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자녀문제 중에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일까? 물론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킬 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사소하게 보이는 문제일지라도 당사자인 부모 입장에서 사소하게 보이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가장 부모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아이들의 행동은 학교를 가지 않으려고 하는 '등교 거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처럼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를 거부하는 것을 흔히 학교거부증, 등교거부증, 학교기피증, 학교공포증이라는 다양한 용어로 사용되고 있지만 전문용어로는 "학교 공포증(school phobia)"이라고 한다. 학교 공포증은 '공포증'이라는 용어에서 의미하듯이 불안과 연결되어 있다. 모든 공포는 불안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즉, 학교공포증은 집을 떠나 학교로 간다는 사실이 아이에게 하나의 공포와 같은 두려움으로 발전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또한 학교공포증의 범위는 아이가 학교를 빠진다는 것을 공통점으로 하여, 학교 거부증, 학교회피증, 장기결석, 학교중퇴, 그리고 분리불안장애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나 메커니즘에 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등교거부의 확실한 원인을 밝혀내기란 사실상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어떤 아이는 학교에서 친구와 싸우고 난 후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하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선생님이 싫어서, 혹은 급식 시간이 싫다던가, 체육시간이 지겹도록 싫다던가 하는 이유 때문에 학교에 가지 않으려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또는 숙제를 다 못해서 그 다음날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다. 어떤 아이들은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경우에도 학교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학교 내에서 만약 왕따와 같은 현상을 목격하고 관찰했을 때도 발생가능하다. 즉, 나도 왕따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공포는 왕따에게 가해지는 집단 폭언이나 무시, 폭력 그 자체와 결부되기 때문에 학교공포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이외에도 아이들이 느끼는 공포의 형태는 사실상 성인들이 전혀 의식하지 못할 뿐이지 일상생활 속에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경우는 그 원인이라도 알 수 있으니 대처방법이라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학교를 가지 않으려고 하는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가장 힘들고 어려운 것은 '왜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이유를 도저히 알 수 없는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학교공포증의 이면에는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학교를 가지 않으려는 이유를 지니고 있다. 단지 아이들이 그 이유를 말하지 않거나 혹은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모르는 것이다. 이러한 학교 공포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불안과 연관된 학교거부'와 '이차적 이득과 연관된 학교거부'가 그들이다. 불안과 연관된 학교 거부는 대개 '분리불안 장애'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다. 1) 불안과 연관된 학교거부 (분리불안) 어린아이들에게 있어 가장 흔한 학교공포증 형태는 분리불안이다. 분리불안으로인한 등교거부의 경우는 대부분 다음 몇 가지 특정적 형태를 나타낸다. 즉, 헤어져 있으면 불안해지고 함께 있어야만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엄마와 같은 사람과 떨어지지 않기 위해 집에 있으려고 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 만약 엄마와 같은 애착대상이 출타했을 때는 집에 안전하게 돌아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하기도 한다. 분리불안에 의한 이러한 등교거부는 여러 가지 다양한 원인에 기인될 수 있다. 가장 빈번하게 확인되는 원인은 우선 가족간의 불화, 혹은 가족들이 아이 앞에서 아이가 속을 썩인다고 비판할 경우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아이가 자신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하는 것을 흔히 목격하게 되는 것을 가정해 볼 수 있다. 이때 아이는 자신이 학교에 간 사이에 아버지가 어머니를 또다시 폭행하면 어쩌나하는 심리적 불안과 걱정 때문에 학교 가기를 싫어할 수 있다. 혹은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싫어하여 학교에 간 사이 자기를 버리고 어디론가 가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공포로 등교하기를 거부하는 예도 있다. 물론 아이의 이러한 등교거부는 머리가 너무 아프다든지, 배가 아파 등교를 할 수 없다든지의 핑계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 정상적인 아이들의 경우 만 3-4살이 지나면 어머니나 가족과 자연스럽게 일시적으로는 떨어질 수 있게 되는데, 학교공포증을 보이는 아이들은 지속적으로 부모와의 분리불안을 가지고 있다. 대개 부끄럼이 많고 예민한 성격을 가진 아이들이 많으며 또한 과잉보호를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도 분리불안을 자주 경험한다. 대개 성적도 좋고 학교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으며 유치원 때 그 증세가 시작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2) 이차적 이득과 연관된 학교거부 위에서 언급한 보호자로부터의 분리에 대한 공포 때문에 학교 가기를 거부하는 것은 사실 학교 공포증보다는 '분리불안장애'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이는 학교에 대한 공포가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 특히 엄마로부터 분리되는 두려움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 환경에 대한 공포로 학교 가기를 거부하는 것, 즉 이차적 이득과 연관된 학교거부가 엄밀한 의미에서의 진정한 학교 공포증이라 할 수 있다. 이 경우에 아이들은 분리불안과는 연관이 없다. 대개 집에 있는 것으로 해서 부모의 관심을 더 받게 되거나 보고 싶은 TV프로그램을 볼 수 있거나 하는 식으로 학교를 가지 않으므로 해서 생기는 이차적인 이득과 관련되어 학교 가기를 싫어하는 마음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아이들의 경우는 학교에 가기 싫어서 꾀병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 시험을 피하기 위해서, 숙제를 안 해 선생님에게 혼나는 것을 싫어해서, 자기가 보고 싶은 TV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서 등 학교를 안 가서 생기는 어떤 실제적 이득이 있는 경우는 꾀병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초등학교 연령의 아동들 중에서 낯선 곳으로의 이사 경험을 겪는 아이들이 매우 쉽게 발견된다. 