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모든 놀이는 자발적인 행위이다.

"새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 세 아이가 정강이에 고무줄을 걸고 서 있고 가운데 한 아이가 빙글빙글 돌면서 노래에 맞춰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어릴적 많이했던 고무줄 놀이입니다. 이 아이들은 부모가 시켜서 땀을 뻘뻘 흘리며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또한 억지로 함께 하자고 해도 자기가 하기 싫으면 그만입니다. 똑같은 노래를 되풀이하고 단순한 동작을 매번 반복하면서도 지치지 않고 신바람이 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놀이가 개개인의 자발성에 의해 시작되고 중지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공부나 일을 할 때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것과 타인에 의해 억지로 하는 것과는 일의 효율이나 능률에 엄청난 차이가 남을 기억할 것입니다. 지시나 명령에 의한 놀이는 이미 놀이가 아닙니다. 놀이에 대한 욕구는 놀이로 인한 즐거움이 놀이를 하고 싶다고 여기는 데에서 시작되고 유지되며 그들이 하고 싶지 않으면 중지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놀이의 가장 큰 특성은 바로 자발성에 근거한다는 점입니다.

둘째, 놀이는 일상 생활에서 벗어난 상황에서 행해진다.

세 아이가 딱지치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 아이가 혼자말로 '왼족이 비었다. 왼쪽이.....'를 되뇌이고 있습니다. 이 아이는 다음에 자기 차례가 되면 왼쪽 빈 공간에 자기 딱지를 끼워칠 심산입니다. 왼쪽이 비었다를 중얼거리며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이 아이는 숙제할 걱정, 학원갈 걱정, 밥먹을 생각 등 일상 생활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습니다. 즉, 다른 세계(놀이 세계)에 가 있는 셈입니다.

놀이는 실제의 삶을 벗어나서 아주 자유스러운 일시적인 활동의 영역에서 행해집니다. 따라서 실제의 삶에서 벗어나기에 실제 생활에서의 걱정이나 짜증,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정규적으로 반복되는 휴식 행위로써 놀이는 사실상 삶 전체의 중요한 요소가 되어 삶을 가꾸어 주고 삶을 확대시겨 주는 것입니다.

셋째, 놀이는 지속성을 갖고 있다.

놀이의 자발성은 창의성을 가져오며 언제나 열린 상황을 연출합니다. 이런 까닭에 언제 어디서 누구든지 쉽게 참여할 수 있고 매일 되풀이 해도 재미를 주는 것입니다. 하나의 놀이는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사람의 다양한 지혜와 사고의 보완, 수정을 거쳐 하나의 완성된 구조로 자리잡은 것입니다.

'제기차기' 놀이에서 제기가 만들어진 과정을 살펴보죠. 농경사회에서 김매기는 작물이 잘 자라게 하는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뿌리채 뽑아야 다시 살아나지 못하므로 김맨 주위엔 뿌리가 뽑힌 잡초들이 질펀하게 누워 있습니다. 그 중에 잔뿌리가 많고 잎이 약간 달린 풀이 부모님과 같이 밭이나 논에 나온 아이들의 놀잇감으로 이용되었을 것입니다. 길을 가다 작은 돌을 위로 올려 멀리 찬다든지 나무토막을 차면 곧장 떨어지는 것과 달리 잎사귀 때문에 공중에 머무는 시간이 생기고 그러다보니 여러 번 찰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원리로 풀에 납작한 돌을 매거나 뿌리를 물로 묻힌 후 굳혀 차다가 점차 엽전에 종이를 꿰어 오늘날과 같은 제기의 모습을 띠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보면서 우리는 놀이 규칙이나 놀잇감의 자연스러운 발전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나의 놀이가 만들어진 과정이 이렇게 조금씩 발전을 보이는 것처럼 놀이를 하는 사람 역시 놀이를 하면서 점차 자신의 놀이 기술이 향상되므로 더 하고 싶은 욕구가 자연히 생기는 것입니다. 이것은 또한 놀이하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만남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놀이는 반복, 되풀이하고 싶은 욕구, 즉 지속성을 갖는 것입니다.

넷째, 모든 놀이는 그 고유의 규칙을 가지고 있다.

그 규칙들은 놀이에 의해 분리된 일시적 생활 속에서 적용, 통용되어져야 할 것을 의미합니다. 놀이에 대한 규칙은 절대적인 구속력을 갖고 있습니다. 놀이의 규칙이 위반되면 그 순간 놀이의 세계는 무너집니다. 규칙에 의해 진행될 때 이기고 지고의 승패가 달려 있고, 경쟁을 유발시켜 여기에서 생긴 긴장감이 아이들을 놀이에 매몰되게 합니다.

모든 놀이에는 고유의 형식과 내용이 있습니다. 즉,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술래잡기, 진놀이 등은 각각의 놀이 방법, 놀이 재료, 놀이 규칙 등이 있어 하나의 '놀이'로 구별되는 것입니다. 이런 놀이는 그 사회의 무형 문화로써 계승되고 발전되며 소멸되는 것입니다. 새로운 놀이가 만들어지는 것은 각 지방의 특성과 자연 환경의 차이로 인해 다양해지고 전파되면서 전국의 통일된 놀이가 되기도 합니다. 

이상과 같은 특성을 가진 놀이는 인간이 존재하면서 계속 행해졌으며 모든 문화 형태가 놀이에서 발생하여 왔고 놀이의 요소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