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우연히 아이의 머리를 쳐다본 엄마가 깜짝 놀란다. 처음에는 껌이 붙었나 하고 자세히 들여다보지만 껌이 아니라 동전 크기만 하게 그 주위에 머리털이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둥근 원형이나 타원형으로 수 센티미터 정도의 크기로 머리털이 빠지는 것을 ‘원형 탈모증’이라 한다. 대개는 지름 1~2cm의 크기로 한 곳에 나타나지만(단발형), 때로는 몇 곳에 한꺼번에 불규칙한 모양으로 융합할 때도 있고(다발형), 비만성으로 머리털이 빠지는 경우(비만형)도 있다. 보통 수 개월 이내에 자연적으로 좋아지지만 이와 같이 가벼운 정도라면 일생에 10명 중 한 명은 경험하는 흔한 증상이다. 하지만 처음 머리털이 빠진 후부터 수 개월 이내에 모든 머리털이 빠지는 경우나 심지어 머리털뿐만 아니라 턱수염,
눈썹, 속눈썹, 음모와 같이 몸에 있는 모든 털이 빠져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완치도 어렵고 또한 재발 위험도 매우 높다. 머리털이 빠진 부분의 피부에는 이상이 없는 것이 보통이지만, 주위보다 다소 내려앉아 있거나 불그스름하며,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피부조직에 염증을 보인다. 퍼져나가는 주위의 털은 가볍게 당기거나 세게 문지르는 등의 자극을 가하면 통증없이 간단하게 빠지며 빠진 털은 무리하게 뽑은 정상의 털과 달리, 모근의 끝이 뾰족하게 되어 있다. 원인으로는, 알레르기설, 유전설, 자율신경 이상설, 털 성장주기 장애설, 내분비 장애설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지만 현재는 자기면역 시스템 이상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가장 주류를 이루고 있다. 즉,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되어 임파구가 자신의 머리털을 이물질로 인식해 파괴한다는 말이다. 환자의 절반 이상이 아토피성 피부염 증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 어린이들에게서 원형탈모증이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이처럼 아이들의 탈모증이 많아지고, 점차 그 발생 나이가 낮아지는 것은 과도한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환경변화를 들 수 있다. 도시화로 인한 자연적인 놀이환경이 사라지고,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다른 사람의 손에 맡겨지며, 서너살이 되면서부터는 음악, 한글, 수학, 미술, 영어 등 그 수조차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이리 저리 치이는 아이들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쌓이게 해서 결국에는 원형탈모증까지 일으키는 것이다. 이외에도 불안한 가정환경, 부모의 말다툼이나 이혼, 잦은 이사로 인한 주변 환경의 부적응, 아이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꾸지람 등이 탈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원형 탈모증을 일으키는 아이들의 경우 상당수에서 우울증, 불안장애, 신경증, 강박증 등의 증상도 보이고 있다. 아이들의 원형탈모증이 정신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원형탈모증과 관련해 아이들이 스스로 머리카락을 뽑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탈모광증’ 혹은 ‘발모광’이라 한다. 탈모광증은 원형탈모증처럼 머리카락이 저절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잡아뽑는 것으로 경계가 원형탈모증과는 달리 마치 벌레가 뜯어먹은 것 같이 불규칙하고 듬성듬성 빠져있다. 그래서 한쪽은 머리가 뽑혀있는데, 다른 쪽은 자라고 있는 등 제각각이기 때문에 저절로 빠진 게 아니라 아이가 뽑았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원형탈모증이 스트레스가 원인의 일부가 되기는 하지만 그것이 전적인 원인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약도 바르고 주사도 맞고 해야하지만, 탈모광증은 대부분이 심리적 스트레스에서 발생하는 정신과적 문제이다. 하지만 아이들 대부분은 이같은 심리적인 갈등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또한 머리를 잡아 뽑는다는 이야기를 숨기려 한다. 대신 나도 모르게 빠진다고 둘러대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탈모광증은 머리카락을 뽑고 싶은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병으로 우울증이나 강박증과 관련이 있다. 주로 여아에서 많고 치료가 쉽지 않은데 이 질환은 부모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거나 혼자 남겨져있어야 하는 상황을 겪을 때 시작되곤 한다. 머리카락을 긴장감을 풀거나 스스로를 자극하는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아이들의 탈모는 그것이 원형탈모증이든 탈모광증이든 마음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외적인 약물요법도 중요하지만 어린 마음속에 어떤 힘든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알아내어 해소시켜 주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