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은 칼로 물 배기’라는 말이 있다. 즉, 칼로 아무리 물을 배어 보았자 갈라지지 않듯이 부부끼리 아무리 싸워도 갈라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형제간의 싸움은 어떨까? 형제간의 싸움은 외동이가 아닌 가정이라면 사실 매일 반복되는 일일행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난감을 먼저 차지하겠다고 싸우는 형제, 텔레비전 채널권을 두고 다투는 자매, 심지어는 엄마 옆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서겠다고 싸우는 아이들을 볼 때,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그냥 말로만 끝나면 다행이다. 조금 지나면 발로 차고 손으로 때리고 물건을 집어던지다가 결국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격투기장으로 변하기도 한다. 물론 승자는 거의 맏이가 된다. 그래도 집에 어른들이 있을 경우에는 이런 격투장으로 벌어지기 전에 개입을 해서 어떻게든 막아보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고서야 막을 재간이 없다. 또한 잘못 개입했다가는 아이들의 마음에 더 큰 상처만 주기 일쑤다.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형제간의 싸움은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아니 오히려 형제간에 다투지 않고 자라게 되면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형제애가 희박하게 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는 부부싸움과 마찬가지로 형제간의 싸움 또한 어느 누구도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문제는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지게 되는 경우다. 형이 동생을 바닥에 엎어놓고 일방적으로 두드려 패거나, 또는 형제 중 하나가 심한 모욕감을 느낄 정도로 막말을 할 경우 반드시 누군가 개입을 해야만 한다. 이는 맞고 있는 동생이 불쌍해서도 아니고, 막말을 하는 아이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라 아니라 아이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부부간에도 해야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부모-자녀간에도 마찬가지고 형제자매간에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인격적으로 모욕을 당했다고 느끼면 그런 모욕감은 적개심으로 발전한다. 어린 아이일지라도 마찬가지다. 형과 같이 치고 패다가 형에게 주먹으로 몇 방 얻어맞는 것은 모욕감을 느끼지 않으나 형 밑에 깔려 일방적으로 맞는 것은 심한 모욕감을 느끼게 된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나쁜 말(욕)들은 싸우면서 얼마든지 튀어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모욕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은 없다. 예를 들면 싸우면서 “병신 새끼!” 하며 욕을 해도 아무렇지 않게 맞받아 친다. 하지만 장애를 갖고 있는 형에게 동생이 이런 말을 했을 경우, 형은 심한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끼며 그러한 모욕감은 적개심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형제간의 우애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따라서 부모가 개입해야 하는 경우는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인데 대부분의 부모들이 이러한 개입에 서투르다. 형과 동생이 장난감을 가지고 서로 차지하겠다고 다툴 때, 옆에서 보고 있던 엄마가 “형이니까 네가 양보해라” 하며 형에게 양보할 것을 권한다. 동생 편만 드는 엄마가 얄미워 주기 싫지만 엄마에게 혼날까봐 어쩔 수 없이 주긴 주지만 대신에 동생 머리통을 한 대 갈기고 자리에서 빠져나간다. 엄마가 제편인줄 아는 동생은 의기양양해서 울만큼 아프지도 않는데 오히려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한다. 또 다시 엄마가 소리친다. “이놈의 자식! 줄려면 그냥 주지 왜 동생을 때려?” 언뜻 보면 참 못된 형이다. 그리고 엄마의 행동은 당연한 듯 보인다. 하지만 이는 형에게나 동생에게나 아주 잘못된 인격형성을 쌓아주는 우리 엄마들의 대표적인 표본이다. 형의 입장에서 보면 ‘왜 형이 항상 양보해야 되는가?’라는 의문이 생기고 동생 편만 드는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느낌과 공포를 경험하게 되며 나중에는 세상에 대응할 자신감도 줄어들게 된다. 동생은 동생 나름대로 자기본위의 행동이 괜찮다는 착각을 해 이런 행동이 밖에서도 통용될 것이라고 믿게 된다. 따라서 무엇이든지 제멋대로 하려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 인간관계란 그 상대가 누구든 간에 일방적으로 누군가 옳은 경우도 없고 누군가 잘못한 경우도 거의 없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형제간의 싸움이 일어나면 동생 편에 서는 부모가 많다. 물론 이는 동생이 더 귀여워서가 아니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즉, 자녀간의 싸움에서만 아니라 인간의 본성은 항상 약자편에 서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동정심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동생이니까, 형인 네가 양보해라.", "동생은 힘이 없고 작으니까 누나인 네가 해라.", "어린 동생이 뭘 알겠니, 오빠인 네가 참아라."와 같이 동생만을 배려한 규칙은 큰 아이를 화나게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부모들이 가장 먼저 해야되는 것은 가정 내에서 지켜야 되는 일관된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 누군가 그 규칙을 어긴다면 당연히 처벌도 동일한 조건에서 시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부모들의 일관된 규칙만 있다면 형제간의 싸움은 칼로 물배기만 되는 것이 아니라 형제간의 우애도 깊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