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신체는 몸 속에 이물질(항원)이 침입하면 그 이물질에 반응하는 물질(항체)을 만들어 스스로 신체를 지킬 수 있도록 되어있다(면역반응). 즉,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방범 체계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한번 숨쉴 때마다 수많은 세균과 바이러스(이물질) 등이 우리 몸으로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에 걸리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방범체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방범체계에 이상이 생겨 별것도 아닌 이물질에 과민하게 반응하여 재채기를 한다거나 콧물을 흘린다거나 혹은 몸이 가려운 신체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를 알레르기반응이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신체적 과민반응이 이번에는 마음까지도 과민하게 만든다. 바로 몸과 마음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 쉬운 사람은 신체가 물질적 항원(먼지, 진드기, 꽃가루, 생선 등)에 과민하게 반응하지만 동시에 기질과 관련 있는 마음도 정신적 환경의 변화, 즉 동생이 태어난다든가, 유치원이나 학교에 입학하거나 엄마와 떨어지는 분리 등에도 과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과민적인 마음의 반응이 이번에는 또 다시 신체를 과민반응하게 만들기도 한다. 마음과 신체 사이의 이 과민성이 어떻게 발생하는가, 그것에 의해 알레르기 반응이나 증상의 영향도 다르게 나타난다. 또한 알레르기 반응은 체질적인 요인의 병이기 때문에 쉽게 낫지 않는다. 따라서 다른 만성적인 질병처럼 언제 나을지 모를 불안이 마음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이것이 부모-자녀 사이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알레르기 반응의 치료에는 심신증으로서 신체만이 아니라 마음도 함께 치료를 받을 필요성이 있다. 신체적인 치료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개선되지 않는 경우는 이처럼 과민한 마음의 배려에 더더욱 신경을 써야한다. 알레르기 반응은 신체만이 아니라 심리적인 배려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 이해를 돕기 위해 여기서 알레르기반응이 관여하는 대표적인 질환을 예로 들어 그 증상과 마음의 동요에 대해서 살펴보고 알레르기를 지니고 있는 아이들의 대응에 관해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1) 아토피성 피부염 ‘아토피’라는 말은 1923년 코카와쿠크란 학자가 알레르기의 한 형태라고 만든 말로서 ‘무엇인지 잘 모른다’ 혹은 ‘기묘하다’ 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아토피아’에서 나온 말이다. 천식이나 알레르기성 비영 등, 유전적 요인이 강한 형태의 과민증에 이 이름을 사용한 것이 시작이었는데 천식이나 알레르기성 비염 등의 과민증을 지닌 가족에게서 독특한 습진이 자주 발견되고나서부터 이 피부염을 ‘아토피성 피부염’이라 부르게 되었다. 전형적인 증상은 연령에 따라 다양하지만 만 2-3세 이전의 영유아들에게 생기는 아토피성 피부염은 얼굴, 턱밑, 겨드랑이, 기저귀 차는 부위, 팔, 다리 등에 더 잘 생긴다. 그 이후의 아이들에게는 팔꿈치 안쪽, 오금다리 등에 생기기 쉽다. 아토피성 피부염에 걸리면 피부에 마치 파우더를 뿌린 것처럼 각질이 일어나거나 불그스름한 색을 띠며 짓무른다. 또 가려움증이 심해 침대나 담요 등에 문지르는 아이도 많은데, 특히 좀 큰 아이들은 진물이 나고 피가 날 때까지 심하게 긁어댄다. 이때 아이의 얼굴, 목, 위팔, 상체, 다리 등에 둥글거나 타원형 등 여러 모양의 반점들이 군데군데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을 때나 노는데 몰두해 있을 때는 가렵지 않으며, 대뇌피질에서의 억제가 약해지는 수면시에는 더 가렵게 되고 혹은 심리적 갈등이나 스트레스로 긴장하거나 감정적 흥분이 발생하면 더욱더 가려움증이 강해진다. 스트레스나 피로, 정서적 불안 등이 몸에 좋지 않다는 건 상식이지만 특히 아토피 피부염의 경우에는 스트레스가 증세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므로 신경을 써주어야 할 문제이다. 따라서 지나치게 흥분하면서 놀게 하거나 오랫동안 울리는 것은 좋지 않다. 그리고 아이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주거나 야단을 치면 질병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아이의 정서 발달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므로 주의해야 한다. 아이가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특히 성인형 아토피 피부염의 경우에는 사회활동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악화요인인 임은 잘 알려져 있다. 인간의 신체 중, 피부는 외부 세계와 직접적으로 맞닿을 수 있는 유일한 부위이다.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피부 접촉을 통해서 부모로부터 애정을 직접 느끼고 외부 세계에 대한 신뢰감을 쌓아가기 때문에 중요한 통로라고도 말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스킨쉽의 부족은 ‘자신은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 는 생각을 갖게 해 스트레스가 된다. 실제로 부모의 애정이 부족하느냐 어떠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가 어떻게 느끼고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부모로서도 전혀 알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토피성 피부염의 아이가 그러한 스트레스를 느끼는 경우, 가려움증은 훨씬 더 증가한다. 아이가 피부를 긁거나 혹은 부모에게 가렵다고 말하면 긁지 말라고 중지시키거나 혹은 대신 긁어주기도 한다. 비록 부모에게 혼날지라도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혹은 스킨쉽을 획득하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더 가려움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처럼 조리 있게 표현할 수 없는 자신의 기분이나 욕구를 가려움이나 긁는 것으로 표현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겉으로 봐서 금방 알 수 있는 피부병은 ‘더럽다’는 마음의 부담 때문에 보이고 싶지 않다거나 감추고 싶은 마음에 소극적이 되거나 대인관계가 어렵게 되는 경우도 있다. 