물론 이사를 다니는 것 그 자체는 아이들에게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낯선 곳, 낯선 학교는 어린이들에게 갖가지 어려움을 제공해주는 문제로 인식된다. 말하자면 새로운 학교에서의 또래들이 이사온 아이를 놀이집단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외톨이가 되어야 한다거나, 전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선생님과 학교 건물 등에 다시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들은 대단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물론 이사 자체로 인한 이사 경험은 사회 적응능력이나 자립정신을 증대시킨다는 긍정적 측면도 없지는 않다. 다만 부모들이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아동들에 따라 쉽게 적응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듯이 그 반대로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사 다니는 가정에서는 반드시 새로운 환경 적응에 실패하지 않도록 아이들을 사전에 도와주어야 한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는 우울장애의 가능성이 높다. 성장호르몬이 샘솟는 이 시기의 청소년은 모든 스트레스를 행동으로 푸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우울증의 증상도 행동으로 표출되기 마련이다. 지능지수가 낮은 것도 아닌데 성적이 나쁘고, 부모의 한마디에 열마디 대꾸를 하고, 거짓말이 늘며 귀가시간이 늦어지는 것 등이 학교 부적응 아이들이 흔히 보이는 행동들이다. 휴대전화 사용량이 늘고 용돈 씀씀이가 커지거나 명품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 경우는 아이의 심리상담치료와 함께 부모상담도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다음은 방금 언급한 분리불안 형태의 등교거부와 공포장애 형태의 등교거부의 차이점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분리불안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동의 경우에는 학교에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집에서 보호자와 함께 있으려고 하는 반면 학교 공포증을 갖고 있는 아동은 학교 이외의 다른 환경에서는 잘 지내는 특징이 있다. 또 일반적으로 공포장애는 남자아이들이 많지만, 분리불안장애의 경우 여자아이들에게 더 흔히 나타난다. 그리고 공포장애는 고학년 어린이들에게 흔히 일어나지만 분리불안은 반대로 5세에서 8세 사이의 나이어린 아이들에게 흔히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렇게 학교 가기를 거부하는 아동의 경우 실제로 학교에 가지 않는 일이 많아지므로 학습부진이나 학습실패, 또래와의 관계 실패 등의 문제 위험을 갖고 있으므로 가능한 한 빨리 학교로 돌아가게 해야 하는데 부모로서는 사실 아이를 학교로 돌려보내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될 수 있으면 전문상담을 받아야 한다. 전문상담을 권하는 이유는 또 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등교거부의 이유가 ‘분리불안’ 때문인지 아니면 ‘공포’ 때문인지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중재방향이 결정된다. 이러한 중재는 자칫 부모들이 하다가 실패해서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될 수 있으면 전문가를 찾을 것을 권해드리는 바이다. 여기에 덧붙여 아이들 교육에서 흔히 거론되는 학교공포증은 학교라는 교육적 환경이 내포한 여러 가지 요소들이 어린이들에게 심한 부담이 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의미하기도 한다. 자녀의 학교공포증과 관련된 갖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부모들이 학교가 어떤 곳인가를 아이의 눈으로 파악해야만 한다. 우선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이들이 신체적 질환을 호소하기 때문에 신체적 질환에 대한 자세한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이유는 우선 실제로 신체적 이상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그냥 부모들의 짐작으로 꾀병이라고 판단해 버린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만약 꾀병이라면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을 은근히 아이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왜 학교에 가기가 싫은지, 혹은 어떤 스트레스가 있는지를 아이와 직접 이야기하기에 훨씬 편할 것이다. 단지 "너 꾀병 부리지 마!" 와 같은 직설적인 언어는 피하는 것이 좋다. 그보다는 어떤 걱정을 하게 되면 머리나 배가 아플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편이 아이에게 다가가기가 훨씬 쉽다. 그리고 또한 ‘꾀병’이라고는 하지만 신체적 이상은 없는데도 실제로 신체적 고통이 있을 수 있다. 성인들이 흔히 말하는 신경성이 사실 아이들에게 나타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또한 부모는 자녀에게 즉각적으로 학교를 가야한다고 강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를 가지 않게 되면 학습문제가 생기고 친구와 멀어지는 후유증이 생겨 학교를 더욱 가지 않으려 하는 악순환이 생기므로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과감하게 끊을 수 있어야 한다. 아침에 아이가 아프다고 하면 소아과를 데리고 가서 진찰 후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늦게라도 학교를 데리고 가야된다. 병원을 반드시 데리고 가는 이유는 아이에게 특별히 아픈 곳이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기 위함이 일차적 이유지만 또한 실제로 아플 수 있다는 가정에서도 반드시 중요하다. 그리고 아이가 학교 가는데 문제가 있음을 담임교사나 양호교사와 상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렇게 해야 신체증상을 이유로 반복적으로 조퇴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을 둔 부모 중에는 학교를 그만두고 대안학교나 외국으로 가고 싶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로는 어느 곳에서도 적응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전학을 시키거나 반을 바꾸거나 하는 것 또한 별로 효과적이지 못하다. 현재까지 학교공포증으로 인한 등교거부 해결방법으로 제안된 만병통치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아동들이 거부하고 있는 대상이 학교라는 공통적 사실을 떠나 개별아동에 따라 학교에 대한 인상이나 느낌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공포증의 치료에는 부모와 학교선생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원인 제공물이나 혹은 사람, 그리고 전문 상담사의 공동 노력이 없이는 어렵다. 따라서 부모는 교사와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수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