교적 정상적인 범위 내에서 남들
앞에 잘 나서지 않고 소극적이며, 부끄러움을 잘 타는 성격을 지칭할 때 쓰는 말입니다. 여기에 비하여 사회공포증은 분명한 장애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사회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단순히 수줍음이 많은 사람에 비하여 생활에 지장을 훨씬 더 많이 받고 회피행동을 보다 많이 보입니다.
또 다른 차이는 수줍음의 경우 이것을 느끼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되며 특별한 기준이 없지만, 사회공포증은 명백한 진단준거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수줍음은 사회공포증보다 여러 종류의 이질적인 사람들을 포함하며, 수줍음이 많은 사람 중에는 사회공포증과 중복되는 사례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사회공포증을 가진 사람 중에는
남들 앞에서 얼굴이 붉어지는 것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떤 사람은 얼굴과 목, 귀 등이 갑자기 붉어지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가슴에서부터 붉은 얼룩이 서서히 목과 얼굴로 올라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미지가 손상될 때만 얼굴이 붉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칭찬을 받을 때나 남들이 생일노래를 불러줄 때와 같은 의외의 관심을 받게 되어 당황하게 될 때에도 얼굴이 붉어집니다.
그렇다면 바라지 않던 관심을
받을 때 사람들은 왜 얼굴이 붉어지게 될까요? 여기에 대한 확실한 답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침팬지나 비비 같은 영장동물들의 행동을 잘
관찰해 보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침팬지는 지위가 더 높은 침팬지로부터 사회적 위협을 받게 될 때 시선을 피하거나
상대방을 옆으로 비켜 바라보면서 이를 드러내고 쑥스럽게 웃는다고 합니다. 이런 행동은 위협적인 상대방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유화신호라고 불립니다. 침팬지가 유화신호를 보낼 때의 행동들은 사람들이 얼굴을 붉힐 때 보이는 행동과 다음과 같은 점에서
비슷합니다.
첫째,
사람들도 얼굴을 붉힐 때는 시선을 돌리고 시선을 계속 맞추지 않는다.
둘째, 얼굴을 붉힐 때 어색한 웃음을 짓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웃음은 당황할 때 거의
자동적으로 나타나 상대방에게 자신이 곤란하게 느낀다는 것을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이때 상대방이 관심을 줄이거나 시선을 딴 데로 돌리게 됩니다.
이것은 사람이 왜 얼굴을 붉히는 가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호주 퀴스랜드 대학의
래피박사와 림박사는 사회공포증으로 진단받은 환자 28명과 정신과적 문제가 없는 일반인 33명을 비교하는 실험을 했는데
'사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남보다 더 낮게 평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6-8명의 소집단 청중 앞에서 자신이 선택한 주제를 가지고 3분간 즉석 연설을 하게 했습니다. 연설 후 스스로 자신이 어느 정도로 연설을 잘
했는지 평가하게 했습니다. 평가할 때 설문지를 사용했는데, 이 설문지에는 목소리의 떨림, 청중과의 눈 맞춤 등 구체적인 행동을 체크하는 문항과
연설을 하면서 얼마나 자신있는 태도를 보였는지, 청중들의 흥미를 얼마나 잘 유지시킬 수 있었는지 등 전반적인 행동을 체크하는 문항들이
있었습니다.
평가결과 모든 참가자들은
자신의 연설을 청중보다 부정적으로 평가하였는데, 특히 사회공포증 환자에게 이런 결과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 남들보다 자신의 연설을 훨씬 더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사회공포증 환자 중
어떤 사람이 자신을 더 과소평가했을까요? 불안이 심한 사람이었을까요? 아니면 자의식이 강한 사람이었을까요? 흥미롭게도 사회공포증 환자 중에서도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평가를 두려워 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을 더 과소평가 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사회공포증 환자들이 잘
음미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인 평가를 두려워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말입니다.
사실 어떤 면에서는 조금 불안해하는 것이 전혀 불안을 느끼지 않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약간 불안할 때 우리는 더 정신
집중을 보다 잘하게 되고 실수를 덜 할 수 있게 됩니다. 사회 생활을 할 때 상대방의 반응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신경을 쓴다면 본의 아니게 그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고 결과적으로 상대방에게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사태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우리가 만나고 함께
생활해야 할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수록, 대인 관계에서 어느 정도의 긴장이나 불안은 필요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남들을 의식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한다면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적당한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사회 생활에서의 불안이나 긴장이 지나칠 정도가 되면, 그 사람의 원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도록 방해하고, 나아가서는 사회 생활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