부모들은 피부증상만을 걱정해 아이가 가렵다고 긁는 것을 단지 저지시키려고만 한다. 바로 이 때문에 소아 아토피 환자의 경우 정상인에 비해 행동적, 정서적으로 문제가 흔하며, 또한 우울과 불안이 소양감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 보고에 의하면 아토피 피부염을 가진 소아 환자는 정서적 문제가 정상인에 비해 3배나 많다고 한다. 그러므로 기본적인 스킨쉽을 자주 가지면서 피부증상에 너무 신경질적으로 대하지 말고 훨씬 더 가벼운 마음으로 아토피를 끌어안고 가야만 한다. 아토피가 있을지라도 아이가 건강한 마음으로 밝게 생활할 수 있다면 걱정할 게 없다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2) 기관지 천식 기관지 천식은 어느 나이에서나 발생하지만 요즘에는 그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들어 기관지 천식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여 어린이의 5~10%에 이르고 있다. 한 두 살 때에 기관지염을 3번 이상 앓은 경우에는 커서 천식이 되는 수가 많다고 한다. 이처럼 천식이 증가하는 것은 모유 대신 우유를 먹이고 이유식을 조기에 사용하는 것과 더불어 침대, 카펫, 커튼 사용과 아파트에 거주하는 등 서구화된 생활양식 및 대기 오염 등이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천식이란 숨 쉴 때 들어오는 여러 가지 자극 물질에 대한 기관지의 과민반응으로, 기관지를 비롯한 기도점막에 염증이 생겨 부어 오르며 기관지가 좁아져서 천명(쌕쌕거리는 호흡음)을 동반한 기침과 호흡곤란이 발작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일단 호전이 되면 대부분의 경우 거의 정상 상태로 회복이 되기는 하나 반복적으로 자주 재발하는 특징을 가진 호흡기 질환이다. 천식의 증상 중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호흡곤란을 동반한 발작이다. 심할 때에는 호흡곤란으로 인하여 입술이나 손톱이 새파랗게 되는 청색증(cyanosis)이 나타나기도 하고, 말도 잘 못할 정도로 심하며 심한 피로증세에 동반하여 불안, 혼란 등의 정신적인 변화까지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멀쩡하다가 갑자기 발작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경향 때문에 우선 주위 사람들, 특히 부모의 불안이나 걱정이 커지게 된다. 본래 아이들은 자연계의 동물이 그렇듯이 부모의 반응을 보고 자신에게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판단한다. 이 때문에 부모의 과민한 걱정이나 불안은 아이들에게 병에 대한 공포나 불안을 크게 하는 요인이 된다. 사람은 불안이 크면 클수록 나쁜쪽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또 발작이 일어날지 모른다’ 라고 하는 예기불안, 더 나아가 ‘이대로 죽는게 아닐까’ 라고 하는 공포감마저 느낀다. 부모는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과보호나 과간섭을 하게 된다. 그래서 천식 때문에 아이는 여러 가지 행동에 제약을 받는다. 마음대로 놀지 못해 성장에 필요한 체험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아이는 모든 면에서 자신감을 잃고 소극적인 인간으로 성장해 간다. 천식으로 인한 열등감이나 불안, 부정적인 자아를 형성한 아이는 예기불안이 강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발작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발작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암시가 되어 이번에는 자율신경계에서 내분비에 영향을 미쳐 기도가 막히거나 실제로 발작이 일어나기 쉬운 상태를 만들게 된다. 최면상태에서 불안을 야기시키는 암시를 주면 발작을 일으킨다는 연구보고나 장미 꽃가루의 알레르기를 보이는 사람에게 조화 장미를 보여준 것만으로도 발작을 일으킨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이처럼 실제로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직접적인 요소가 아닐지라도 암시나 조건형성만으로도 발작은 일어난다. 또한 밤에 발작이 많이 일어나는 이유도 자율신경의 관계나 기관지에서의 분비에 의한 영향 등만이 아니라 밤을 불안하게 느끼는 사람의 심리가 발작을 유발시킨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즉,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병원에도 갈 수 없는데 어떡하면 좋을까? 하는 등의 불안이다. 병원의 휴진일이나 여행중에 자주 일어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부모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되는 것일까? 우선 부모는 기관지 천식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모아 숙지해 둘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불안이나 공포는 아이들이 발작을 일으킬 때, 이러다가 무슨 큰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서 나온다. 따라서 그러한 증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만 가지고 있다면 이런 불안이나 공포를 느낄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아이들은 부모의 반응으로부터 안심감을 얻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의료기관에 정기적으로 다니면서 적절한 의사의 설명을 듣고 그 지시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사에 대한 신뢰감이다. 만약 의사를 믿지 못하게 되면 약도 부작용이 두려워 잘 먹이지 못하고 또는 약을 먹였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는 부모의 불안만큼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믿고 안심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선택이 중요하다. 세 번째는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 환경을 구성하라는 것이다. 알레르기 원인이 되는 것을 필사적으로 피하려 한다거나 지나치게 의식하다보면 그것을 바라보는 아이는 더 긴장하게 되고 불안감이 고조하게 된다. 따라서 지나친 대응이나 과보호 내지 과민반응은 오히려 해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