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사람들 중, 거짓말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아무리 정직하고 바르게 살았던 사람일지라도 어쩔 수 없이, 혹은 상대를 이롭게 하기 위한 한 두 번의 거짓말 정도는 해 보았을 것이다. 이런 경우, 우리는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하지만 이마저도 해보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사실 그 말이 거짓말일 가능성이 많다. 이처럼 거짓말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꼭 필요한 것들이다. 이러한 선의의 거짓말이 아닐지라도 사실 많은 어른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거짓말을 하고 산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사 달라고 조를 때 "생일 때 사줄게" 해놓고 막상 그 상황만 넘기면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달갑지 않는 모임에 초대되었을 때, “하필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요” 라는 등의 말로 모임을 피하는 경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사실 이러한 거짓말조차 하지 못한다면 우리 일생은 피곤해서 견디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정작 자녀들이 거짓말을 할 경우, 어떤 큰 범죄에 빠져든 것처럼 당황해하며 어찌할 바를 모른다. 이렇듯 어른들이 일상생활에서 한 두 번씩 하는 거짓말처럼 아이들이 하는 한 두 번의 거짓말 또한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문제는 습관적인 거짓말이다. 거짓말은 일종의 습관이다. 자신의 거짓말로 인해 의도하는 바를 얻었을 경우에는 쉽게 또 다른 거짓말을 지어내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 장기간 이어지는 습관화가 된다. 따라서 한두 번의 거짓말이 문제 될 것은 없다고 했지만 그 한 두 번의 거짓말을 무시하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처음 거짓말을 했을 때, 아이 스스로가 거짓이라는 잘못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낮은 점수가 나온 성적표를 부모가 보지 못하도록 감추거나 아직 성적표가 안나왔다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만약 이때 부모가 “야단치지 않을테니 사실대로 말해?” 라고 해서 자백을 받았다고 하자. 그 다음 부모들의 반응은 “내가 모를줄 알았니? 왜 처음부터 말하지 거짓말을 해? 너 앞으로 뭐가 될려고 그래?” 이럴 경우,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래, 거짓말하는 건 나쁘구나! 다음부터는 거짓말 안해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사실을 말해도 역시 혼나는건 마찬가지구나. 역시 다음부터는 들키지 않도록 더 조심해야지. 이번엔 내가 너무 허술했어’ 하는 등의 더 나은 전략을 생각한다. 사실 아이들이 성적표를 감춘 것은 자신의 낮은 성적 때문에 부모로부터 받을 꾸중이나 체벌이 두려워서 하는 경우이며 또한 그런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다. 그래서 거짓말을 했는데 사실을 고백했는데도 매 한가지 꾸중을 듣는다면 좀 더 세련되고 탄로나지 않을 전략을 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거짓말을 하는 아이는 머리를 잘 쓰고 꾀가 많기도 하다. 끊임없이 전략을 짜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짓말이 심해지면 바로 범죄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의 ‘도벽’과 ‘거짓말’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럼 아이들은 왜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우선 부모나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이 적다거나 아이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한 가정에서 아이가 거짓말을 시작했다면 부모가 평소 아이에게 얼마나 관심을 가졌나 돌아보아야 한다. 병원에 가면 전혀 이상이 없는데도 자꾸 아프다고 하는 아이, 아무 일이 없는데도 "집에 불이 났다", "선생님이 엄마를 불렀다", "할머니가 엄마를 보러 온다고 했다"라며 거짓말을 한다면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즉 배가 아프다고 할 때 엄마가 자신을 돌봐준다는 것을 알고 계속 배가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 비디오를 많이 보는 아이, 엄마와 주고받는 대화가 적은 아이, 놀이를 많이 하지 않는 아이가 이러한 이유로 거짓말을 많이 한다. 두 번째로는 비교적 어린 시기에 나타나는 형태로서 소망을 충족하기 위해서, 혹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거짓말이다. 예를 들면 어떤 아이가 새로사온 인형을 자랑할 때, "나한테는 이것보다 더 예쁜 인형 있어" 하는 식으로 갖고 있지도 않은 것을 가진 것처럼 말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는 그 인형이 특별히 갖고 싶다는 표현이지만 그것을 부모로부터 거부당했을 때, 혹은 자신 스스로 가질 수 없다고 판단했을 때 이런 식의 거짓말을 하게 된다. 5세 정도가 되면 인지 발달 단계상 자신을 인식하고 자존심과 자긍심, 자율성, 주도성을 키워나가게 된다. 이때 또래에 대한 인식도 동시에 발달하게 되는데 또래들 사이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이와 같은 거짓말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세 번째로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가장 흔한 것으로서 자기 방어를 위해 하는 거짓말이 있다.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꾸중을 피하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들이 많다. 이 시기는 특히 학업 수행 능력과 관련된 것들이 많은데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엄마 말을 잘 듣는다", "밥을 잘 먹는다" 등의 사소한 이유로도 칭찬을 듣고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지만, 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학업 성적이 곧 칭찬과 연결되기 때문에 아이들은 성적과 관련된 거짓말을 많이 하게 된다. 또 집에서 똑똑한 아이가 학교에 가서 자꾸 지적을 받게 됐을 때도 아이는 선생님께 지적받는 것이 싫어서, 부모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자주 거짓말을 하게 된다. 네 번째는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에 나타나는 행동유형으로서 일부러 나쁜 뜻을 가지고 하는 거짓말이다. 나쁜 어른들처럼 남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서나 앙갚음을 하기 위해 하는 거짓말이다. 이런 경우는 혼나는 도중에도 거짓말을 하게 되며, 혼내도 더 심한 거짓말을 하게 된다. 거짓말을 하기 위한 거짓말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사실 이 경우는 갑자기 나타나는 행동특성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이미 습관화 된 경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거짓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도벽, 학업부진, 비행 등과 같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위의 어떤 형태의 거짓말이 되었든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사랑이다. 아이들은 무엇에 대해 불만족하거나 불안, 무관심, 두려움 등이 느꼈을 때 거짓말을 많이 하게 된다. 거짓말 자체에 중심을 두지 말고 왜 그렇게 거짓말을 하게 되었을지 생각해보고 사랑과 이해로 대한다면 아이의 거짓말은 줄어들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아동 심리학자 기노트는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여 야단맞은 경험이 있는 아이는 "거짓말은 나쁘다"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네, 제가 그랬어요" 하고 솔직하게 시인하면 부모가 야단을 치기 때문에 아이는 야단을 맞지 않으려고 거짓말을 할 때가 많다고 했다. 즉 아이들은 야단맞는 것을 두려워해 거짓말을 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가 거짓말 한 것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면 사과를 받아주고 솔직할 수 있는 용기를 칭찬해 주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에 불안해할 필요가 없는 성장 과정을 거친 아이가 커서 진실하고 도덕적인 어른이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