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키우는 집이라면 전쟁터인지 쓰레기장인지 분간할 수도 없을만큼 과자봉지, 크레파스, 레고조각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어 어디에 앉아야 될지도 모를 때도 있다. 어린 아이들은 주의집중 시간이 짧기 때문에 여러 가지 놀이를 계속 바꾸기 때문에 어질러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어린 아이들이 있는데도 항상 집이 깨끗하다면 부모의 결벽증이 의심되는 가정일 것이다. 하지만 제법 큰 아이들이 놀고 난 후에 치우지 않는다던가, 책상에 이것저것 꺼내놓고 그대로 몸만 빠져나가는 아이들이 있다. 그 때마다 화를 내거나 야단을 쳐보지만 효과는 그때뿐이다. 또한 그나마 정리를 할 때도 혼자서 내버려두면 한 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정리가 끝나지 않는다. 어떻게 정리를 해야 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어떻게 정리를 해야되는지 모르는 아이는 치우는 일은 자기 일이 아니고 누군가 치워 줄 것이라는 습관이 몸에 베어있는 경우가 많다. 즉, 어려서부터 아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아이가 어질러놓은 것들을 모두 정리해 주던 엄마가 갑자기 아이가 컸다고 해서 “네 물건은 네가 정리 해” 라고 해도 정리를 해보지 않았던 아이는 어떻게 정리를 하는 것인지 모르게 된다. 따라서 어려서부터 놀고 난 다음에는 반드시 정리정돈을 해야 된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처리해 주려고 하지만 이는 아이들의 책임감을 키워주지 못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따라서 어려서부터 아이에게 정리하는 방법을 보여 주면서 아이가 따라하게 하고 또 잘된 부분에 대해 칭찬해 준다면 정리도 하나의 놀이가 되어 아이와 부모가 교감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역시 엄마나 아빠 중, 정리정돈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아이도 자연히 배우게 된다. 따라서 이 경우는 부모들부터 모범을 보여야만 할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꼼꼼하게 정리하기를 좋아하는 부모와 정리정돈하기 싫어하는 아이는 성격궁합이 잘 맞지 않아 자녀에 대한 못마땅한 부분은 자꾸 잔소리로 나오게 되고 서로의 관계만 악화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우선,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면서 지도해 나가야 한다. 정리정돈하는 것은 필요한 습관이지만, 아이가 어떤 틀에 갖히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계속적으로 정리를 강조하는 경우에는 자녀의 창의성과 유연한 사고의 흐름이 끊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부모가 적절하게 개입해야 한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좋지 않듯이 정리 정돈의 문제도 부모의 강박적인 청결벽 때문에 지나치게 규제를 하면 좋지 않다. 특히 호기심이 많은 아이는 여러 가지 잡다한 물건들을 모 으기 좋아해서 주변이 늘 지저분한 경우도 있다. 이같이 모으는 행동은 나름대로 목표를 가지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존중해 주어야 한다. 엄마가 청소를 하면서 아이가 그동안 열심히 모아 놓았던 딱지나 구슬 등을 전부 버리는 것은 엄마가 아끼는 보석을 잃어버렸을 때와 같은 상처를 아이에게 줄 수 있다.

또한 너무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한꺼번에 요구하기보다는 꼭 필요하고 중요한 습관부터 하나씩 습득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것을 요구하다 보면 하나도 제대로 터득하지 못하며 아동이 힘겨워하고 싫증 낼 수도 있다. 따라서 우선 아이와 어느 정도 정리를 하는 것이 적당한지 의논한 후에 책상정리나 이불개기 등과 같이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부터 조금씩 실천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좋다. 이때 아이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칭찬하고 인정해주는 일이다. 부모의 조절과 지혜가 필요한 부분이다.

아이 스스로 정리정돈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꾸며주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 방의 활동공간이 아이가 편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정리할 서랍도 없는 넓은 공간에 장난감을 넣어두도록 한다거나 큰 상자통에 모든 것을 넣어두도록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우선 작은 서랍이나 상자 등을 여러개 만들어 눈에 잘 띄게 이름표를 붙여놓고 장난감들을 분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환경을 꾸밀 때는 정리를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아이와 얘기를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