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많은 아이들이 둘러 모여 모래놀이에 열중인데 혼자서만 떨어져 모래만 파대는 아이, 모두들 공을 차는데 주위만 맴도는 아이,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장난치며 교실을 빙글빙글 돌면서 정신없이 10분을 보내는데 혼자서 책상에 앉아 뭔가를 열심히 낙서만 하는 아이, 방과후에 학교 앞 구멍가게나 문방구로 삼삼오오 떼지어 몰려다니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혼자서 외로이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이 있다. 흔히들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주로 혼자서만 노는 아이들은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지내는 편이기 때문에 대개의 부모들은 다만 성격이려니 생각하거나 한 두 번 정도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권할 뿐 소홀하게 넘기기 쉽다. 그러나 아동에게 또래 관계는 대단히 중요할 뿐만 아니라, 어릴 때의 또래와의 성공적인 놀이 경험은 이후의 사회생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살아가는 동안에 부모,
형제 다음으로 필요한 사람이 친구이므로, 부모가 자녀의 친구관계에 대하여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만 두 돌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친구'란 특별한 반응을 기대할 수 있고 또 즐거운 활동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익숙한 또래라는 초기개념을 갖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만 3세에서 5세 사이가 되면 친구를 '일시적인 신체적 놀이 짝'으로 생각한다. 이 시기는 아직 지속적인 관계에 대한 분명한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 진정한 또래관계 형성이 되는 시기는 6~8세 사이에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또래관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아이들은 나름대로 그 이유가 있다. 첫째, 내성적인 아이이거나 서서히 적응하는 기질을 갖고 태어난 아이는 아무하고나 쉽게 어울려 노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지적능력이나 신체적,
기능적 발달과 언어발달이 늦은 아이의 경우에도 또래 관계를 맺기 어렵다. 부모가 아이를 과잉보호하여 어울려 놀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가지지 못한 것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아이의 심리적인 상태가 크게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내적으로 불안하거나, 위축되어 있거나, 심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또래관계를 맺기 어렵다. 아이들이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할 때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또래 아이가 있는 집에 놀러 가서 자연스럽게 그 집 아이와 놀게 하는 방법이 제일 효과적이다. 주위에 이러한 가정이 없으면 자녀와 좋은 친구가 될 만한 아이를 찾아 그 부모와 사귀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부모들끼리 친하면 자녀들도 금방 친해질 수가 있다. 이러한 방법을 사용해도 아이가 어려움을 느낀다면 자기보다 더 어린아이나 큰 아이들과 같이 놀게 하는 방법도 좋다. 어떤 아이는 자신보다 어린 아이와는 잘 노는데 반하여 어떤 아이는 자신보다 더 큰 아이들과 노는데 흥미를 느끼는 아이도 있으니 모든 방법을 이용해 보는 것이 좋다. 흔히 아이의 사회적 기술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에는 더 어린 아이와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자기보다 나이도 많고 더 유능한 아동과 함께 있을 때에는 자신감을 가질 수 없지만, 자기보다 사회적 기술이 더 부족한 어린 아이와 함께 있을 때에는 자신감을 갖게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나이가 어릴수록 자신보다 큰 아이들과 노는 것을 좋아한다. 두 번째는 대부분 또래관계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은 놀이가 부적절하기 때문에 친구와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때 어른이 끼어 들어서 문제를 해결해 주려는 것은 좋지 않다. 아이들간의 싸움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며 그러한 갈등의 과정에서 타협하는 기술을 익힐 수 있다. 친구 관계로 고민하는 아이에게 필요 이상의 위로와 공감을 하면 '너는 친구관계에 정말 문제가 있구나!'라는 것을 암시해 주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친 개입은 적절치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소의 가족 분위기다. 대화가 많고 재미있고 화목한 가정에서 아이들은 자연히 대인관계의 흥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