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에 들어오면서 정신과 영역에서 약물치료에 대한 연구가 눈부시게 진행되어 우울증의 치료에 있어 약물치료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약물치료만으로 모든 증상을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울증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울증을 앓게 될 당시의 내적 갈등이나 주변상황에서의 문제들을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심리치료사나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을 통하여 자신의 문제해결을 위해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이러한 치료방법을 심리치료라고 합니다. 심리치료 중에서도 다양한 방법이 사용되는데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고 효과를 입증할 만한 치료방법으로서는 인지행동치료라는 것이 있습니다.
A. 인지행동치료
인지행동치료는 1960년대 초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의 Aaron
T.Beck등에 의해 고안된 치료법으로 근래에는 효과적인 정신치료법으로 인정되면서 임상적 적용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는 인지모델을 근거로 하는데, 사람들의 감정이나 행동이 어떤
사건에 대한 그들의 지각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가정합니다. 즉, 사람들의 느낌이나 감정을 결정하는 것은
그 상황 자체가 아니고 그들이 그 상황을 해석하는 방식에 달려 있습니다.
인지란 사고(생각)를 말하는데, 이것은 깊이에 따라 3단계의 기본개념으로
설명됩니다.
첫째는 인지의 가장 표면적인 부분으로 자동적 사고로서,
어떤 상황이나 외부 자극에 의해 자동적이고 즉각적으로 진행되는 일련의 생각들을 말합니다. 이것은 논리적이고 심사숙고한 사고와는 다르며 이것은
어떤 노력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동적으로 자기 내부에서 발생하므로 전혀 의심 없이 받아 들이고 믿기 때문에, 이 자동적 사고가 부정적으로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자동적 사고는 우리의
태도나 행동, 기분 등을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정신현상입니다.
자동적 사고를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TV 뉴스를 시청하다가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40대 남자가 교통사고로
사망' 이라는 내용이 나오면 많은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남편이나 가까운 사람들 중에 비슷한 연령의 사람을 '퍼뜩' 떠올리게 됩니다. 만일 그 사람이 사고지점과 가까운 곳에서 일을 하거나
지나다니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 걱정은 더욱 커 집니다. 또 '어린이 유괴 사건' 과 같은 내용의 뉴스를 보고 나면, 아이가 학교 갔다가
예정시간보다 약간 늦은 경우에는 여러 가지 불길한 생각들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어떤 부모는 '혹시 사고라도 당한 건 아 닐까?'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고, 어떤 부모는 아이가 막 자동차에 부딪히는 장면이 순간적으로 스쳐가 기도하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이나 장면이
떠오르는데 태연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그럴 리 없어'라든지,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하고 조금 놀다 오는가 보다'라고 생각하면서
안심을 얻기도 합니다. 이런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에 의한 생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무슨 사건이나 상황이 있을 때 마다 퍼뜩 떠오르는
생각(즉 자동사고) 이 부정적 으로만 연결이 되어 있어서, 항상 불안하거나 의기소침하고 우울할 수가 있습니다. 평소 자신감이 없고 자신을
비하하는 사람의 예를 들어 보면, 항상 '나는 되는 일이 없어' '내가 손대는 일은 실패하게 되 있다니까' '거봐 안될 줄 알았어' '잘하던
야구도 내가 야구장에라도 가는 날에는 우리팀이 꼭 진다니까'......
이런 생각이 항상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일처리를 자신있게 해나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혹시 친구가 동업하자는 제의라도 해오면 '실패 할 것 뻔한 일'이라며 친구까지 망하게 하는 것이 싫어서 거절 합니다.
둘째는 핵심 믿음으로서, 인지의 가장 심층부를 말합니다.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생활하고 있으며, 이 핵심 믿음에 의해서 부정적인 자동사고가 형성됩니다. 핵심 믿음에 의해서 부정적 자동사고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인지왜곡입니다. 이 자동적 사고와 핵심믿음 사이를 연결하는 인지의 중간 부분을 중간 믿음이라 합니다.
인지행동치료는 외부 자극(사건, 상황등)이 있는 순간 먼저 자신도 미처
인식하기도 전에 떠오르는 생각이 계속적으로 부정적일 경우 우울하거나 불안한 기분 , 자신감 없고 소심한 행동 혹은 불면, 식욕부진, 진땀 등과
같은 여러 신체적 증상들이 유발 될 수 있는데, 역으로 부정적인 사고를 개조함으로써 그러한 기분이나 행동, 신체적 증상들을 개조하는
것입니다.
우울증의 인지행동치료는 그 치료효과가 경험적으로 확증된 치료로서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관계 중심치료라는 기법도 있습니다. B. 관계 중심치료 (Interpersonal
psychotherapy)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주위 사람들이 서로의 삶에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울증은
배우자, 아이들, 가족, 동료 등과의 대인관계에서 일어나는 사별이나 이별, 대인관계의 갈등, 이사나 승진 등 역할 변화, 사회적인 고립 등과
연관되고 또한 이런 문제들은 우울증에 의해 더욱 악화되기도 합니다. 이 치료에서 치료자는 환자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발견하고 그것을 얻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 치료에서 환자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은 걱정을 끼치는 문제, 특히
정서적으로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치료기간은 보통 환자마다 문제점의 영역과 자신이 느끼는 심각성, 약물
치료의 반응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주 1회 실시하며 4주 - 12주 정도입니다.
마지막으로 치료를 논할 때 항상 등장하는 말들이 어떤 치료가 가장 효과적인가 하는 말들입니다. 하지만 정신과적인 문제에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란 없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치료법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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