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침묵은 금이다' 하여 과묵한 스타일을 선호하고 말이 많으면 사람을 조금 가볍게 보는 경향까지 있었다. '모난 돌이 정맞는다'는 속담과 같이 항상 '중간 정도의 아이'를 선호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기 PR 시대라고 하여 과묵은 자기 도태요 자기 퇴화인 시대다. 너무 소심하여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는 왕따를 당하고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내세울 줄 모르는 아이는 '정서장애'라는 굴레까지 쓰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아이들을 보면 참 말을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른들이 보면 말도 많고 때로는 어른들도 못당할 만큼 말대답도 꼬박꼬박해서 마치 말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남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표현하는 건 서투른 경우가 많다. 즉, 발표력이 서툴다. 발표력이란 타인 앞에서 자신의 주장이나 생각, 논리를 효과적으로 자신감 있게 전달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말을 잘한다는 의미는 말의 내용이 조리가 있고 의미가 있으며, 말을 전달하는 태도나 목소리가 안정되어 상대방의 주의를 집중시켜 효과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다. 즉, 말의 내용 뿐 아니라 전달하는 방법이 적절히 갖추어진 것을 뜻한다. 따라서 단지 수다스럽고 이것저것 말참견하는 것이 말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발표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의 유형도 여러 가지가 있다. 말을 많이 하기는 하는데 요점이 없이 장황한 경우나 기승전결이 불분명해 정리가 안되는 경우도 있고, 발표시 목소리가 기어들어가 알아듣기 힘들거나, 발표만 하게 되면 가슴이 뛰면서 얼굴 빨개지고 아무 생각도 안나 말을 더듬거나 말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발표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사회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개 발표력이 부족한 아이는 수줍음이 많고, 자신감이 적고 소심한 면이 많다. 대체적인 특성을 보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고, 자기 주장이나 대처능력이 부족하며, 친한 사람들과는 별 어려움 없이 이야기하는데 사람들이 많아지거나 낯선 사람 앞에서는 이야기를 잘 못하고 쉽게 무안해 한다. 이렇게 발표력이 부족하다보면 자꾸 '나는 못한다', '나는 부족한 사람이다'라고 느껴서 주눅들고 낙담하게 되어 정서, 사회적으로 위축될 뿐 아니라, 활동에 대한 동기도 떨어져 학습의욕도 저하될 수 있다. 사실, 학교 장면에서 '발표 잘하는 아이'는 교사나 또래로부터 인정받기 때문에, 공부는 잘해도 발표력이 부족하다보면 사실은 그렇지 않지만 아이는 "나는 바보스럽다"라고 스스로 느낄 수 있게 되어 부정적인 자아상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발표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하여 부모들은 웅변학원 같은 곳을 많이 보내는데 웅변학원 같은 곳에서 주어진 글을 기계적으로 암기하여 읽는 것은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아이가 작은 소리로 한다고 야단치거나 크게 다시 말해보라고 다그치는 것도 아이의 자신감을 더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좋지 않은 방법이다. 그리고 아이가 말을 하는 도중 부모가 말을 끊거나, 아이가 할 말을 부모가 미리 적거나 외우게 하여 발표토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될까? 발표력이 떨어지는 경우는 대부분 자신감 부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다른 사람 앞에서 말을 많이 해보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기회를 많이 가진 아이들이 발표력이 향상될 수 있기 때문에 아이가 지금 당장은 발표력이 미숙하더라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은 긴장감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일단 가족이나 친한 사람들 앞에서부터 발표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가족식사 시간이나 식사가 끝난 후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그날 있었던 일을 주고받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 할 점은 항상 아이가 가장 좋아하고 관심 있는 이야기 주제를 선택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학습에 별로 흥미가 없는 아이인데 "너 시험 언제 보니?"와 같은 대화 주제는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나 음식 이야기 등이 좋은 주제가 될 것이다. 또한 아이가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는 부모가 아이의 표현에 잘 경청해 주고, 긍정적인 반응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소한 이야기일지라도 자신의 의견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고 가정에서 가족간의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갖는 것이 필요하다. 또래나 주변 사람들과 자주 접촉하는 시간을 늘려 타인과도 적절히 의사소통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 주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