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기 아이들을 둔 부모로서 역시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은 ‘공부’일 것이다. 아무리 많은 문제가 있어도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을 덮어줄 수 있고 이와는 반대로 모든 것이 흠잡을 데 없는데 공부를 못하면 역시 꺼림직한 게 부모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부모들의 생각이 틀렸다거나 혹은 탓할 생각은 없다. 우리의 의식과 사고는 사회적, 문화적 상황과 맞물려 나가기 때문에 공부 잘하는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높은 시대에 사는 이상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생각일 것이다. 문제는 학습부진의 원인은 다양한데도 불구하고 오로지 ‘공부해라’만 외치는 부모들이다. 예를 들어서 공부하라고 해서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시험성적은 오르지 않는 아이들이 있고 또한 가정환경이나 개인적인 문제 때문에 공부하기 싫거나 혹은 공부가 되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 따라서 학습이 부진한 아이들에게 ‘공부해라’만 외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학습부진 원인은 위에서 말한바와 같이 다양하다. 그런데 학습부진과 관련하여 다양한 용어들이 있다. 학습지진이나 학습장애와 같은 의미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학습부진이란 정상적인 지능지수를 가지고 있고 신경계의 이상이 전혀 없으나 정서적 문제(우울증, 불안증, 강박증)나 사회환경적 요인(가정불화, 빈곤, 결손가정, 스트레스) 때문에 학습성취도가 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일단 이러한 환경적 정서적 요인들이 제거되면 정상적인 학습능력과 학업성취도를 보인다. 첫째 불안하고 우울한 아이들의 경우, 공부에 집중하기 힘들기 때문에 학습부진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이는 어쩌면 부모의 지나친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 없다는 절망감 때문일 수도 있다. 두 번째로는 어려서부터 지나치게 공부하기를 강요당해온 아이들은 나중에 커서 부모에게 대항할 힘이 생기면 공부를 거부한다. 따라서 너무 어려서부터 공부만 강요한다든가 어려운 과제물에 접하게 되면 아이들은 '학습=고통'이라는 등식이 성립해 점점 커 갈수록 그러한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려 할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학습놀이’라는 개념인데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학습과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부모들은 재미있는 학습방법을 많이 연구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역시 가정의 환경적인 요인들이다. 술만 먹고 들어오는 아빠가 있는 집, 하루종일 TV만 켜놓고 있는 엄마가 있는 집, 엄마 아빠가 늘상 다투기만 하는 집에서 아이에게 공부하기만을 강요한다면 아이들의 반항만 거세질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만약 엄마가 TV 대신 책을 읽고 있다면 아이 역시 자연스럽게 책을 보려 할 것이다. TV를 끄고 술을 끊고 화목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이 역시 자연스럽게 책과 가까이 할 것이다. 하지만 원래부터 기억력과 관련된 지적능력이 낮아 학업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경우는 학습지진이라 하는데 지능수준이 보통 70-84정도로 낮고 기본적인 학습능력이 낮아 같은 학년 아동과 함께 공부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이와 관련하여 ‘경계선 지능’이란 말도 있는데 역시 지능수준이 70~84 정도의 아이들을 일컫는 말이기 때문에 지능검사에서 ‘경계선 지능’으로 나왔다면 아무리 ‘공부해라’고 부모들이 말해도 아이들의 능력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에 이는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만 안겨줄 뿐이다. 학습과 관련하여 ‘학습장애’라는 용어도 있다. 학습장애란 지능이 보통이나 그 이상의 범위에 있으며 시각이나 청각의 장애, 또는 정신지체 등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학습을 해 나갈 수 없어 학업의 저하를 보이는 장애를 말한다. 학습장애 개념은 최근 인식이 두드러지기 시작해서 그 용어도 빈번히 사용되고 있지만 일반인들뿐만이 아니라 전문가들조차 정확한 증상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평가되어 치료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습장애 아동은 보통 부모들의 하소연에서 언급되는 학습부진 또는 학습지진과 구별되는데, 그 이유는 불량한 학업 환경이나 낮은 지능, 교육 기회의 상실 등의 결과로 생기는 학업수행의 저하가 아니라 어떤 특정 인지장애, 즉, 주의집중, 지각, 기억, 사고 등에 장애가 있거나 혹은 대뇌신경학적으로 미세한 기능의 장애로 인한 전반적인 학습수행 또는 특정 영역에서의 뒤떨어짐을 의미하여 ‘특수 학습장애’라고도 일컫는다. 이러한 이유는 편향된 인지발달 때문인데 이러한 인지발달 과정을 설명하자면 너무 복잡하고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따라서 여기서는 아주 간단하게 개략만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우리들은 5감을 통해서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뇌로 그 정보의 중요성이나 의미를 생각해 처리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눈과 귀로부터 얻은 정보량이 거의 대부분인데 '학습'의 대부분은 눈과 귀로 한다고 할 만큼 시각과 청각 기능은 중요하다. 