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전설에 나오는 '피그마리온'이라는 이야기를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피그마리온이라는
조각가가 있었는데 그는 세상의 여자들에게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고 아무 여자도 사랑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사랑할 수 있을 만한 아름답고
사랑스런 여인을 조각하기 시작했고 결국 아주 아름다운
조각품을 완성했다. 그런데 그 여인의 조각이 완성되고
나서 그는 그만 그 조각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랑의 아픔에 시달리던 피그마리온은 아프로디테
여신의 신전(神殿)을 찾아가 자신의 사랑을 이루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정말 터무니없는 소원이었다.
그렇게 공허한 소원을 빌고 집으로 돌아온 피그마리온은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슬픔에 젖어서 자신이 만든
조각을 꼭 끌어안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항상 차디차게만 느껴졌던 조각이 그날은 왠지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는 너무 놀라 한걸음 뒤로 물러섰고, 잠시
후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러자 한가닥 따스한
기운이 그 조각의 입술을 통해 온 몸으로 스며들더니
체온이 느껴졌다. 피그마리온은 기쁨에 넘쳐 그 여인상을
꼭 끌어안았고 잠시 후에는 심장의 고동 소리가 그의
가슴에도 느껴졌다. 결국 피그마리온은 조각이었던
그 여인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고 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황당무계한 전설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보기 위해
실험을 한 사람들이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로젠탈(R.
Rosenthal)과 제이콥슨(L. F. Jacobson)은 1968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전교생 650명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이 검사의 실제 점수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무작위로 20%의 학생을 뽑아 그 명단을
해당 학교의 교사들에게 알려주면서 <지적 능력이나
학업성취의 향상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객관적으로
판명된 학생들>이라는 통보를 했다. 물론, 교사와
학생들을 속이기 위해 거짓으로 꾸민 말이었다.
8개월
후에 이들은 다시 전체 학생들의 지능검사를 실시하여
처음과 비교해 보았다. 그런데, 놀라운 점이 발견되었다.
명단에 속한 학생들은 다른 일반 학생들보다 평균점수가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예전에 비하여 성적이 큰 폭으로
향상된 것이다. 그것은 명단을 받아 든 교사들이 이
아이들이 지적 발달과 학업성적이 향상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정성껏 돌보고 칭찬한 결과 나타난 것이었다.
그러한 사랑을 받은 아이들은 선생님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주니까 공부하는 태도도 변하고 공부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결국 능력까지 변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기대한만큼 상대도 그 기대에 보답한다는 현상을 피그마리온
효과 (Pygmalion effect)라 한다. 이러한 효과가 일어나는
이유로서 로젠탈은 사람은 상대방의 기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실험은 후에 그
실험내용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 실험결과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겠지만 단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아이들에게 기대를 갖고 그 아이의 장점을
끌어주기 위한 노력을 한다면 아이도 자신에게 맞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에 대한 진정한 믿음과 기대만이 아이의 잠재능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피그마리온 효과와는 반대로 나쁜 사람이라고 부정적인
낙인이 찍히면 그 낙인에 걸맞은 행동을 한다는 낙인
효과(Stigma Effect)도 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전과자고,
어떤 사람이 술주정뱅이라면 왠지 모르게 색안경을
끼고 본다. 그것도 일종의 편견이다. 하지만 그런 치우친
세상 보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고 그런 사람들과 거래는
물론이고 인간적인 교류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처럼
과거 경력이 현재의 인물 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낙인
효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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