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자고 크는 기본 발달이 원만하지 못하며, 체중과 키가 평균에 미달하고, 늘 눈치를 보거나 기가 죽어 있는 아이가 있다. 조그만 소리에도 깜짝 놀랄 정도로 불안과 긴장을 보이기도 하며 심한 경우 사회성이 결여돼 대인관계를 맺지 못한다. 옆에 누가 있어도 무관심하고 눈을 맞추지 않으려하며 불러도 쳐다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산만해 보이기도 하고 지능과 언어발달도 떨어져 언뜻 보기에는 자폐증과 매우 유사하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유사 자폐라고 하는데 이런 아이의 경우를 '반응성 애착장애'라 한다. 반응성 애착장애란 그 이름에서 의미하듯 양육자와의 애착에 문제가 있어서 정서적 발달 및 신체적 발달의 차질을 빚는 것을 말한다. 즉, 무언가 불충분한 환경 때문에 생기는 정서적인 문제이다. '애착'이란 아기와 양육자(반드시 엄마만을 지칭하지는 않는다)사이에 오가는 정서적 친밀함으로, 양방성(兩方性)이 특징이다. 즉 아이는 물론 양육자도 경험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발달과정에는 그 시기를 놓치게 되면, 즉 경험하지 못하고 지나가면 그 후의 발달에 영향을 주는 특정 시기가 있는데 이를 결정적 시기라고 한다. '애착'도 이런 결정적 시기가 있는데 생후 6개월에서 2세 사이에 충분히 경험해야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된다. 자폐가 선천적인 원인에서 비롯되는 장애라면 반응성 애착장애는 후천적인 양육환경의 결핍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자폐증과 달리 반응성 애착장애 아이들은 생후 초기에는 일반 아동들과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 예를 들면, 엄마의 눈을 바라본다든가, 배냇짓도 하고, 엄마가 '까꿍'하면 웃기도 한다. 하지만 애착에 문제가 생기면서 점차로 반응을 잃어가게 되고, 어느 시기부터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게 된다. 이런 아이는 부모가 안아줘도 멍하니 있거나 좋아하는 기색이 없이 피하고, 그러지 못할 경우엔 심하게 반항한다. 늘 위축되어 있지만 화가 나면 매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폐증과 달리 사회적 반응능력은 상당부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자폐증과는 달리 지각과 감각능력이 정상이므로 적절한 치료를 해 준다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지각능력이란 신생아에서 유아기때까지 지속적으로 가르쳐주지 않아도 저절로 발달하는 능력이다. 예들들어 청각을 보면 자폐아는 청신경은 정상인데, 청지각이 문제가 되어 소리는 들리지만 자신이 무엇을 듣고 있다는 것 자체를 알 수가 없다. 반면 반응성 애착장애는 청지각이 정상이므로 들을 수는 있으나 그것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반응성 애착장애는 새로운 사회병이라고 할 수도 있다. 대가족 시대에서는 엄마가 아니더라도 할머니나 누나 등 아이와 상호작용을 나눌 대상이 있었고, 그 안에서 아이는 애착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많이 발생하지 않는 장애였다. 하지만 핵가족 시대에서는 거의 엄마 혼자서 아이를 돌보거나 심지어는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다른 사람들 손에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적어도 두 돌이 될 때까지는 안정된 양육자가 옆에서 돌봐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치료라도 예방보다 좋은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가 곁에 있다고 무조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곁에 있어도 아이에게 전혀 관심없이 그냥 둔다던지, 우울증에 걸려 집밖으로 한 발자국도 데리고 나가지 않아 사회적 유대관계가 생기지 않으면 위험하다. 또한 굳이 엄마가 아니더라도 대리양육자가 아이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해 준다면 전혀 문제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