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굼뜬 행동 때문에 속 끓이는 엄마들이 많다. 화장실에 세수하러 들어간지 30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 아이, 옷을 입으라면 바지 한 짝 꿰고는 텔레비전 보느라 정신이 없는 아이, 다른 애들은 20분이면 끝내는 숙제를 2~3시간 붙들고 있어도 마치지 못하는 아이, 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책장을 몇 장 넘기지도 못하는 아이, 심부름을 시키면 심부름을 시키면 대답만 해놓고 함흥처사가 된 아이, 어떻게 겨우 심부름을 시켰는데 1~2시간만에 돌아오는 아이, 유치원에서 율동을 제대로 따라하지 못하거나 글씨 쓰는 것이 너무 느려 선생님이 칠판에 필기한 내용을 반도 따라 쓰지 못하는 아이 등, 옆에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참을 인자 10개를 새기지 않으면 안 되는 아이들이 있다. 왜 그럴까? 무엇 때문에 그렇게 느린 것일까?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요인은 역시 기질적인 요인이다. 이 경우는 부모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행동을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부모 중, 한 명이 이렇게 행동이 느리다면 아이의 행동도 느린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유전이니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경우, 물론 유전적 요인이 많이 작용했을 수 있지만 현재도 부모가 느리게 행동하기 때문에 아이가 학습된 결과가 더 크다. 따라서 아이가 좀 더 빠르게 행동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 먼저 부모의 행동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와는 반대로 부모의 성격이 너무 급하거나 행동이 너무 빨라 아이의 행동이 굼뜨다고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객관적인 눈으로 잘 살펴보아야 한다. 두 번째 경우는 행동이 굼뜬 것 자체가 병일 수도 있는데 ‘운동기술장애 혹은 발달성근육운동협응장애’가 그것이다. 이런 아이는 밥 먹는 것도 느리고 걸음걸이도 느리고 나무토막 쌓기를 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가 운동화 끈을 제대로 매지 못하거나 단추나 지퍼 여닫는 것도 힘들어하고 가위질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운동능력이 떨어져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 멀리 뛰기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해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운동기술장애’ 아이들은 겉으로 보아서 굼뜨다거나 행동이 느린 것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부모가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므로 신체에 이상이 있는 곳은 없는지 먼저 주의깊게 살펴본 후, 만약 이런 징후가 보인다면 전문기관을 찾아 보다 자세한 평가를 받아보아야만 한다. 발달이 늦지 않는데 행동이 굼뜬 경우로 동기나 의욕이 부족해서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즉, 무언가 하기 싫은 일을 할 때 자신의 마음을 굼뜬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아이들은 막연히 싫다고 느끼고 눈치를 보거나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할 때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가 중요하다. 다시 말해서 아이가 숙제를 하기 싫어서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붙잡고 있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혹은 저러다가 내일 아침에 못일어날까봐 걱정되어 엄마가 끝까지 참지 못하고 숙제를 대신 해주게 되면 아이는 원래 느렸든지 그렇지 않았든지간에 이 순간만 피하면 어떻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아이가 도움을 청하기 전에 미리 나서는 것은 좋지 않다. 스스로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아이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는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지만 그 때라도 항상 원칙과 기준이 정해져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대표적인 경우가 반항의 표시로 굼뜬 행동을 하는 경우다. 집에서는 부모에 대한 반항을 느릿한 행동으로 표현하며 학교에서는 선생님에 대한 반항으로 일부러 딴청을 부리거나 느릿느릿 행동하는 경우다. 이 경우는 성격이 소심하고 수동적인 아이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데 불만이 있어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은 성장한 후에도 매사에 불만은 많지만 개선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가 되기 쉽다. 이런 아이들의 대부분은 부모의 평소 습관이나 태도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소질이나 능력을 무시하고 부모가 원하는 수준만 강요하는 경우 아이는 어쩔 수 없이 속으로 불만을 키울 수밖에 없다. 또는 부모 자신이 너무 완벽주의자여서 아이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경우도 이런 행동을 나타내기 쉽다. 따라서 지나친 간섭을 피하고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