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여러분들은 '정서장애'라는 말을 자주
들었을 것입니다. 이는 일반인들뿐만이
아니라 정신건강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의사나 심리치료사, 그리고 특수학교 교사
대부분도 정서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정신건강과 관련된
장애의 평가나 진단은 거의 대부분이 미국 정신 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가
1992년에 개정판을 내 놓은 D.S.M.-Ⅳ(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에 기준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정서장애'라는 명칭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정서장애라는 용어는 법률·학문 영역 및 개인·단체마다 매우 다양한 용어 및 분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는 정서와 관련된 장애를 정의하는
목적이 서로 다르고, 정서장애를 판정하는데 있어서 하나의 기준으로 사람의 행동이나 감정을 측정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많은 행동
특성이 다른 장애영역의 특성과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서 딱 잘라 어떤 장애라고 확정짓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정서장애를 적절하게
정의하고 분류하는 것은 매우 힘듭니다. 이는 우선
'정신'이라는 정의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정신=마음=정서'를 모두 같은 뜻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정서와 행동을 함께 묶어 '정서·행동장애'라는 용어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는 내면화 행동이 주가 되는 정서장애와 외면화 행동이 주가 되는 행동장애를 동시에
나타내는 것을 의미하며 장애의 현상을 정서와 행동을 분리하여 이해하여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의 특수교육진흥법에서 '정서장애'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고 있는데
2002년 12월 5일
일부 개정된 특수교육진흥법시행령 제9조 2항의 별표에 의하면 정서장애의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래 특성 중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을 지니며, 장기간
심하게 그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를 정서장애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가. 지적·신체적 또는 지각적인 면에 이상이 없음에도 학습 성적이 극히 부진한 자
나. 친구나 교사들과의 대인 관계에 부정적인 문제를 지니는 자
다. 정상적인 환경 하에서 부적절한 행동이나 감정을 나타내는 자
라. 늘 불안해 하고 우울한 기분으로 생활하는 자
마. 학교나 개인 문제에 관련된 정서적인 장애로 인하여 신체적인 통증이나 공포를 느끼는 자
바. 감각적 자극에 대한 반응·언어·인지 능력 또는 대인 관계에 결함이 있는 자
이상과
같은 선정기준을 잘 살펴보면 '바' 항은 자폐증을 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예전에 자폐증은 부모, 특히 엄마의 적절치 못한 양육의
결과로 발생하는 후천적, 환경적 요인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정서장애의 영역에 포함시켰지만 이미 자폐증은
뇌기능 발달의 장애라는 것이 일반화 된 시점에서도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자폐증을 정서장애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서장애학교라는 특수학교가 있는데
이곳에 있는 아이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서장애와는 거리가 먼 자폐증이나
정신지체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제각각의 정의나 분류기준은 전문가들뿐만이
아니라 부모들에게도 많은 혼란을 초래합니다. 따라서
통일된 용어를 만들지 못한다면 그냥 DSM을
따르는 것이 좋지 않은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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