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식증은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채워지지 않아 쉴새없이 먹지만
결국 먹은 것을 모두 토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거식증 환자의
30~50%에서 과식증 증세를 보인다고 하는데 보통 거식증이
발생한 후 1년 반 이내에 발생합니다. 거식증에서 발전한
것이든 거식기가 없는 과식증이든 섭식장애의 과식은
정상인들보다 지나치게 많이 먹고, 그에 따르는 체중증가를
막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가 구토를 하거나 혹은 손가락을
집어넣어 일부러 토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구토뿐만이
아니라 관장약이나 이뇨제 등의 약물을 사용하는 등의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는 것도 특징입니다. 이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거나 우울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전반적인 자아상의 왜곡까지 가져오게 됩니다. 그 외에
자기혐오에 빠지거나 우울증 상태가 되는 사람, 사람들과
만날 수 없어서 집안에만 웅크리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손목을 베는 등의 자해를 되풀이하거나, 가출을 하거나,
가족에게 폭력이나 폭언을 일삼거나, 동시에 여러 이성과
교제를 해 육체관계를 맺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우울,
불안, 초조에서 야기되는 반사행위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과식에도
나름대로 여러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단순한 과식, 예를
들면 세끼 식사 외에 간식을 먹는 수준을 약간 웃도는
가벼운 과식에서부터 매일 한밤중에 큰 냄비에 가득
야채나 고기를 볶아 새벽녘까지 먹어대는 과격한 과식증을
보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실 날씬한 몸매를 갈망하면서
먹는다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과식증이 점점 심해질수록 날씬한 몸매의 갈망, 비만에
대한 공포심이 강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대한 음식을
먹은 후 모두 토해버리거나 설사약을 사용해 배설해버리는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과식과 비만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첫 번째로, 과식 행동이 사람들을 비만하게 만들거나
체중증가를 일으킨다는 가정입니다. 두 번째로, 체형과
체중은 유전적인 요인과 관련이 깊기 때문에, 과식
문제를 가진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과체중이 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고, 이로 인해 이들이 다이어트를
하게되며, 결국은 과식도 하게된다는 가정입니다. 세
번째로 과체중이면서 과식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살을
빼고자 다이어트를 하게되며, 이것이 과식을 불러오면서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비만을 유지하거나 악화시키게되는
악순환을 유지하게된다는 가정입니다. 하지만 과식증을
가진 사람들 중 소수만이 과체중입니다. 이는 과식증인
사람들이, 스스로 구토를 유도하거나 약물을 사용하여
극단적인 체중조절을 하기 때문입니다.
과식증의
원인으로는 심리적, 생물학적 측면에서 거식증과 유사한
가설들이 주장되고 있으나 역시 거식증과 마찬가지로
확실한 이유는 알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단기간의 경과는
전반적으로 거식증에 비해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장기간의 경과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진단은 정상수준을 넘어서는 심한 과식과
그에 따른 체중증가를 막기 위한 구토와 관장약, 이뇨제
등의 약물사용이 있어야하고 이런 행동이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씩 3개월 동안 지속되어야 합니다.
과식증과
거식증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음식을 거부한다는
뜻의 거식증은 즉 먹지 않는 질병입니다. 하지만 거식증
환자를 오래도록 지켜보면 갑자기 과식으로 돌변해
격렬한 과식증에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거식증
그대로의 상태를 오래 지속하는 환자는 극히 적다는
뜻입니다. 거식증과 과식증을 통틀어 섭식장애(攝食障碍)라고
부르는데 섭식장애의 거의가 과식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즉 뿌리가 같은 질병이라는 뜻입니다. 한 쪽은 너무 많이
먹고 한 쪽은 전혀 먹지 않는 다는 것이 다르지만 모두
날씬한 몸매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다이어트를 할 때 지나치게 굶으면 몸에서는 자연적으로
영양소의 공급을 원하게 되고 참을 수 없는 충동으로
과식을 하게됩니다. 과식을 하는 동안에는 엄격하게 다이어트를
해 왔던 사람일수록 더욱 음식에 대한 자제력을 상실하게
되며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과식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왜 사춘기 섭식장애 환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일까?
사춘기는 아이들이 최초로 가족 이외에서의 관계를
형성하는 시기로 가족과의 고착에서 멀어져 현실적인
자기개념을 전개하는 시기입니다. 즉, 자기의 가치를 내보이려고
하는 시기입니다. 사회적인 분위기는 외모 지상주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미모와 날씬한 몸매에 열광합니다.
이런 사회 분위기는 '얼짱' '몸짱' 등 수많은 신조어를
만들어 내었고 한참 민감할 나이인 사춘기 아이들은
몸매가 날씬하지 않으면 주목받지 못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사교성이
좋고 유머가 풍부해도 얼굴과 몸매가 받쳐주지 않으면
연애도 취업도 결혼도 불가능에 가깝다는 편견을 갖기
쉽습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엉뚱하게도 아직 어린
사춘기 아이들에게 살을 빼는 일, 얼굴이 예뻐지는
일 등 외모에만 신경 쓰도록 몰고 갑니다. 하지만 이러한
함정에 빠져들면 여간해서는 그 구렁텅이에서 헤어날
수 없는 것이 바로 사춘기 섭식장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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