시각적 인지란 눈으로 본 정보에 대해 어떻게 이해를 하고 대응할까? 하는 능력을 말하며, 청각적 인지란 귀로 들은 정보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할까? 하는 능력을 말한다. 시각장애나 청각장애가 있으면 정보를 이해하는 곳으로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적 인지능력이나 청각적 인지능력은 일반적인 시력검사나 청력검사로서는 발견할 수 없다. 시력이나 청력에 문제가 없을지라도 시각인지나 청각인지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들 인지 능력은 자세한 시각과 청각의 심리검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런데 학습장애 아이들의 대부분은 바로 이러한 시각적 인지능력과 청각적 인지능력이 빈약하다. 우선 시각적인 인지능력이 약하다는 말은 다음과 같은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1. 점이나 선의 위치관계를 모른다. 2. 선의 방향을 모른다. 3. 선의 종류를 모른다. 4. 선의 길이의 구별을 모른다 5. 봐야 할 곳의 선택적 주의가 미숙하다(지도나 길을 혼란한다) 6. 거리감을 잘 모른다, 7. 본 것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8. 눈과 손의 협응이 미숙하다. 다음으로 청각적 인지능력이 빈약한 사람의 경우,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발생한다. 1. 소리의 위치, 즉 어느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인지 구별하는 능력이 빈약하다 2. 소리의 선택적 주의(어떤 특정의 소리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가 빈약하다. 3. 소리를 기억하는 능력이 빈약하다. 4. 말(문장)로서 소리의 구별능력이 빈약하고 그것을 기억하는 능력이 빈약하다. 이상과 같이 학습장애 아동들은 시청각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학습상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우리가 학습하는데 필요한 문자나 숫자가 도형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습장애 아이가 혼란스러워 하는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문제] 다음 도형은 두 개의 도형으로 만들어져 있다. 다음 도형들을 두 개로 분리해 따로 그려 보아라.
일반적인 아이의 사례
시각체계가 불충분한 아이의 사례
다음은 문자와 관련된 문제인데 이들 학습장애 아이들에게 흔한 문자의 혼란은,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좌와 우가 거꾸로 된 문자, 즉, 거울문자, 90도 회전, 한자에 있어서 획의 위치 혼란, 비슷한 문자 혼란, 그리고 이중으로 보이는 문제 등을 들 수 있다. 다음으로 수와 관련된 문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실수가 빈번하다. 문제] 다음을 계산 하여라 1. 120 + 13 2. 250 + 55 3. 153 + 67 이는 시지각의 문제 때문에 자릿수를 잘 모른다거나 자릿수를 맞추는 의미나 자릿수 자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학습장애 증상을 보이는 대부분의 아동들은 특정 교과에서 성적이 떨어지거나 또한 다른 아동보다 한층 더 노력하지만 성적이 좀처럼 향상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곤 한다. 하지만 이들 아이들의 문제가 다분히 학습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성의 발달에도 문제가 나타나고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상의 문제도 나타내는 예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문제는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일어난다. 놀이의 규칙을 모르거나 사람과 이야기하는 데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외견상으로 정상아동과 같이 보여 학교나 사회에서 쉽게 간과해 버리기 쉽다. 하지만 하려고 해도 할 수 없고, 아예 할 수 없을 것 같이 생각해 버리는 경향이 있어 이해할 수 없는 상태가 계속되는 것이 학습장애 아동의 또 다른 특징이기도 하다. 어느 영역에 있어서나 아동은 한 인격체로서 다루어져야 한다. 아이를 수동적인 지식의 습득자로만 보거나 학습에 관한 심리 기능과 과정, 또는 아동이 보여주는 학습부진의 원인이나 상태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조건 부모가 과잉학습으로 몰거나, 공부하라고만 야단치게 될 때 아동의 학습상태는 심리, 정서적 부적응과 더불어 더 나빠지게 된다. 따라서 아동의 저조한 학습수행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정확한 진단과 함께 아동에게 적합한 치료 및 보완 교육을 적절한 시기에 해 주어야 함은 물론, 가정과 학교에서 건강한 아이로 성장하여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아직까지 정확한 평가척도가 없기 때문에 학습이 떨어지면 '학습장애'로 진단내려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며 또한 치료방법도 '과외'수준 이상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진단도구의 개발이나 학습치료의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