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만이 아니라 부모-자녀 관계나 그밖의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항상 일정한 패턴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그러한 패턴과 인간관계는 이상하게도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얼핏보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신기하게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부부간의 원활한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러한 패턴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패턴 바꾸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모든 가정의 패턴을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으니까 여기서는 하나의 패턴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예로
들어왔던 가정입니다. 일하는 남편과 전업주부, 그리고 남편이 늦게 퇴근하는 가정입니다. 이 경우 아이들은 먼저 식사를 마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항상 이런 패턴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가정하에 이야기를 전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남편은 직장에서 퇴근하고 돌아오면 굉장히
피곤할 것입니다. 특히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불평불만 한마디 잘못했다가 언제 목이 달아날지 모르는 세상에서 육체적인 피로보다도 정신적인 피로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고싶지 않은 일도 참고 하지 않으면 안되고, 아무리 피곤할지라도 무리를 해서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럴수록 당연히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 작업이 필요하게 됩니다. 즉, 휴식이 필요합니다. 이 휴식이 충분하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함께 망가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좋으면 심신증, 조금 심하면 다양한 질병, 최악에는 사망입니다. 남편이 집에서 뒹굴면서 "피곤하다"고 하는
것은 태만하거나 게을러서가 아니라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본능의 목소리입니다. 차라리 '생명의 절규'라는 표현이 적당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얼핏
들으면 허울좋은 핑계로 들릴 수도 있지만 살아가기 위해서는 정말 중요한 것입니다. 여기서 부부간의 대화를 잘 리드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 '생명의
절규'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생명의 절규와 정면으로 맞서서는 안됩니다. 인간은 피곤할 때, 쉬는 것 이외에는
생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생명의 절규'와 맞서서는 오히려 더 큰 역효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따라서 생명의 절규를 내편으로
끌어들이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남편이 직장에서 돌아오면 "이 이야기도 해야하고, 저 이야기도 해야하고..." 하면서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 아내가 있습니다. 또는 "돌아오든 말든 상관 없다" 고 생각하는 아내도 있습니다. 이러한 패턴들은 '생명의 절규'와 정면으로
맞서는 타입입니다. 부부관계는 점점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어떡할까요? 궁극적으로는 쉬게하는 방향으로 '생명의 절규'를
우선 내편으로 끌어들이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드러운 태도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여보! 피곤하시죠? 빨리
쉬세요! 빨리요!" 하면서 등떠밀어도 안됩니다. 그럴 경우, 전혀 쉴 수가 없습니다. 분위기만으로 좋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해왔던 태도를 갑자기 바꿔서도 안됩니다. 그렇게 되면 뭔가 있나보군! 하며 오히려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거나 아니면 더 불안해지기 때문입니다.
조금씩, 그리고 알게모르게 부드러운 분위기를 늘려가야 합니다. 이러한 분위기 만들기에 성공하셨다면 다음 단계로 진행할
차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